(딤프로 돌아오다. 푸나카의 아침)
비가 오는 날이지만, 딤프로 돌아오는 길가에는 주민들이 나와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아침부터 삶을 꾸려가는 모습이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곳곳에는 비로 망가진 도로가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굽이굽이 돌아오는 길은 안개와 햇살이 번갈아 반겨준다. 흙이 덮인 도로를 피하고, 아름다운 언덕에서는 숨을 고르며 도착한 도출라패스는 아직도 안개에 휩싸여 있다. 뿌연 안개에 숨은 히말라야를 보기에는 영 틀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뿌연 안갯속에 묻힌 거대한 산봉우리는 그럴싸한 그림을 보여준다.
어제 보다는 날씨가 맑아져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으며, 근처 상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도출라 패스를 돌아보지만 근처에는 안개로 보이지가 않는다. 도로 곳곳에는 들개 무리들도 푸나카로 갈 때 만난 것보다 훨씬 많아진 느낌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긴 언덕을 내려오면서 지역주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가이드가 푸나카로 가는 도중에 들렸던 검문소엘 들러 신고를 하고 나온다. 우리도 따라 내렸더니 현지 주민들이 많은 과일을 놓고 판매하고 있다. 오랜만에 싱싱한 과일을 사면서 한가한 시간을 가져본다.
가이드가 들렀던 건물은 오고 가는 차량들을 점검하는 immigration이라고 하는데, 허름하게 만들어진 사무실에 사무원 2명이 앉아 일을 보고 있다. 차량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으나, 모양새는 허름한 나무로 흉내만 내고 있는 형태이다. 상점 주변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나름대로 이야기도 하고 과일도 사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언젠가 티베트를 여행하는 중에 만난 검문소와 거의 흡사한 형태이고, 맞은편에는 현지인들의 과일과 기념품을 놓고 팔고 있다. 쉬며 쉬며 도착한 딤프는 점심때가 거의 되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인지 가이드가 안내 한 곳은 그들의 중앙우체국이었다. 우체국 안에서는 우편물을 취급하는 듯하고, 한 편에서 기념품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우체국에서 본연의 임무도 하지만, 여행에 관한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면서 그들의 삶이 어떤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오래 전의 우리의 살림살이와 흡사한 형태였다.
시간이 있어 여유롭게 내외를 둘러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지만, 입맛에 어울리지 않아 대충 먹는 시늉만 하고 나오고 말았다. 여기의 음식은 메뉴가 거의 같은 종류가 제공되는데, 끈기가 전혀 없는 쌀밥이나 이것을 이용한 죽이 제공되고, 야채는 양념에 절여서 주어지며, 반드시 고기 대신 치킨이 주어진다. 그리고 끝에는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제공되며 음식의 간은 진하지 않아 그런대로 다행이었다. 이렇게 점심을 마치고 각 나라의 CD를 사 오던 터라 CD를 구입하러 갔다. 각 국의 음악을 가끔 들으면 그 나라를 여행했던 기억을 찾을 수 있어 전부터 CD 구입을 해 왔지만, 어느 경우에는 괜히 사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갖고 구입한 음악은 어떨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렇게 점심을 마치고 찾아간 곳은 부탄의 가장 오래되었다는 칭캉카 사원이다. 부탄의 관음성지 창강카 사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인 12세기에 지여진 팀푸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티베트의 고승 파조 둑곰 직뽀(Phajo Drukgom Zhigpo)가 티베트의 라룽지역에서 부탄으로 순례를 온 후, 지금의 장소가 좋은 장소라고 판단하여 절을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창캉카 사원은 900년 전부터 각종 상서로운 조화를 보이는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이 본존불로 모셔져 있다고 한다. 부탄의 중요한 관음성지라고 하며, 여기서 팀푸 시내를 멀리서나마 바라볼 수 있다. 사원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내내 궁금해했던 것을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왜 너희들은 그렇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느냐고? 가이드의 대답은 구체적인 것은 없지만, 그냥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것은 풍족하지 않지만, 부족하다는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생각은 불교라는 종교에 의지하면서 대략적인 삶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자연에 거스름 없이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자기 나라 안에서 타인과 비교하지도 않고, 오로지 나의 삶만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이드의 이야기와 나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전기를 수출하여 삶의 형태가 윤택(?)하게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히말라야의 푸근한 산중에 둥지를 틀고 삶을 영위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호텔로 들어가는 길이 온통 흙투성이이고, 과수원에 매달린 사과의 형태가 그렇고, 하나뿐인 국제 비행장에 비행기가 달랑 한 대만이 손님을 기다린다 해도 그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같이 보였다. 푸르른 벌판 위에 드문드문 건물이 들어서 수도가 되고, 높다란 산언덕에 풍부한 목재로 건물을 지어 호텔로 만들어 우리의 도시라는 이미지와는 전형 다른 의미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팀푸 시내에 있는 축구경기장은 우리의 시골 동네의 작은 운동장과 같아도 그들의 삶의 즐거움은 우리의 몇 배가 되는 듯이 보인다. 수많은 소형차들이 시내를 다녀도 시끄러운 경적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몇 명의 교통경찰이 많은 차량을 인도해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따르는 모습이 한없이 존경스러웠으며, 그들의 삶은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뒤로하고 파로시내로 떠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산 중턱에 지어진 하얀 집들이 비추는 햇살에 반사되어 한껏 웃는듯하고, 스콜이 가져다준 하얀 시냇물은 밝은 햇살에 장단을 맞추며 흐른다. 이것이 모두 부탄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렇게 도착한 파로시내는 햇살이 눈부시도록 비추고, 파란 들판에 지어진 도시의 집들은 밝은 웃음으로 멀리서 온 여행객들을 맞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