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에서의 하루, 파로시내 모습)
파로시내에 접어들자 시내의 풍경은 우리의 시골길과 같이 좁다란 길이다. 좌우로 상점들이 들어서 있지만 대부분이 기념품 상점들이고 음식점이나 특히 술집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도심거리에 관광객들을 위한 상점만이 있다. 하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상점의 형태도 계획적인 도시의 형태로 모두가 일률적으로 지어진 집들이었다. 상가들을 중심으로 한 도심 근처엔 주민들의 보금자리가 있고, 시골스런 파란 들판에 지어진 시내를 굽이굽이 돌아 찾아간 곳은 파로 드종이다.
드종은 그들의 관청이면서도 불교의 수행 처이기도 하고, 또한 침입자를 방어하기 위한 일종의 요새를 갖추고 있어 어디를 가든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대개는 강을 끼고 산을 배경으로 위치해 있어 멀리서 보면 대단한 풍경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기에 멀리서 보면 자그마한 건물로 보이지만, 뒤편 산을 배경으로 천하의 요새지에 세워졌다. 파로드종도 방어와 거주의 두 가지 목적을 수행하는 일종의 요새로 높은 곳에 건설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 중턱에 육중하리만큼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는 관청 겸 종교건물이기도 하다.
1644년 영웅 샤브드룽의 지휘 하에 불교의 시조인 ‘파드 삼바바’의 사원 양식을 토대로 건설되어 수많은 티베트의 침공을 막아냈다고 한다. 1897년 강한 지진에도 끄떡없이 견디어 낼 수 있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던 파로드종은 1907년 발생한 화재로 파괴되어 새롭게 단장되어 지금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드종의 내부에는 불교를 가르치는 학교와 행정기관이 함께 존재하는 부탄의 전통적인 사원이다. 여기도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고 간단히 소지품만 조사를 하고 입장할 수 있는데, 조용한 사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경내를 돌아 이층으로 올라간 전망대에선 파로시내를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어 그 전경이야말로 한 장의 그림을 선사해 주었다.
몇 장의 사진과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놓고 내려온 마당에는 어린 동자승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공을 가지고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몇 장을 사진을 같이 찍기도 하고, 건네준 과자를 맛있게 먹기도 하며 낯선 이방인에게도 즐거운 표정으로 거침이 없다. 경내를 한 참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은 한적한 시골길을 연상하게 한다. 그늘을 돌아 서늘한 바람을 받으며 오는 길에 만나 여고생들은 그야말로 발랄함을 보여주었다. 휴대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검색하는가 하면 둘이서 연신 무엇인가를 떠들기도 하고, 우리를 만나 한국을 이야기했더니 우리나라 연예인을 이야기하며 까르르 웃기도 한다.
멀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한가롭게 보이기도 하고, 강가를 건너 집으로 가는 고등학생들의 무리는 우리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파로드종을 뒤로하고 나선 파로시내는 시내라고 할 정도도 아니었다. 자그마한 동네에 몇 개의 상점이 자리하고 있을 정도였다. 대부분이 기념품 상점이 자리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어느 상점에 들러 물건을 골라보니 부탄의 물가가 우리의 물가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이라 그런지 몰라도 물가는 대체적으로 비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상점에 근무하는 점원들은 물건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배우들에 관한 지식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로만도 환호를 하고, 한국의 배우와 한국 언어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하루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 우리 같으면 그 자리에서 U턴을 해도 상관이 없을 듯 한 길에서 기사는 굳이 멀리 돌아서 질서를 지키는 듯하고, 동네의 자그마한 꽃동산이 파로의 네거리 회전교차로 역할을 충분히 해 내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고도 질퍽거리는 길을 끝없이 가는 곳은 어디이던가? 주변에는 사과를 수확하는 과수원도 보이고, 늦은 하교 길에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 자그마한 구멍가게를 열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들 모두가 우리의 일상과 다름이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도착한 곳이 우리의 보금자리 파로의 리조트인데 우리의 일급 호텔과 다를 바가 없었다. 커다란 침실에 유리창으로 파란 들판과 시내가 내려다보이고, 문을 열고 나가면 넓은 베란다에서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고 말끔히 정돈된 화장실의 모습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느긋하게 짐을 풀고 쉬면서 오랜만에 풍성한 여행의 맛을 보는 것 같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밖을 내려다보는 마음은 한없이 한가롭고도 여유롭다. 멀리 파로드종이 보이고 파란 들판이 푸르름으로 넘실거리며 히말라야의 줄기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안개는 환상적인 그림을 선사해 준다. 한가한 여유와 함께 찾아온 저녁식사는 간단한 소주와 함께 아름다운 밤을 선사해 주고, 저녁에 되어 반짝이는 전등불은 넓은 파로드종과 함께 다른 멋을 전해준다. 이렇게 식사를 하고 나오는 중에 그렇게도 귀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네팔을 통해 들어온 여행팀 중 모녀인데, 비행기의 연착으로 부탄에서 하루 일정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것도 푸나카의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아쉬워하듯이 부탄을 접근하기는 그렇게 쉬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저녁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자 다시 걱정이 되는 것은 날씨인데, 밤중에 잠을 깨운 것은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였다. 창문 너머 들판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빗줄기가 거세고, 리조트 뒤편의 언덕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리조트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