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둥지, 탁상 곰파의 위용

(탁상 곰파를 만나다. 탁상 곰파의 위용)

by 바람마냥

거센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일어난 아침, 빗줄기가 줄어들어 비가 그쳐 주기만을 기다리며 식당에 들렀다. 식당에서 파로시내를 바라보는 전경은 가느다란 빗줄기와 어우러져 한층 아름다운데, 부탄여행의 정점인 탁상랑카를 찾아야 하니 걱정스럽기만 하다. 따스한 수프로 속을 덥히고 아침을 먹으려는데, 네팔의 통해 입국한 한 무리의 한국인들이 들어와 식당이 떠들썩하다. 어쩐지 한국 여행객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20160727_054642.jpg 파로 시내의 모습

세계 어디를 가나 익숙한 풍경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우리 여행객들도 여행에 관한 노하우가 생기고 경험이 많아짐에 따라 여행에 관한 수준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어느 나라에서건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행동하던 사람들, 자그마한 아이들이 식당을 휘젓고 다녀도 방관하던 사람들, 음주 등 갖가지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던 시절은 이제 지나간듯하여 좋다.

DSC02495.JPG 탁상 곰파를 오르는 길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비는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아직도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을 가야 하기에 우산과 비옷을 챙겨 차에 올라 서둘러 탁상라캉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차에 올라 한참을 달려간 탁상라캉 입구는 명성에 비해 허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언덕을 올라가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말이 쏟아 놓은 배설물이 빗물과 어우러져 수렁을 이루어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이것을 정리하는 사람도 없고 시설도 되어 있지 않아 그냥 그런대로 즐기는 수밖에 없다. 커다란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지만, 빗물에 그리고 말의 배설물이 섞여서 발 디딜 틈이 없지만 주변에는 많이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DSC02489.JPG 탁상 곰파를 오르는 중

간단히 짐을 꾸려 출발한 탁상라캉 입구는 커다란 나무들이 울창하다. 빗줄기가 만들어 놓은 길은 미끄러워 조심하면서 올라야 하는데,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들어 행동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말을 타면 소요되는 두 시간 중에서 중간 기착지인 전망대까지 한 시간 가량을 태워준다고 한다. 가격은 15불 정도로 다소 저렴한 듯하지만, 안내인은 말을 타지 말 것을 권유한다. 이유는 길이 미끄러워 말도 미끄러지면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다는 것인데, 말을 부리는 사람들과 안면이 있을 테지만 말을 타지 말라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20160727_141943.jpg 이렇게 올라가서

친구 부인은 다리가 아파 말을 타고 나머지는 걸어서 올라가는 탁상라캉의 길은 걸어갈 만했다. 조금씩 내리는 보슬비가 적당히 더위를 식혀주고, 모퉁이마다 불어주는 바람이 선선해서 조금 언덕이 진 고개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언덕 아래로는 가느다란 빗줄기와 안개가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선사해준다. 구름을 동무삼아 한 시간을 올라 나타난 곳이 중간 기착지인 전망대 휴게소인데, 그만 비가 만들어낸 안개는 멋진 탁상라캉를 감추어버리고 말았다.





DSC02524.JPG 구름 속에 나타난 탁상 곰파

여기에서 타고 온 말은 돌려보내고 이제부터는 걸어가는 것만 허용되는데, 길이 그렇게 험하지 않아 걷기에는 적당하다는 생각이다. 가끔은 히말라야의 얼음물이 흘러 이마의 땀을 씻어내기 적당하고, 고산지에서 자라는 꽃들과 나무들이 여기가 부탄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열대림이 무성한 숲을 돌고 돌아 안갯속에 나타난 뿌연 절집이 있었으니, 부탄여행의 진수인 탁상라캉(Tiger's Nest Monastery)--8세기에 고승 파드마삼바바가 암호랑이를 타고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치한 파로 골짜기 약 900미터 높이에 내려 이곳 동굴 안에 들어가 수행을 하였는데, 이 동굴이 오늘날 '호랑이 보금자리'라는 뜻의 탁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gompa는 라캉과 마찬가지로 사원이라는 뜻이다.


DSC02482.JPG 울창한 숲

그 후 부탄의 군주였던 4대 드룩 데시 텐진 랍계(1638~1696년)는 탁상을 찾아가 이곳에 사원을 세울 것을 명하고, 승려이자 예술가였던 펜롭 드락파 걋소(1646~1719년)가 공사를 계획하여 최초의 사원인 구루 쳉예드 락캉은 1694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1998년 화재 이후 복원된 열두 개의 사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탁상ㄹ캉은 좁은 공간에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굽이굽이 가파른 산길과 다리를 건너야만 겨우 닿을 수 있고, 벽은 하얗게, 지붕에는 금박을 입혀 거대한 바윗덩어리 아래 절벽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수 킬로미터 밖에서도 눈에 띈다.


20160728_110124.jpg 아름다운 도시, 파로

자재는 돌과 나무로 대부분 정교하게 조각하여 채색하였고, 탁상 사원은 수많은 조상, 회화,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가장 성스러운 장소는 파드마삼바바가 명상을 했다는 동굴이다. 하지만 허연 안개가 앞을 막아 어쩔 수 없이 발길을 옮겨야만 하는데, 높은 언덕을 지그재그를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가까스로 절집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여기서도 탁상랑카는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쉽지만 안갯속에 묻힌 절집을 찍으며 다가간 근처에는 엄청난 폭포가 웅크리고 물을 쏟아부어 여기가 여기는 히말라야의 엄청난 계곡을 찾아든 것 같다.

DSC02139.JPG 구름 속에 만난 파리 시내

지그재그로 된 계단을 지나 쏟아지는 폭포를 지나자 사원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절집이 마치 바위에 매달린 듯이 아니면 핀으로 슬쩍 꽂아 놓은 듯한 그곳은 이미 속세가 아니었다. 빗줄기를 피해 들어선 절집 초입에는 가지고 온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빈 몸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중에 이런 행사를 치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몸을 검사하고 짐을 맡기는 공간이 얼마나 허름하지 이 물건들이 온전히 남아 있을까를 의심하면서 짐을 맡기고 나자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20160727_152927.jpg 갑자기 나타난 폭포

언제나 이렇게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른 절집은 사람을 압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절집 앞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사람을 압도하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절집이 대단하기만 하다. 페루의 마축피추 올라가는 길을 연상케 하는 탁상랑카에서 바라보는 파로시내의 모습은 대단하다. 안갯속에 아스라이 묻혀 속세가 아닌 듯하고, 높다란 바위 위에 자리한 절집은 한 점의 못으로 박혀있는 듯하다.


20160727_174314.jpg 멀리서 바라본 탁상랑카

절집 내부에는 파드마삼바바와 곰파를 찾아 명상했던 많은 티베트 스님들의 작은 상도 모시고 있고, 많은 작은 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탁상 곰파의 내부에 들어서니 스님 한 분이 성수를 따라주며 절을 할 것을 권하기도 하고, 농담도 하면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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