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오는 날, 헝거리 다뉴브강)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여름비같이 요란하지도
많지도 않는 가을비가
계절따라 성숙한 소리로 내린다
가을비가 내린다
계절 재촉하는 비가 아닌
서두는 발걸음 잠시 잡아 놓는 가을비가
가는 가을에 추근대며 내린다
비 내리는 창가에 서서
계절 익는 맛에 연한 커피 향 가득 얹어
가을 소리 한껏 들어 보라 하는
성숙한 가을비가 소리없이 내린다
가을비 젖은 낙엽을 보며
오래 전 떠난 사람 추억해 보고
잊었던 사랑 되 삭이며
서두르며 살던 일상 잠시 잡아 주려
고마운 계절 비가 내린다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
적지도 많지도 않은 가을비가
지는 낙엽 뒤적이며 가을에 취해 보라 하며
성스런 가을비가 가슴에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