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는 길

(서울 가는 길에 만난 풍경, 모로코에서 만난 풍경)

by 바람마냥

토요일 아침, 서울에 꼭 가야만 하는 결혼식이 있어 길을 나섰다. 아내와 함께 나서는 시골길은 서늘하기만 하다. 집의 위치가 시골이기도 하고, 조금은 높은 곳에 위치한 곳이기에 더 서늘하다. 옷깃을 여미고 서둘러 도착한 버스정류소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어디론가 서둘러 가는 모습들이다. 버스 시간은 아직 10여분이 남아 있지만 버스는 이미 대기하고 있다. 기사가 버스 문을 열기에 타도 되느냐고 물었다. 바라보지도 않고 '5분 전에 오세요'라는 단호한 한 마디이다. 코로나 19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보다라는 생각으로 6분 전에 갔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심통이 나서 1분이 남았음을 항의해 볼까를 망설이다 버스에 올랐다. 휴대폰으로 예매한 표를 찾아 버스에 오르며 휴대폰을 감지기에 터치를 하자, 자리 번호를 알려준다. 참 편리하고도 신기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랜만에 타는 버스는 안락한데 아침이라 조금은 서늘하다. 모두가 마스크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버스에 오르지만 어느 표정인지 알 수도 없고, 모두가 로봇이 되어 자리에 앉는다. 자동으로 안전벨트를 하고, 말없이 휴대폰에 눈이 모아져 있다. 젊은 친구는 작은 컴퓨터를 켜고 무엇인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다. 한치의 시간도 허비할 수 없다는 눈치이다. 늦게 도착한 노년 부부가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으로 휴대폰을 조작한다. 한참의 노력 끝에 버스표를 찾아 감지기에 대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 심정과 기분을 알고 있는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1분 남았다. 어디 어느 곳이나 GPS가 활용되고 있어 시간 따위에 말이 될 수가 없다. 모두는 그냥 따라야 하는 기계가 눈 앞에 있다. 정류소 관계자가 말을 한다. 승차인원을 기사에게 알려주면서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정확이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기사는 기계를 조작한다. 출발지를 소개하고, 안전띠를 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면서 버스는 출발을 한다. 모두는 일언반구의 말이 없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북적거리던 대합실의 모습, 커피를 마시고 손을 흔들며 떠나고 오는 모습들이다. 긴 줄을 서서 버스표를 끊고 버스를 타러 간다. 짐은 기사가 트렁크에 손수 실어주고, 표를 검사한다. 친절하게 자리를 안내해 주며 안전띠 맬 것을 설명해 준다. 이렇게 자리에 앉고 출발시간이 되면 관계자가 올라와 빈자리를 수를 체크한다. 여유자리가 생기면 다음 차에 타야 할 사람 중, 바쁜 사람이 살았다는 듯이 버스에 오른다. 버스에 승객이 모두 타고 출발시간이 다가오면, 기사가 두툼한 목소리로 안전띠를 매라는 안내 말을 한다. 버스가 출발하면 사람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버스 안의 풍경이 만들어지곤 했었다. 하지만, 세월도 바뀌었고 거기에 코로나 19가 급격하게 삶의 모습을 바꾸어 놓고 말았다. 버스는 거칠 것이 없는 전용도로를 달리며 신바람이 났다.


가을의 물결이 한껏 스며든 벌판에는 벌써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하늘은 맑아졌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도 바쁘기만 하다. 세상이 왜 이리 바쁘기만 할까?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가끔 해외여행에서 만났던 그들의 여유를 우리는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모두는 잠을 청하거나, 조용한 생각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버스는 서울에 도착했다. 아무 생각 없이 나선 대합실에도 사람들은 북적인다. 어디로 가는 사람들인지 알 수는 없다. 아침인데도 간이 의자에 앉아 아침을 해결하는 사람도 많다.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종이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받아서 처리할 것이 고민되어 외면하고 말지만, 그들의 입장도 가끔은 생각해 주어야겠다.


더듬거리며 지하철에 오른다. 언제나 차와 함께 살고 있어 서툰 지하철이다. 시내버스 타는 것도 서투르다. 어느 것을 타야 할지 몰라 오른 버스는 알지 못하는 동네로 향한다. 서둘러 외진 곳에 내려 다시 택시 신세를 진적도 여러 번 있다. 거미줄 같은 지하철 노선도 서툴지만, 어떻게 타고 내리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가끔 오는 서울생활에 완전 촌사람이 되어 어리둥절하다. 가까스로 타야 하는 노선을 찾고 입구에 들어섰다. 서둘러 오른 지하철 안의 모습도 버스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버스의 풍경과 지하철의 다른 모습은 앉아 있고, 서 있는 모습이 다르다. 같은 점은 한 없이 조용하다는 것과 누구 하나 말을 하는 사람도, 두리번거리는 사람도, 허튼짓을 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같이 휴대폰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휴대폰의 마술사들이 많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손은 지하철의 손잡이를 잡고 한 손으로 휴대폰 조작을 하는 모습이 대단한 수준급들이다. 또는 두 발로 버티고 서서 휴대폰을 조작하는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문자 하나를 보내면서도 더듬거리는 사람으로선 상상도 못 하는 현란한 동작들이다. 한 손으로의 마술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모습들이다. 아주 오래전에 일본 지하철 모습이 떠 올랐다. 하나같이 책을 들고 읽는 모습이거나 휴대폰을 조작하는 모습들이었다. 거기에도 정적만이 감돌아 감히 숨을 쉬기도 힘겨웠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다시 더듬거리며 도착한 예식장은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다. 언제나 약속시간이면 서두르며 사는 습관 때문이다. 같이 다니는 아내는 불편해할 것이지만 못된 습관이 있는 사람과 같이 사는 죄로 언제나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으리라.


서둘러 들어선 예식장의 풍경도 예전과 전혀 달랐다. 입구부터 열을 체크하고 인적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었다. 사람이 만나 인사를 하고, 축의금을 전하던 시절은 가고 인터넷이 대신하게 되었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도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가 엄격한 규칙 하에서 이루어져야 했고, 거기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식이 끝나고 식사를 하는 식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정된 좌석에 앉아야만 한다. 적당한 거리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가까운 식구들도 같이 앉을 수 없다. 거리를 두지 않고 앉으면 그들이 과태료를 내야 한단다. 서로 나누던 술 한잔도 가까이할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오래전에 술잔이 오고 가고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모두가 그렇게 따라가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삶이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도 급격하게 바뀌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손길이 거치지 않는 방법으로 급속도로 바뀌어 가고 있는 즈음에, 코로나 19라는 휘발유가 더해저 초고속으로 바뀌어지고 말았다.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것이 점점 줄어들게 되고, 사람들은 여기에 순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손길은 점점 줄어들어 삶의 방식도 바뀌어지고 있다. 모든 곳의 사람이 흔적이 필요 없어지고,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이 만나 건드려 주어야 하는 감정의 내색이 필요 없는 시절이 되고 말았다.


농사짓는 방법이 그렇고, 도시에서 생활이 그렇게 변해 삶의 방식이 변하고 있다. 거기에 코로나 19라는 것이 나타나 기름을 붓고 말았다. 삶의 방식이 바뀌어짐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의식도 바뀌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루어지던 것들이 기계가 대신하게 되었고, 감정의 나들이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이런 것들이 일시적인 것들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어감이 아쉽기도 하다. 서로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던 시절은 오래 전의 이야기가 되었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꺼리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오래 전의 기억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법도 다시 찾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단순히 예식장엘 찾을 생각으로 나섰던 서울 나들이는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이런저런 생각에 한동안 뒤숭숭하던 머리는 잠깐의 수면으로 조금은 개운해졌다. 다른 생각에 잠길까 걱정이 되어 내가 살아가야 할 시골집으로 서둘러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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