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름다운 봄날이어라.

시골살이의 즐거움(아이슬란드)

by 바람마냥

봄처녀, 나물 뜯는 아낙네… 언제 들어도 그리움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호미를 든 아주머니가 조금은 오래된 듯한 바구니를 옆구리에 끼고, 호젓한 논둑을 지나가는 모습은 언제 생각해도 푸근함이 넘치는 우리의 시골 모습이다. 봄이 오면 쑥을 뜯고 냉이를 캐면서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고, 쌉쌀한 쑥의 향과 달큼한 냉이의 내음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따사한 햇살 아래 비스듬히 앉아 나물을 뜯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다급함은 언제나 가슴을 쓰리게 하고, 먹을 것이 모자라 푸성귀에 의존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봄이 왔다. 어느새 산에는 푸름이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고, 산란기를 맞은 산새들이 집을 짓느라 부산하기만 하다. 작은 검불을 물어 추녀 밑의 작은 구멍을 드나들고, 사람 기척이 보이면 먼 곳에 앉아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는 계절이 돌아왔다.


아름다운 봄이 찾아온 산골 길, 아침나절 지나는 길에 바라본 동네 앞 작은 도랑을 보고 깜짝 놀라 차를 세웠다. 뒤쪽으로는 산언덕이 있고 주변은 나무로 둘러싸여 어둠 컴컴한 곳으로 평소에도 사람 기척을 찾을 수 없는 곳이다. 동네에 사는 사람도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외진 도랑으로,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만 졸졸거리는 곳이다.


몇 분의 아주머니들이 주변에 작은 그릇을 놓고, 한 손엔 칼을 들고 도랑에 앉아 미나리를 뜯고 있는 것이다. 포근한 봄날에 만날 수 있는 평화스러운 풍경이다. 하지만 지나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누군가를 경계하는 듯한 표정이었고, 생각한 대로 평화로움이 담긴 그림은 아닌듯하다. 이른 아침인데도 멀리서 나물 뜯으러 원정을 온 외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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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시골집에서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살아보고자 시작한 시골 살림집은 도시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동네이다. 앞뒤로 산이 있고, 앞산 밑으로는 자그마한 도랑이 항상 흐르는 보기 드문 좋은 시골 동네이다. 새벽이면 닭이 깨워야 일어나고, 저녁이면 가끔 동물 우는소리만 들리는 그런 동네이니 시끄러울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봄철이 되면 갖가지 나물이 지천이라 길가에 쑥이 돋아나고 민들레가 피며, 조금 지나면 동네에 꽃잔디와 영산홍이 덩달아 피어 보기 좋은 동네가 된다. 이쯤 되면 뒷산엔 두릅이 작은 순을 내밀어 봄을 알려주고, 덩달아 홑잎 나물과 취나물 그리고 고사리가 피어나는 살기 좋은 동네이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아름다운 단풍이 들어 사방이 아름다움으로 물이 들고, 들판에 메뚜기가 제철을 만난 듯이 뛰어다닌다. 봄부터 싹이 돋기 시작하는 국화는 여름의 세찬 비를 뚫고 가을 서리가 내리면 갖가지 색상으로 동네에 물들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동네이기도 하다.


산골에 위치한 곳이지만 여러 가지의 아름다움과 신선함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친지들 외에 동네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가지 부류의 사람들은 동네를 구경하기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다. 동네에 접어들어 보니 한 번쯤 보고 싶어 끝까지 차를 몰고 올라와, 좁은 길에서 가까스로 차를 돌려 서서히 동네 구경하면서 지나간다. 아니면 입구에 차량을 세워놓고 차근차근 동네 구경하면서 조용히 집 구경을 하며 지나기도 하며, 더러는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또 한 가지 부류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얻어 가려고 오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봄철과 가을 철에 많이 찾아오는데, 봄철이면 대부분 나물을 뜯으러 오는 사람들이다. 포근한 봄날, 제철 나물을 뜯으려는 것은 우리들이 살아온 방식이려니 생각을 하지만, 시골에서 살아 보면 그들의 모습에 서글퍼지는 봄날이 된다.


일요일이나 토요일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동네 입구에 대충 주차를 하고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산에 나 있는 임도를 따라 수많은 차량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은 새벽부터 이어진다. 동네 사람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외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는데, 등산화에 배낭을 지고 무슨 전투를 하러 나서는 사람을 연상케 한다. 떼를 지어 산으로 오르기도 하고, 봉고차량으로 산허리를 휘감으며 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봄날이 되어 산과 들로 다니면서 봄날의 즐거움도 만끽하고, 꽃구경을 한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즐거운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 서로가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면서 즐기고 가꾸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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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에 올라보면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데, 자그마하게 올라온 두릅이 자라기도 전에 송두리째 잘라가기도 하고, 어느 곳엔 뿌리째 캐간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냉이를 작은 것부터 모조리 캐가니 다음 해에는 씨가 말라 구경을 할 수가 없단다. 길가엔 민들레도 남아나지 않는 나물 중에 하나이고, 홑잎 나무의 잎을 모조리 훑어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가끔 공원에 가면 공원에 관상용으로 조성해 놓은 화살나무 잎을 모조리 훑고 있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지 않은가?


모두가 아름다운 봄철이 되어 들로 산으로 봄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길 가다 아름다운 꽃을 만나 더러는 꺾기도 하고, 맛있는 나물을 뜯어가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며칠이 지난 오늘도 동네 앞에는 외지 차량들이 즐비하다. 집 앞에 차를 세우는 새벽에 만난 외지인은 운동 삼아 왔다고 한다. 도시에는 운동할 곳이 없어 이른 새벽에 산골까지 왔다는 말인가?


주말이면 수많은 외지 차량이 산길을 헤매고 다닐 것이다. 모든 것을 하루에 끝장 내려는 듯 달려들어 자연을 훼손하는 선까지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하면 경사가 가파른 산에도 보기 흉한 허연 현수막으로 울타리를 쳐야 하고, 동네 입구마다 임산물 채취를 금한다는 글귀가 걸어야 하는가?


아름다운 자연이 있기에 하루의 삶이 즐겁기도 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산길에서 만난 어린싹이 싹둑 잘려나간 처절한 두릅나무는 무엇으로 버티며 살아가란 말인가? 현지인도 알지 못하는 어두운 도랑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은 미나리를 뜯어가면서, 제발 미나리 뿌리라도 남겨 놓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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