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니 소금사막을 만나다 4/4, 우유니 소금사막: 본인 촬영)
친구들과 어울려 남미의 페루, 볼리비아, 칠레로 향한 것은 2016년이었다. 페루의 리마, 마추픽추, 쿠스코와 라파스, 티티카카 호수를 지나 말로만 듣던 신비의 소금사막 우유니에 도착했다. 우유니 사막은 염분이 침적된 평원인 살라르데 우유니 동쪽,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해발 3,665m 고원에 자리 잡고 있는 하얀 소금 사막이다. 도시 북동쪽에는 많은 은광이 있고, 볼리비아의 간선철도인 남북횡단철도 지선이 우유니에서 서쪽의 태평양까지 뻗어 있어 있는 곳이다. 공항에서 내려 숙소를 찾았다. 허름한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이튿날 신비스러운 사막,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향했다.
제일 먼저 만난 것은 꼴차니 열차 무덤이다. 방치된 증기기관차는 이곳의 광물을 태평양 연안으로 수송하던 중, 광물이 줄어들면서 방치된 무덤이 되었다고 한다. 우유니 소금 사막 여행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살라르 데 우유니(Salar de Uyuni) 또는 살라르 데 투누파(Salar de Tunupa)라고 불리는 건조 한 호수로, 해발 3,600m, 넓이는 10,582 km²로 충청남도만 한 크기가 된다고 한다. 지각 변동으로 솟아올랐던 바다가 빙하기를 거쳐 녹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에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졌다. 이후 건조한 기후로 물이 증발하고 소금 결정만 남아 생긴 소금 호수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크기와 형상이 앞에 나타났다.
우기인 12~3월에는 소금사막 위에 20~30㎝ 물이 고이기도 하며, 사막 가운데에는 선인장으로 가득 찬 '물고기 섬(Isla Incahuasi)'을 비롯한 작은 섬들이 있고, 여러 소금 호수들이 있어 이곳의 자랑거리인 플라멩코가 서식하고 있다. 우기인 12~3월에는 물이 고여 얕은 호수가 만들어지는데, 낮에는 강렬한 햇살과 푸른 하늘 그리고 멋진 구름이 넓은 소금사막에 거울처럼 투명하게 반사되고, 밤이면 하늘의 별이 모두 호수 속에 들어 있는 듯 하늘과 땅이 일체를 이루는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소금 사막이라고 하여 소금이 끝도 없이 뿌려져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유니 소금 사막은 소금이 굳어져 넓은 대지를 끝도 없이 덮고 있었다. 그 위를 수많은 차량이 다니면서 세계에서 온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신기한 것은 바닥 모양이 대부분 육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벌판이었다. 하얀 소금물이 솟아오르기도 하고, 파란 하늘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지는 소금사막은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연출해 준다. 이집트의 백사막이 거대한 모형으로 관광객을 맞이했지만, 우유니 소금 사막은 파란 하늘 아래 끝도 없는 소름 벌판이 세계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소금 호텔 EL HOTEL DE SAL이다. 소금으로 만든 큰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오토바이 질주하는 8300km 죽음의 레이스, 다카 랠리가 열린 기념으로 세워 놓은 것이란다. 경기에 참가한 국가의 국기가 꽂혀 있고 그중에는 태극기도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비현실적인 공간을 만끽하게 되는데, 준비한 점심을 이곳 소금 호텔의 그늘에서 먹어야 한단다. 넓은 사막에 내 몸 하나 쉴 그늘 한 조각이 없기 때문이다. 소금 호텔의 그늘이라고는 하지만 내리쬐는 햇살에 엄청난 열기가 엄습한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호텔에 앉아 사막을 즐기면서 허기진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마친 후 어른들의 사진 찍기 놀이가 시작되었다. 운전기사들이 갖가지 장난감으로 연출하는 사진은 신기했다. 운전석 옆에 놓여있던 작은 공룡들이 이렇게 멋진 그림을 만들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며 사진을 찍는 소금사막의 아름다움에 한나절이 훅 지나가고 말았다. 공룡을 피해 도주하는 사진, 공룡 등에 올라 탄 사진, 공룡과 함께 뛰는 사진 등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고 있다. 함께 멋진 사진을 연출하기도 하고, 부부가 만나 아름다운 포즈 또는 엉뚱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약간의 비라도 내려 물기가 있었다면 사진이 반사되는 멋진 사진이 만들어졌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갖고 지프에 올라 가도가도 소금 사막이다.
다양한 모습의 소금사막을 보면서 도착한 곳은 물고기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물고기 섬 또는 어부의 섬이라고 하는 곳이었다. 고지대이면서 사막이라는 여건에 고단하지만 힘겹게 오른 섬에는 다양한 선인장이 가득하다. 다양한 선인장은 따가운 햇살을 버티려는 듯이 섬뜩한 가시로 태양에 맞서고 있다. 섬에 올라 내려 본 소금 사막은 햇살에 비추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어도 만들 수 없는 사막을 보면서 소금 사막을 맞이한 하루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서둘러 차에 올라 하루를 쉬고 갈 소금 호텔을 찾아야 한다.
해질 무렵이 되어 도착한 호텔은 고스란히 소금으로 만들어진 소금 호텔이다. 집을 지은 벽돌도, 잠을 자는 침대도, 밥을 먹는 식탁도 소금으로 만들어진 소금 호텔이다. 마을 전체가 소금 호텔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시골의 한 동네이다. 문제는 전기가 없어 발전기로 제한 송전을 한다는 것이고, 물이 부족하여 간단한 세수만 가능하다. 핸드폰이나 카메라 충전도 주어진 시간에만 간단히 가능해 눈치껏 해결해야 한다. 간단히 차를 한잔 하고 맥주를 딱 한잔만 했는데, 여기도 고도가 만만치 않아 다량의 술은 곤란하다. 빵과 수프가 제공된 현 지식으로 저녁 식사를 한 다음 양치질과 발만 닦는 시늉을 하고 잠을 잤다. 이튿날은 사막의 소금 호수에 사는 풀라멩고를 찾아가는 여행이다.
아침에 일어나 빵과 수프, 누룽지와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8시가 되어 출발했다. 한참의 비포장과 고산지대를 오르내리며 카냐파 호수[Laguna Canapa]호수, 에디온다 호수[Laguna Hedionda]에서 우아한 플라밍고를 만났다. 플라밍고는 관광객과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먹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암수 같은 색깔로 부리 가장자리에 있는 빗살모양의 여과기를 통해 찌꺼기를 걸러내며 먹으를 먹는다고 한다. 민물이나 소금기가 있는 물 또는 바닷물이 고인 호수·갯벌 등지에 산다. 언젠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 언저리에 있는 대서양에서 만났던 플라밍고가 떠오른다.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는 모습이 사막과는 상관없이 평화스럽기만 하다.
우아한 듯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듯한 홍학을 멀리하고 차량은 저녁때가 되어 콜로라다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붉은 띠를 두른 호수 콜로라다 호수[Laguna Colorad]를 보기 위해서이다. 콜로라다 호수의 아름다운 색상은 삭막한 사막에서 만나는 신비한 색깔이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붉은색으로 보이지만, 각도와 위치에 따라서는 보라색, 붉은색, 청색, 하늘색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큰 호수 전체가 붉은 꽃을 뿌려놓은 듯한 붉디붉은 모습이다. 소금사막에서 만나는 또 다른 환상적인 호수이다. 고단한 우유니 사막의 여행이었지만 가는 곳마다 만나는 황홀한 풍경은 고지 적응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신을 빼앗아 갔다. 4,200 고지에 있는 숙소에서 누룽지와 컵라면으로 우유니 사막 여행을 마무리하고, 내일은 칠레의 산페드로 산타카마 사막으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