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산행, 평생의 놀이였다.

(친구와 산행을 하다, 몽골 흡수골 초원지대)

by 바람마냥

상쾌한 아침 바람이 분다. 친구와 어울려 뒷산을 오르는 중이다. 구정 연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았다. 며칠 전과 다른 바람이 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찬바람이 아니라 따스함이 살짝 묻어 있는 바람이다. 살갗에 스치는 촉감이 통쾌함을 안겨주는 맛이다. 더운 한 나절, 시원한 바람이 살갗에 스치는 신선한 맛이다. 벌써 농사철이 나선 듯, 농부는 포도나무 가지 전지를 하고 있다. 풍성한 가을을 보는 포도밭 풍경이다.


언제나처럼, 친구는 반만의 준비를 하고 나왔다. 커다란 배낭에 먹을 것을 넣고, 등산용 스틱도 손에 들려있다. 몇십 년을 같이 한 친구, 언제나 철저하게 준비하는 친구의 모습이다. 입심 좋은 친구는 여전히 시원한 바람을 침이 마르게 칭찬한다. 산에 오길 잘했다는 것이다. 아내를 끔찍이도 챙기는 친구는 또 그 소리이다. 집에 있으면 집사람이 싫어해 눈만 뜨만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도 좋은 걸 왜 집에 있느냐는 것이다. 좋은 친구와 같이 산행을 하는데 부러울 것이 없단다. 고등학교부터 같이 붙어 다녔으니 강산이 몇 번이 변했던가?


가정사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친구이다. 언제나 유쾌하게 하는 말마다 기분을 좋게 하는 친구이다. 만나자마자 좋은 친구와 산행을 하니 더 좋을게 뭐냐는 친구이다. 말할 것도 없는 친구이다. 자전거로 전국을 누비고, 30년 가까이 세계여행을 동행한 친구이다. '어'하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는 친구이다. 친구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는 산행은 가볍기만 하다. 혼자 올랐을 때 지루했던 산길이 어느새 중턱에 올랐다. 산길에서 만난 나무는 벌써 봄 준비가 끝이 났다.


산 중턱에서 만난 생강나무는 엊그제 보다 꽃망울이 훨씬 커졌다. 옆에 있는 진달래도 꽃망울이 더 커졌다. 생강나무는 바로 꽃을 피울 태세이다. 시원한 바람이 산 위에서 쏟아진다. 언덕을 오르며 친구는 또 오길 잘했단다. 시원한 바람을 집에 있으면 맛볼 수 있느냐는 말이다. 더구나 좋은 친구가 있으니 더 좋을 것이 없단다. 의자에 앉자마자 배낭에서 먹거리를 꺼낸다. 아내가 준비해 준 초콜릿이란다. 하나를 먹었더니 또 하나를 준다. 하나로 족하다는 말에 넣어 두었다 먹으란다. 등산객이 지나가자 서슴없이 인사말을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란다. 지나는 등산객이 유쾌하게 인사를 받는다. 보는 사람도 유쾌한 인사말이다.


길을 잡아 오르는 길엔 사람 발길이 뜸하다. 지나는 등산객을 만나자 어김없이 또 인사를 한다.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란다. 지나는 사람도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며 지나간다. 양쪽으로 있는 가파른 낭떠러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친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른다. 너와 함께 와서 너무 좋단다. 벌써 세 번째 그 말을 한다. 혼자도 좋은 산에 동행한 친구가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내 가슴속에도 있는 생각이다. 친구는 그것을 말로 한다. 기분이 좋다는 말을 수없이 한다.


봄이 오는 냄새를 맡으며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 쌓아 놓은 돌탑을 만났다. 친구는 돌을 쌓아야 한단다. 한 개의 돌을 쌓으며 우리의 건강을 빈다. 또 하나의 돌을 쌓으며 인류의 평화를 빈다. 부담 없이 하는 말이지만 기분이 좋고 유쾌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두어 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아래, 절집에 다다랐다. 많은 등산객들이 보인다. 절집 아래 맑은 샘물을 담는 사람들이 보인다. 언제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친구는 성큼 다가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인사를 한다. 물을 받던 사람이 먼저 물을 마시라며 얼른 비켜준다. 유쾌하게 인사말로 되받으며 좋아한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조용한 절집에 올랐다. 산에 왔으니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가야 한단다.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돈을 챙긴다. 단정히 옷을 정리하고 절집에 들러 절을 한다. 살아있음이 감사하고, 베풀어 줌이 감사해서 절을 해야 한단다. 한마디 한마디가 기분 좋게 하는 말이다. 나는 친구를 위해 무슨 말을 했나? 어떤 말로 그를 즐겁게 했는지 생각해 본다.


점심때가 되어 들른 식당에는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다. 한쪽에 앉아 낮부터 막걸리를 한 잔 했다. 오늘도 살아온 이야기를 되뇌며 하루가 즐겁다. 하루하루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평생 여행 이야기를 또 한다. 언제나 이야기해도 지루함이 없는 유쾌하고 즐거움을 주는 친구이다. 모르는 사람과도 아무 거리낌 없이 인사를 나누고 즐거움을 주는 친구이다. 점심을 마치고 나오며 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너무 맛이 있어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단다. 주인은 고마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친구와의 만남은 언제나 유쾌하다. 만나서 즐겁고 주고받는 언어가 유쾌하다.

오늘, 친구와 산행은 산행 아닌 유쾌한 놀이였다. 유쾌한 놀이를 할 수 있는 평생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나는 어떤 말로 친구를 즐겁고도 유쾌하게 했는가? 돌아오는 길에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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