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회장님도 돈이 좋으신가 보다.

(다시 만난 전원일기, 오래전에 만난 센 강)

by 바람마냥

전원일기를 만났다. 채널을 돌리던 중 손이 멈추고 말았다. 오래전, 즐겨보았던 드라마였기에 잠시 눈이 멈추고 만 것이다.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드라마였다. 적어도 DNA 검사는 없는 드라마였다. 화면이 좋지 않아 눈을 찡그려야 하지만 마음만은 산뜻하다. 역시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가 그리움을 준다. 오늘은 돈에 관한 이야기가 펼치지고 있다.


아들 내외가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들이 봉투를 꺼내 부모님께 드린다. 며느리가 필요한 곳에 쓰시라는 말을 남기고 아들 부부가 나간다. 아들 내외가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난리가 났다. 회장님 내외가 봉투 쟁탈전이 벌어졌다. 회장님이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회장님은 돈 봉투를 내놓으라며 작은 소리와 눈짓으로 호통을 친다. 아내는 2만 원만 내밀고 호주머니에 넣고 만다. 그래도 봉투를 내놓으라 재촉하자 얼른 일어나 시어머니 방으로 피신한다. 회장님도 질 수 없었나 보다. 어머니 방으로 따라간다. 방에 들어서자 아내는 어머니 어깨를 주무르며 눈길을 피한다. 회장님은 온갖 눈짓을 하며 봉투를 내놓으라 협박한다.


일용이 발에 상처가 생겼다. 퉁퉁 부었지만 낫겠지 하면서 그냥 버틴다. 눈치 빠른 엄니한테 들키고 말았다. 엄니는 병원에 가야 한다며 며느리에게 돈을 달란다. 복길 엄마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머뭇거린다. 얼마가 필요할까, 얼마를 내놓아야 할까 생각 중인가 보다. 일용엄니는 왈칵 화를 내며 돈을 낚아챈다. 남편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이 아까워 망설이냐는 뜻이다. 역시 보는 사람 속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일용엄니이다.


돈,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이다. 돈이 없으면 하루도 살아가 수 없다는 생각이다. 우선은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한다. 그리고 또 입어야 한다. 의식주의 해결이 되어야 한다. 사계절이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요즈음은 변하는 날씨 덕에 조금 수월해졌다. 의식주 외에도 필요한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전기세가 필요하고, 수도세가 있어야 한다. 일일이 말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LH 한국 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개발예정지에 미리 땅을 샀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거대한 돈으로 땅을 산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민들을 위하는 척 온갖 언어로 공격한다. 사실은 자신들의 처지가 곤란해질까 봐 하는 짓임은 모두 아는 일이다. 혹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리 쪽이 그 일로 밀리지나 않을까? 온갖 언어로 그들은 공정하고 깨끗한 듯이 지껄여댄다. 정치하는 그들은 깨끗하다고? 돈에 자유롭고 정의롭다고?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음을 매일 느끼고 있다. 일용이 다리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돈 정도는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병원에도 갈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몸이 부서져도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이다. 몸이 부서질 듯이 돈을 벌어 살림이 간간해졌다. 세월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어 누릴 세월도 많이 지났다. 회장님처럼 아내와 봉투 싸움할 처지만 되어도 살아봄직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언제나 부동산 정책을 들고 나선다. 서민들도 들어봄직한 정책일까 기대해본다. 물론 쓸데없는 기대임을 안다.


부동산 정책이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부동산 정책을 잘 펼친단다. 서민들 귀에는 들으나 마나 한 소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혹시나 하지만 알고 보면 서민에겐 전혀 쓸데없는 기대였다. 평생을 벌어도 만질 수 없는 돈을 순식간에 벌었단다. 수십억이 순식간에 오간다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모든 것을 끌어 모아 해봐야 한단다. 오죽하면 영혼까지 끌어 모아야 한다던가! 갑자기 有錢無罪 無錢有罪가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나와는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듯한 먼 나라의 이야기이다. 수십억을 깔고 살면서 세금엔 관심이 없단다. 모두 그들만의 리그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대부분 적당한 서민들이 이 땅을 메우고 있다. 대부분인 서민들이 살아갈 재미를 느끼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누구들처럼 개발예정지를 알 수도 없지만, 알 필요도 없다. 부동산을 살 돈이 없다. 수십억 부동산은 없어도 적당한 서민들이 상처를 치료할 돈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넉넉해지면 봉투 싸움을 할 정도까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적당한 봉투 싸움을 하려면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할까? 얼마나 더 벌어야 할까? 돈벌이는 언제까지 해야 되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고 처지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궁금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이라도 행복한 봉투 싸움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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