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어디서도 잘 자란다.

(미나리를 심는 생각, 몽골의 초원지대)

by 바람마냥

미나리, 요즈음 세간에서 많이 듣는 소리이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다'는 어느 한국 가족의 이민 이야기 때문이다. 미나리, 우리에겐 익숙한 나물이다. 청도에선 대량으로 재배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남원 미나리도 유명하다. 근대 초기까지는 왕십리에 많은 미나리 밭이 있었다고 한다. 봄이면 밥상에 올라 입맛을 돋워주는 나물이다. 상큼한 맛에 몸서리가 처지는 진한 맛을 선사한다.


미나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가까이에서 자라왔다. 논 한 구석에서도 자랐고, 작은 도랑에서도 푸름을 과시했다. 오래전, 시골집에는 언제나 시원함을 주는 우물이 있었다. 위로는 멋진 향나무가 그럴듯하고, 맑은 우물에는 언제나 민물가재가 헤엄을 쳤다. 누구도 범절 할 수 없는 절대지존의 우물 밑으로 작은 도랑이 흘렀다. 그 도랑가에도 파란 미나리가 언제나 있었다. 연초록빛 연한 잎을 잘라 상큼한 초를 친다. 적당한 양념과 무쳐 내면 밥 한 그릇이야 문제가 아니었다.


미나리는 조선시대에도 중요한 채소 중의 하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미나리김치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미나리 김치를 많이 담가 먹었다고 한다. 가끔 봄 미나리에 무를 얇게 썰어 넣은 물김치는 지금도 즐겨먹는 음식이다. 미나리 냄새와 빨간 고춧가루 물이 어울리며 멋진 맛을 선사하는 별미이다. 지금은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나물이 되었다. 깨끗하게 손질된 미나리를 언제나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봄철 도랑에서 자란 돌미나리 맛이야 당할 수 있겠는가?


처갓집 세배는 미나리강회 먹을 때 간단다. 미나리 맛이 최고라는 뜻일 것이다. 멋진 맛을 찾아 미나리를 위한 시도를 해 봤다. 몇 년 전에 준비한 시골집 앞에 작은 도랑이 있다. 집 아래쪽으로는 돌미나리가 파랗게 자라고 있다. 이웃집 앞에 자란 돌미나리를 뜯어먹어도 된다. 하지만 조금은 불편하다. 그래서 집 앞 도랑에 작은 미나리 밭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게 뿌리를 구해 도랑에 심었다. 주변에 작은 돌로 둥그런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다. 몸살을 앓더니 어느덧 자리를 잡는 듯했다. 어느 날 여름 장마가 왔다. 비가 심하게 퍼부었다. 한 순간에 미나리 밭은 흔적이 없어졌다. 참, 무심한 여름 비였다.


미나리, 근채(芹菜), 수근(水芹)라고도 하며 독특한 풍미가 있다. '芹菜'의 '芹'은 미나리를 의미하는 미나리 '근'자이다. 미나리는 연하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은 채소이다. 거기에 인재 양성의 뜻도 담고 있다 한다. 조선시대 유생(儒生)을 교육하던 성균관을 ‘芹宮(근궁)’이라 했는데, 바로 ‘미나리 밭’을 뜻한다고 한다. 사대부집에서는 집안에 미나리를 직접 길렀다고도 한다. 인재를 자라게 하는 곳이 미나리 밭이라니 외면할 수 없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는 채소이다.


미나리에 담긴 깊은 뜻도 모르고 미나리를 길러 보려 했다. 단지 오래 전의 기억과 상큼한 맛을 위해서이다. 쓸려간 미나리밭이 아쉬웠는지 아내가 스티로폼에 작은 미나리 밭을 만들었다. 뿌리가 몸살을 앓더니 이제 자리를 잡았다. 푸르름이 물들었다. 인재를 자라게 하는 미나리 밭이라니, 은근한 기대와 더불어 상큼한 맛도 기대해 볼 만하다. 오늘도 물을 주며 미나리를 살펴본다. 아직은 믿을 만하다.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했던 봄나물, 미나리이다. 상큼한 맛을 주고, 인재양성을 의미한다는 미나리가 세계인의 중심에 우뚝 섰다. 어디에서도 잘 자란다는 미나리를 보러 극장엘 갔다. 코로나 19로 일 년 만에 가는 영화관이다. 200석 가까운 극장에 들어서자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시작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인기척이 없다. 불안하다. 넓은 공간에 아내와 둘이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아서이다. 보통 때이면 호젓해 좋을 테지만 시절이 어수선해서 불편하다. 시간이 임박하여 몇 사람이 입장했다. 모두 합해야 열명 남짓한 인원이다. 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영화를 감상하는 극장 풍경이다.


미나리강회 먹을 때 골라 세배 간다 할 정도로 맛있는 미나리다. 인재 양성을 뜻한다는 거룩한 뜻도 담고 있다 한다. 사시사철 미나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풍성한 입맛 돋워주는 상큼한 돌미나리가 있다. 봄철 가느다란 물이 흐르는 돌 틈에서 만난 미나리이다. 어디서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맛이다. 아내가 만든 작은 미나리 밭을 기대하고 있다. 멋진 맛을 주는 미나리가 그 속에서도 잘 자랄 것이다. 어디서도 잘 자란다는 미나리가 세계인의 중심에 있다. 어디서도 잘 자라는 영화 'MINARI', 봄철 입맛을 돋워주는 미나리를 생각나게 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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