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이 바위에 봄을 씌웠다.

(돌나물의 추억, 손녀의 화단)

by 바람마냥

오래전, 어머님은 봄이 되면 바쁘셨다. 집 둘레에서 삐죽이 내미는 봄나물 때문이다. 냉이가 있었고, 쑥이 있었다. 그리고 뒤뜰 돌 틈에는 어김없이 돌나물이 돋고 있었다. 파릇한 이끼 곁에 살아남은 작은 돌나물은 푸름을 가득 안고 기어이 돌 틈에 살아남고 말았다. 돌나물을 한 움큼 솎아 낸다. 적당히 솎아내야만 다시 멋진 맛을 볼 수 있다. 허투루 뿌리가 뽑아지면 흙을 모아 다시 묻어주면 되었다. 어떻게든지 뿌리를 내려 싹을 밀어내고 말기 때문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게 살아남음이 경이롭기도 했었다. 그 돌나물이 그리워졌다.


시골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물을 좋아하는 아내, 친구에게 돌나물 뿌리를 얻어왔다. 돌나물 뿌리를 뒤뜰에 정성껏 심었었다. 지난해에는 첫해라 그런지 푸름이 어설펐다. 그럭저럭 한 해가 지나고 올봄, 푸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생명의 위대함을 보여주듯 삶에 신이 났다. 대지의 경이로움을 알려주려는 듯하다. 바위 밑에 자리한 돌나물은 어느새 바위를 타고 올라 푸름으로 바위를 덮었다. 쓸쓸함에 익숙하던 바위는 어느새 푸름에 감탄을 한다. 생명을 넘겨받은 바위가 오늘도 신이 났다. 아침마다 이슬을 먹은 돌나물이 오래전 그리움을 전해준다. 떨어진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잎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IMG_8137[1].JPG 푸름을 가득 먹은 돌나물

돌나물, 수분이 풍부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 생으로 먹는데, 칼슘과 인 그리고 비타민 C가 풍부한 봄나물이다. 해열과 소염작용이 있어 간 보호, 황달 및 급성·만성 간염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칼슘 함량이 우유보다도 많고 수분은 수박보다 많다고 한다. 고지혈증이나 골다공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하니 빼놓을 수 없는 봄나물이다. 적당히 뿌리가 자리 잡은 돌나물은 삶에 신이 났다. 근처의 땅에도 엉금엉금 기어 빈자리가 없다. 푸름이 넘쳐 곳곳에 흩뿌려 놓았으니 시골집은 이래저래 신이 났다.


점심 상에 파란 돌나물과 고실고실한 쌀밥이 놓여 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하얀 쌀밥과 돌나물의 조화는 빼놓을 수 없다. 두 식구 반찬으로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작은 접시에 담아 상큼한 초고추장을 뿌려 놓았다. 푸름에 얹힌 붉은색이 그럴듯한 조화이다. 한 젓가락 입안에 넣으니 봄이 그대로 들어왔다. 아삭한 식감에 묻어나는 푸름이 입안으로 가득 퍼져 온 것이다. 쌀밥 한 숟가락에 돌나물 한 젓가락이 만났다. 입안에서 하얀 쌀밥과 돌나물이 엉키며 맛을 낸다. 그 맛은 구수하면서도 꾸밈이 없는 철이 없는 대단한 맛이다. 상큼하고 신선한 그 맛은 잊을 수 없었던 오래 전의 그 맛이다.


도톰한 작은 잎이 전해주는 맛이 크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맛이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맛이다. 널따란 양푼에 쌀밥을 쏟아 넣는다. 돌나물을 서너 젓가락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이 참여했다. 깨소금도 거들었다. 숟가락보단 젓가락이 제격이다. 돌나물이 상하기에 젓가락을 이용한다. 젓가락으로 몇 번 휘휘 저어 주면 멋들어진 점심이다. 하얀 쌀밥에 고추장의 붉은빛이 물들였다. 그 속에 푸름이 섞여 있는 잊을 수 없는 조화이다. 곳곳에 푸름을 가득 안은 돌나물이 고개를 든다. 환상적인 어울림이다. 한 숟가락 가득히 입안에 들어왔다. 환장할 봄의 맛이다. 얼큰한 물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맛이다.


붉은 고추를 간 빨간 물에 돌나물이 떠 있다. 빨간 고춧물 속에는 작고도 납작한 무가 있어야 한다. 예쁘게 잘린 무가 섞여야 하고, 하얀 배추가 떠 있어야 제격이다. 적당한 크기의 하얀 배추는 아삭한 맛을 돋워준다. 조금 더 인심을 더해 아삭한 오이와 미나리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다. 붉으스레 한 고춧물 속에 하얀 무와 배추 그리고 파릇한 돌나물이 떠 있다. 그 속에 또 오이와 미나리까지 가세했다. 파릇한 미나리는 향긋함까지 안겨준다. 향긋한 비빔밥을 넘기고, 얼큰한 물김치를 한 숟가락 떠 넣었다. 입속이 조금은 얼얼하지만 개운한 맛을 안겨주는 기막힌 맛이다.


고소함에 아삭한 돌나물 그리고 쌀밥의 구수함은 입을 떠날 줄 모른다. 봄이 한가득 입으로 들어온 것이다. 오래 전의 어머님의 손맛이 찾아왔다. 어머님을 소환해 주는 즐거움이다. 양푼에 가득하던 비빔밥은 온데간데없다. 그리움과 고마움을 전해주는 돌나물이다. 봄기운에 대지가 만든 봄 축제로 살맛 나는 계절이 되었다. 곳곳에 푸름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봄이 찾아왔다. 다시는 또 만날 수 없는 봄이기에 작은 돌나물이 눈물겹게 감사하다. 아름다운 봄날을 소환해 주는 멋진 돌나물과의 만남은 시골에서 만난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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