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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n 25. 2021

우연히 만난 '세계 테마여행', 몽골

(몽골여행의 추억, 몽골 초원의 아침)

늦은 아침을 먹고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다. 평소엔 텔레비전과는 별로 친하지 않은 편이다. 드라마나 오락프로는 전혀 관심이 없고, 가끔 여행 프로그램이나 스포츠에 관한 프로만 보곤 한다. 방송국관계자들이 기피하는 삶의 표본일 것이다. 우연이 틀어 본 텔레비전, 고운 모래사막이 펼쳐진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숨이 멎었다. 어디일까 자세히 보니 몽골의 고비사막 홍그린엘스라는 곳이다. 오래전에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사막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해 준 곳이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과의 만남이었다.


해질 무렵에 도착한 고비사막의 홍그린엘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배경 삼아 바라본 엄청난 광경이었다.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가? 세상에 쓸모없는 땅으로 생각해 왔던 사막,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후에 배낭여행을 하면서 사막을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중요한 여행지 중에 하나가 되기도 했다. 무너질 듯 쌓아지는 모래밭,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풍경은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곳곳에 쌓여있는 고운 모래성은 밟고 올라가기가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고비사막, 홍고린 엘스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고비사막의 촉감,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맛이었다. 곳곳에서 친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사막을 만났기 때문이다. 서서히 해가 질 무렵, 우리는 낙타를 타야만 했다. 그들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 같이 낙타 등에 올라 사막으로 향하는 길은 그동안의 피로를 모두 씻어 주는 듯하다. 울란바토르에서 무려 800km를 달려 도착한 사막이기 때문이다.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사막 위를 걷는다. 발바닥을 간지럽히는 모래밭을 앉아보고도, 굴러보기도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 속에 어린아이가 되어 뛰어 놀고 있다. 머리가 희끗해진 늙은(?) 친구들이었다.

몽골 욜린암

몽골 여행, 순전히 배낭여행을 하기로 하고 비행기에 올랐었다. 이메일을 통해 첫날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간 몽골은 우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여행에 관한 시스템이 전무하고, 여행사조차도 찾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네 부부의 방을 예약했지만 커다란 방 하나에서 자야 한다는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하루를 지내고 여행 코스를 상의했지만 생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할 수 없이 찾아 나선 것이 여행사였다. 길거리에서 무작정 찾아 나선 울란바토르, 길을 찾는 한국말 소리에 이곳저곳에서 말참견을 한다. 한국에 노동자로 왔었던 몽골인들이다. 우연히 만난 마음씨 좋은 친구가 안내한 여행사는 한국인이 하는 여행사였다.

몽골의 불타는 계곡, 바얀작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찾아간 여행사, 열흘간 두대의 차량과 운전기사를 계약했다. 먹거리와 잘 곳은 운전기사가 안내하는 조건이었다. 계약을 했으면 계약서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무슨 계약서가 필요하냐는 말이다. 할 수 없이 건넨 돈의 액수를 쓰고 간신히 사인 받는 것으로 계약을 했다. 그렇게 출발한 몽골 사막 여행의 시작이었다. 열흘간 몽골인 기사들과 찾아 나서는 여행길, 긴박하고도 스릴넘치는 여행을 하면서 도착한 곳이 홍그린엘스였다. 곳곳에서 만난 게르체험, 두고두고 잊지 못할 일이었다.


모든 짐을 소련제 군용 차량 포르곤에 실었다. 사막에서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사막이 아닌 황무지 위에 수십 갈래의 길이 있다. 네비도 없고 지도도 없는 운전기사들, 수십 갈래의 길을 잘도 찾아 나선다. 하루 종일 달려가도 도달할 수 없는 사막 위에 있는 숙소를 정확히 찾아간다. 숙소는 그들이 주거지인 '게르'라는 몽골 전통 가옥이다. 게르엔 적당한 위치에 살림살이가 배치되어 있고, 모든 일상이 게르 안에서 이루어진다. 몽골인들의 현명하고도 안락한 집의 형태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안락한 주택으로, 잠을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대단한 깔끔함을 안겨주는 그들의 주택이다.

몽골 초원의 야생화

거대한 목초지에 그들의 삶의 터전이 있다. 수백 마리의 염소와 양들이 떼지어 다니고, 말을 탄 목동이 목초지를 따라 풀을 먹인다. 곳곳에 수도시설을 만들어 사람과 동물들이 목을 축인다. 널따란 초지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가축들, 한가롭게 가축을 돌보는 목동들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다. 파릇한 목초지에 하얀 양들이 떼 지어 다니며 풀을 뜯는다. 말을 탄 목동들이 가축들을 몰고 푸른 초원을 누빈다. 황량한 고비사막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열흘 동안 이런 광경에 매료되어 피곤한 줄을 모른다. 가다 물을 만나면 밥을 해 먹는다. 맑게 흐르는 냇물이 식수가 되고, 가축들의 생명수 역할을 한다. 

드넓의 초원지대

지는 노을을 맞이하며 잠을 청한 게르에서의 저녁들, 두고두고 잊지 못할 밤이다.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는 게르에서의 밤, 순박하고도 친절한 현지인들의 융숭한 접대는 어느 여행지에서도 만날 수 없는 경험이었다. 숨이 막힐듯한 언덕에 올라 바라본 넓을 사막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내려오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막의 한가운데에서의 추억, 게르에서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꺼내 주는 텔레비전의 화면이었다. 오래전에 시작한 친구들과의 배낭여행이 이렇게 소중할 줄은 미처 알지 못한 추억이다. 아내와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빠져든다. 살아가면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가 세계여행을 한 일이다. 수십 나라 배낭여행하면서 남아 있는 추억들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몽골 흡수골의 아침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막에서의 하루하루, 드넓은 초원에서의 시원한 밤, 쏟아질 듯 하늘에 가득한 별의 무리들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 광경을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한없는 그리움과 감사함으로 하나하나 기억해 보는 몽골의 추억, 넓은 사막에 비추는 햇살의 그림자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잊을 수가 없다. 한 방울의 물을 아끼려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했고, 과일 하나를 먹으면서도 감사해하는 그들의 삶에 탄복 했었다. 삶이 그렇게도 소중함을 일깨워 준 사막에서의 삶이었다. 어린 아이에서 어른까지 주어진 몫을 묵묵해 해내는 그들의 일상은 삶을 숙연하게 해 주었고, 일분 일초도 헛됨이 없는 삶에 가슴이 저려왔다. 


몽골 추억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곳이 몽골 북쪽의 흡수골이었다. 잊지 못할 몽골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 곳이 흡수골이었다.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에 탄복했고, 간단한 삶을 꾸려가는 그들에게 배워야하는 일상이 가득했다. 드넓은 초원에 살아 숨쉬는 야생화들, 안개가 드리운 초지에서 만난 양떼들과의 만남은 너무 행복했었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다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면 많은 곳 중에서 으뜸으로 가고 싶은 곳이 몽골의 사막 여행이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여행지, 몽골의 고비사막을 텔레비전에서 만났다. 코로나에 자유로워지는 날, 다시 추억을 찾아 행복한 여행을 시작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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