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비 오는 날

(여름비 오는날, 꽃 피운 도라지)

by 바람마냥

여름 비 오는 날 작은 논 자락에

도랑 타고 흐른 물 가득해지면

누런 일소 소리 없이 논을 일구고

뒤 따라 써레 판은 끌려 끌려서

자갈논을 요리조리 골라야 했다


새끼 송아지 어미 따라 어슬렁거려니

서성대는 새끼에 어미 소는 안달 나고

큰 눈 돌리며 두리번대도

뜰 앞 자갈논이 발길 막아섰다


여름 비 추근 대며 내려오는 날

버거운 보리 고개 얼추 넘으려

햇감자 거두고 눈물 비 가둔 논에

웃자란 모라도 심는 새벽길

오늘도 바쁘게 초여름은 익어갔다


내리는 빗소리 오래전 소리라

텃밭엔 더없는 단비가 되어

연초록은 익어 여름 깊어지고

가는 빗줄기 텃밭에 생명수 되니

채마밭은 한없이 분주해지며

여름은 그렇게 익어만 갔다


여름 비 오는 날 바빠진 여름은

연초록 익혀서 검푸름이 되고

검푸름 바람 타고 무르익어서

성스런 가을을 맞을 것이라

여름 비가 오는 날 그 들녘은

소리 없이 속속 익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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