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의 그리움, 부석사 전경)
여보, 가을이 더 깊어지면
그리운 부석사에 한 번 가보자
절집 오르는 양편에
빨간 사과 밭 너무 그립고
나물 파는 정겨운 할머니들
가끔은 이웃 할머니가 되고
더러는 떠나신 어머니가 되는
오래전 부석사에 한 번 가 보자
길가 노란 은행잎이 너무 아름답고
가끔 운이 넉넉히 좋으면
노란 은행나무 가지 밑 펄럭이는 헝겊에
멋진 사람 냄새나는 시구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 부석사에 가보자
오래전 어머니가 떠나시던 해
어머님이 불편해 누워있는 모습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당신과 함께 훌쩍 떠났었던 곳
아무 말 없이 동행해준 당신과
당신을 고마워하며 걷던 은행나무 밑을 지나
절집에 올라 바라본 긴 산줄기
소백산 줄기 타고 흐르는 구름
세월의 흐름처럼 쉬이 감이 아쉽지만
유유히 흐르는 모습 너무 아름답고
어머님이 굽이굽이 떠오르고 그리워
눈물이 나도록 보고픈 부석사에 가보자
이렇게 가을이 더 깊어지면
우리 그리운 부석사에 한 번 가자
소백산을 타고 흐르는 구름 보며
오래전 세월 그려 보기도 하고
절집 분위기에 젖어 내려오는 길에
너무 잘 익어 갖고 싶은 사과도 사고
나물 파는 다정한 할머니들에게
넉넉히 값 드리면서 찬거리 얻으러
오래전 기억 속에 있는 부석사에 가자
더 내려와 절집을 벗어 날 무렵
널찍한 평상에 퍼질러 앉아
큼직한 파전 한 장에 막걸리 한 잔으로
묵은 세월 속에 가라앉은 앙금들
세세히 닦아 내며 막걸리 한잔 마시러
가을이 더 깊어지면 그리운 부석사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