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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Sep 08. 2021

가을이 더 깊어지면

(부석사의 그리움, 부석사 전경)

여보, 가을이 더 깊어지면

그리운 부석사에 한 번 가보자


절집 오르는 양편에

빨간 사과 밭 너무 그립고

나물 파는 정겨운 할머니들

가끔은 이웃 할머니가 되고

더러는 떠나신 어머니가 되는

오래전 부석사에 한 번 가 보자

그리움이 가득한 부석사

길가 노란 은행잎이 너무 아름답고

가끔 운이 넉넉히 좋으면

노란 은행나무 가지 밑 펄럭이는 헝겊에

멋진 사람 냄새나는 시구가

가슴을 저리게 하는 부석사에 가보자


오래전 어머니가 떠나시던 해

어머님이 불편해 누워있는 모습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당신과 함께 훌쩍 떠났었던 곳


아무 말 없이 동행해준 당신과

당신을 고마워하며 걷던 은행나무 밑을 지나

절집에 올라 바라본 긴 산줄기

소백산 줄기 타고 흐르는 구름

세월의 흐름처럼 쉬이 감이 아쉽지만

유유히 흐르는 모습 너무 아름답고

어머님이 굽이굽이 떠오르고 그리워

눈물이 나도록 보고픈 부석사에 가보자

흐르는 구름 따라 그리움도 흐르고

이렇게 가을이 더 깊어지면

우리 그리운 부석사에 한 번 가자


소백산을 타고 흐르는 구름 보며

오래전 세월 그려 보기도 하고

절집 분위기에 젖어 내려오는 길에

너무 잘 익어 갖고 싶은 사과도 사고

나물 파는 다정한 할머니들에게

넉넉히 값 드리면서 찬거리 얻으러

오래전 기억 속에 있는 부석사에 가자

잊지 못할 은행나무 길, 부석사 입구

더 내려와 절집을 벗어 날 무렵

널찍한 평상에 퍼질러 앉아

큼직한 파전 한 장에 막걸리 한 잔으로

묵은 세월 속에 가라앉은 앙금들

세세히 닦아 내며 막걸리 한잔 마시러

가을이 더 깊어지면 그리운 부석사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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