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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산국(山菊)이 가을을 노래한다.

(산국을 보면서, 산국)

by 바람마냥

가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언뜻 그리움과 감사함이 겹쳐지는 성스런 계절이기도 하다. 계절을 노래하는 국화가 생각나고, 빨간 우체함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래전에 헤어진 친구가 그립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은 계절이다. 언뜻언뜻 떠오르는 무엇인가 찾아가는 계절, 찾을 수 없는 그리움이 퍼뜩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곳곳에 피어나는 국화가 진한 향긋함을 주는 계절이다. 국화의 아름다움에 젖어들 무렵,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엔 노란 꽃이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나는 길에 만난 노란 꽃, 꾸밈이 없고 다듬어짐이 없는 순수함에 고개를 끄떡여지는 꽃이다. 노란 한 무더기의 꽃, 무슨 꽃일까? 우선은 들국화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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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하면 우선은 멋진 보컬팀이 떠 오르기도 한다. '걱정 말아요 그대'로 유명한 가수 전인권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멋진 외모로 가을을 떠오르게 하는 노래를 많이 부른 팀이다. 전인권을 메인보컬로 아름다움과 감성을 가진 시어가 듬뿍 담긴 노래를 불러 늘 고마워하는 가수들이다. 들국화란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꽃으로의 들국화는 어떤 꽃일까? 들국화는 특정한 국화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로 산과 들에서 피는 야생국화를 총칭하는 말이란다. 들국화에는 산국, 감국, 구절초, 개미취, 쑥부쟁이, 해국 등 다양한 꽃이 있다. 들국화 중, 요즈음 노랗게 피어있는 꽃이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이다.


시골길이나 고속도로변에 노랑빛을 내며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가을빛이 짙어지면서 노랑빛은 점점 깊어만 간다. 시골 길가에도 무더기로 자리를 잡고 넉넉하게 꽃을 피웠다. 곳곳의 양지바른 산자락에도 풍성한 꽃이 피었다. 시골집 담벼락 언저리에도 노랗게 피어 하늘 거린다. 대부분이 산국이다. 산국이 자잘하게 꽃을 피우며 향을 쏟아내고 있다. 바람 따라 일렁임에 꽃을 찾은 벌들은 어지럽기만 하다. 산국(山菊)과 감국(甘菊)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냥, 들국화라고 하면 편하다. 어렵게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괜한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좋은 점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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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산국은 꽃잎이 쓰고, 감국은 꽃잎이 달다. 산국은 맛이 쓰고 맵다 하여 '고의(苦薏)'라고 하는 반면, 감국은 꽃잎을 씹으면 단맛이 난다 하여 감국(甘菊) 또는 단국화라 한다. 산에서 주로 자라는 산국은 개국화라고도 부르며, 산국은 꽃잎이 작아 2cm 정도에도 못 미치는 반면 감국은 산국보다는 크다. 감국의 꽃잎이 크다는 것이다. 산국의 줄기는 초록빛이지만 감국은 살짝 붉은빛이 보인다. 꽃을 보면 산국은 작은 꽃이 잔가지에 많이 피는데 감국은 꽃대가 길쭉한 모양을 하고 있다. 자라는 서식지도 달라서 산국이 양지쪽에서 주로 자라고 감국은 반음지 쪽에서 자라고 있다.


양지바른 곳에서 국화꽃을 따는 사람들이 있다. 국화차를 만들기 위해 꽃을 따고 있는 것이다. 자잘한 꽃이지만 뿜어내는 향기가 그윽하고 향기롭다. 많은 효능 중에서도 두통에 좋다 하여 국화 베개가 유명하기도 하다. 술을 담그거나 차를 끓여먹는 것이 감국인데 산국은 독이 있다 하여 조심스러운 꽃이기도 하다. 지나는 길가에서 노란 산국을 만났다. 푸르른 하늘 밑에 노란 꽃을 가득히 피웠다. 한 무더기가 바람에 흔들리는 가 했는데, 작은 집 울타리에도 산국이 자리 잡았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곳이다. 누구 하나 봐주지 않는 꽃이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동네 벌이 다 모여있다. 흔들리는 바람에 벌들이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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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녁엔 많은 국화를 만날 수 있다. 곳곳에 가을을 노래하는 예쁜 국화가 가득하다. 인간의 숨결이 가득 담긴 국화들이다. 열을 지어 꽃을 피웠고, 가지런히 색까지 맞추었다.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근엄한 국화가 키까지 맞추어 꽃을 피웠다. 차렷 자세로 긴장된 모습으로 열병식을 하고 있다. 다리부터 머리끝까지 여유도 없는 꽃이다. 인간의 입맛과 손길이 담긴 국화가 서 있다. 우두커니 서 있는 국화는 바람결에도 흔들림이 없다. 각이 선 표정으로 한 곳만 응시하고 있는 길들여진 가을 국화다. 가을이 떠오르는 꽃이지만 인간의 잔인함도 함께 하는 꽃, 지나는 길에 만난 들국화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인간의 삶들은 어떠할까? 그리고 나의 삶은 어떠했을까? 꽤 여러 계절 동안 흔들리며 살아온 삶이었다. 흔드는 세월 속에서도 물이 흐르는 듯한 삶을 그리워했다. 비록 작은 꽃이라도 전혀 구김이 없는 산국과 같은 삶,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담긴 삶을 그리워만 했다. 왜 그리워만 하고 살았을까? 세상의 많은 삶들과 어울림은 만만치 않았다. 인간의 거친 숨결이 담긴 무언가를 좇아 살아야 하는 삶이었다. 가득한 허덕임을 헤치고 나오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엔 용기가 필요했고 외로움이 있어야 했다. 고독한 싸움이 있어야 시원한 바람 속 삶을 찾을 수 있었다. 작은 바람이라도 만난 삶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산국은 아직도 샛노란 빛이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춤을 추고 있다.


산과 들에 노랑빛이 가득히 머문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들국화, 나름대로 가지가 자랐고 꽃을 피웠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가지를 불렸고, 꽃을 피웠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어색하지 않은 국화다. 인간의 손길에 따라 길러진 국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품위가 있다. 국화의 위엄을 갖춘 국화다. 인간의 욕심 따라 각이진 아름다움이 아닌, 곡선과 유연함을 함께한 아름다움이다. 바람이 찾아왔고 지나는 벌이 찾아왔다. 지나는 길에 들이 민 코를 뗄 수가 없다. 향긋함에 가을 냄새까지 안겨주기 때문이다. 가끔 나비도 찾아오는 들국화, 국화의 품위가 배어 있는 산국이다. 산자락에 핀 산국을 보면서 자연의 위대함과 감사함을 느껴보는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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