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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an 10. 2022

세상에 쉬운 일은 한개도 없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난과 수석 한점)

지인들과 어울려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다. 예방접종을 완료했고 거리두기를 했다지만 식사 후엔 얼른 일어서야 마음이 편하다. 출입문 들어올 때 신발을 벗어 신장에 올려놓았었다. 신발을 꺼내 툭하고 내려놓는다. 운이 좋으면 신발이 가지런히 놓이지만 대개는 불편하게 놓이고 만다. 한 짝이 넘어지거나 멀리 튀어가 버린다. 허리를 굽히지 않고 편히 서서 툭 놓았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허리를 숙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애초에 허리를 숙이고 놓을걸 하며 후회를 한다. 휴지를 휴지통에 던졌다. 용케도 휴지통에 들어가면 기분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휴지를 주으러 허리를 굽혀야 한다. 또 후회를 한다. 애초에 허리를 굽혀 휴지통에 넣을 걸 그랬다고.


거의 10년 가까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SUV 차량이다. 사륜구동으로 시골길에도, 눈길에도 조금은 더 안전하다는 생각에 고집하고 있다. 시골에서 얻어지는 다양한 수확물도 실어 나를 수 있고, 자주 가는 여행에 필요한 짐을 수월하게 싣기 위함이기도 하다. 처음에 세단형을 타고 다녔지만 그 후로 SUV 차량만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자전거를 좋아해 차량 위에는 자전거 캐리어도 설치했다. 문제는 캐리어가 자동차를 세차하는데 늘 불편하다는 점이다. 자동세차기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편리함엔 늘 불편함이 동반되기 마련인가 보다.며칠 눈길을 오갔기에 셀프 세차장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요즈음엔 찾기도 힘든 셀프 차장이다. 물을 뿌리고 거품 세차를  다음, 물기 닦는 곳으로 차를 이동했다. 물기를 닦아내고 수건을 빨기 위해 다가선 수돗가,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눈앞에 있다. 큼지막한 문구가 내려다보고 있다. 웬일일까? 누군가가 자동차 발판용 매트를 여기서 세척하는가 보다. 사용료를 내고 매트용 세척기를 이용하라는 문구였다. 옆에는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습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웃을 수도 없는 문구들이 씁쓸하지만 격하게 다가온다. 생각 없이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렇다. 세상엔 공짜도 있을  없고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쉬운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사람도 있다.

유치원에서 다 배웠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수채화를 그리러 다닌 지 꽤 오래되었다. 엄청난 화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수채화가 어떤 것이고 나도 할 수 있으려나를 알고 싶어 시작한 수채화다. 수채화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금방 알아차렸다. 수채화 기초부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수채화는 전혀 다른 세계였고, 감히 넘볼 수 없는 분야였다. 색상의 혼합으로 다양한 색을 만들어 내고, 각양각색의 조화를 만들어 낸다. 다양한 색은 물과의 조합에 따라 신기한 현상을 만들어 낸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화가만의 독특한 기법이 긴 세월 반복된 훈련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은 또 실감한 것이다.  

여러 날의 수고(수채화, 가을날의 계곡)

수채화를 하기 전의 생각, 화가의 천부적인 재질에 적당한 노력이면 그림을 그리려니 했다. 화가는 쉽게 그림을 그리는 줄 알았다. 쓱쓱 그려내는 그림이려니 했던 것은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화가가 쉽게 그리는 듯한 그림, 수십 년의 노고가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수천 장의 백지에 그림을 그려냈고, 수도 없는 물감을 허비했으리라. 알 수 없는 노고와 고뇌 섞인 화가만의 화풍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화가의 붓 끝에는 수십 년의 노고와 고뇌가 담긴 것이었다. 한 점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고뇌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산고의 고통이었다. 역시,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음을 깨닫는다. 오래전에 수석에 반해 수년간 산천을 헤맨 적이 있다.


새벽밥을 먹고 배낭을 챙겨 나선다. 수석이 있을만한 강가의 자갈밭을 종일토록 헤맨다. 셀 수도 없는 수백 개의 돌을 들었다 놓는다. 물에 적시어 손위에 올려놓고 바라본다. 방향을 다시 잡아 바라보고, 뒤돌아 다시 찾아 나선다. 깊이 박힌 돌을 캐려 괭이질을 한다. 헛된 괭이질로 수석이 깨지고 말았다. 실망스럽지만 다른 수석을 찾아 나서야 한다. 강가에서 찾아내는 수석은 수월하다. 몸통을 대부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만나는 수석은 또 다른 노동이 필요하다. 흙에서 캐내야 하는 수고가 뒤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고단한 수석의 채집 과정이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석 한 점

하루에 한 점, 또는 이틀에 한 점의 수석이 찾아지면 대단한 성과이다. 며칠을 다녀도 그냥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며칠간의 고생으로 수석 한 점을 찾았다. 흙을 닦아내고 수석을 앉힐 좌대를 깎아야 한다. 조각도로 나무를 깎는 작업을 한다. 좌대를 깎았으면 사포로 밀고 색을 입혀야 한다. 색을 입히고 적당히 말린 후, 수석을 연출해 놓아야 하나의 작품이 들어지는 것이다. 며칠의 탐석으로 찾아낸 수석, 좌대를 깎고 색을 입혀 멋진 수석이 탄생했다. 수석장에 놓고 감상해보는 수석, 그럴듯한 모습에 흐뭇하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수석 한 점, 며칠간의 끝없는 노고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정체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가 그 속에 숨어 있는 것이다.


어렵게 탐석 해 얻은 수석 한 점, 수석 한 점을 얻을 수 없느냐 한다. 수십 년의 노고와 인고의 고뇌 속에 그림 한 점을 그려낸다. 그림 한 점을 줄 수 없느냐 한다. 수석 한 점과 그림 한 점뿐이던가?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라도 있다던가?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어디에 있다던가? 세계적인 피겨여왕 김연아는 발목이 휘어질 정도로 러츠 점프 연습했고, 하루가 골프로 시작해서 골프로 끝났기에 세계적인 골프선수 박세리가 된 것이다.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끝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주는 삶의 지혜, 그리고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습니다'라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문구가 세차보단 삶의 지혜를 닦으라는 뜻으로 보이는 날이다. 세상엔 공짜는 없고, 삶의 지혜는 유치원에서 다 배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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