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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an 10. 2023

여수엔 밤바다, 정선엔 빛바다가 있다.

(빛의 향연을 찾아서, 정선에서 만난 불빛)

세상을 살면서 그래도 잘한 일은 여행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국내 여행은 물론이고 해외를 다닌 시간들이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적어도 수십여 나라는 넘었을 테니 그만하면 많이 한 것이 아닐까? 친구가 50여 나라를 다녔다는데, 그 보다 많을 테니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다. 동남아를 비롯한 유럽과 아프리카와 남미를 다녔으니 많이도 다녔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적어도 아파트 한 채는 되지 않을까? 20여 년 동안, 한 해에 두서너 나라는 다녔다. 가끔 만나는 텔레비전화면, 오래전에 다녀온 곳이 대부분이다. 참, 이런 경험을 언제 해볼 수 있다던가?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배낭여행이다.


오래전에 만났던 여행길,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엄청난 광경이었다. 프랑스의 세느강변의 야경을 능가했고,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사막도 넘어섰을법한 야경이었다. 도나우강이라 불리는 다뉴브강 선상에서 바라본 헝가리의 국회의사당 야경에 입을 벌리고 말았다. 2019년에는 한국 관광객들의 참변이 있었던 곳, 가수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서도 거론되는 다뉴브강이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머물던 잊지 못할 부다페스트의 야경이었다. 프라하 카를교의 야경도 빼놓을 수 없다. 검푸른 물결이 굽이치고 휘황찬란한 불빛이 쏟아지는 광경, 넋을 놓고 있기에 충분했다. 여행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

지난해 12월 어느 날, 뜬금없이 생각난 곳이 여수 밤바다였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생각난 것이다. 아내에게 여수 밤바다를 보러 가자 했다. 가끔 여수에 들러 먹거리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밤바다는 본 기억은 없었다. 아내가 동의해준 덕에 여수로 차를 몰았다. 순식간에 도착한 향일암, 언제 봐도 아름다운 절집이다. 향긋한 갓김치를 맛보며 올라선 향일암, 가슴마저 향긋해진 절집이다. 온갖 시름을 거둬내고 도착한 여수에선 케이블카를 타야 했다. 케이블카에서 돌아본 여수의 전경은 지는 해와 어우러진 모습에 숨어 멎었다. 모차르트의 고향 짤스브르크에서 만났던 풍경이 생각났다. 짤스브르크의 화려함에 뒤지지 않는 야경을 만난 후 케이블카에서 내려 찾아 나선 여수 밤바다는 더 황홀했다. 

낭만이 있는 곳, 여수 밤바다

거북선 대교에서 뿜어 내는 화려한 조명이 바다에 내려왔다. 출렁이는 바닷물이 되받아친 불빛은 허공을 헤매다 가슴으로 쏟아진다. 수많은 야시장과 주변에서 쏟아내는 불빛이 어우러진 별빛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야경이었다. 낭만포차를 찾기보단 황홀한 불빛에 한참을 서성인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곳곳엔 연인들이 손을 잡고 밤바다를 즐긴다. 불빛이 있고 사람이 섞여 어우러지는 곳, 여기는 대한민국의 한 항구 도시였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흘러나오고 여인들의 술자리가 있으며 사람들이 숨소리가 들리는 곳이었다. 여수 밤바다의 여운이 남아 있던 연말에 다시 찾아간 곳은 강원도 연탄의 고장, 정선군 고한읍이었다. 여기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부산에 사는 딸이 부산에선 볼 수 없는 눈을 찾아 정선엘 온단다. 손녀에게 눈에 대한 추억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이들과 같이 합류하여 찾아간 곳은 연탄으로 유명했던 고한읍이었다. 강원도에 무엇이 있을까를 의심하면서 찾아 나선 곳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주변엔 스키장과 각종 놀이시설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연탄불을 이용한 삼겸살 구이를 비롯해 수많은 먹거리가 지천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고 먹거리를 찾아온 곳이었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수많은 상점과 숙박시설이 있다. 주차할 공간이 없을 정도의 식당엔 사람이 넘쳐난다. 곳곳에 불야성을 이루는 곳에 사람의 활기찬 삶이 가득한 곳이었다. 

여수 케이블카에서 만난 풍경

식사를 하고 들어선 펜션에서 바라본 골짜기에는 찬란한 불빛이 가득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원랜드, 수많은 건물에서 쏟아내는 불빛은 장관이었다. 덩달아 맑은 하늘에서 쏟아내는 별빛 그리고 하얀 눈의 어울림은 여기가 어디인가를 의심하게 한다. 알량한 서민으로선 범접할 수 없는 카지노를 지난 곳곳엔 다양한 이벤트가 있다. 음악회도 있고 많은 선물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기타가 어우러진 시골 가수의 노랫소리를 뒤로 하고 나선 곳은 화려한 불빛이었다. 어느 곳에 눈을 두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얀 설원에 쏟아지는 불빛이 그려내는 다양한 모습과 별빛이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들이 올 수밖에 없는 화려한 조명, 누군가의 아이디어는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래전에 찾아간 스위스 인터라켄의 야경이 되살아 났다. 

강원랜드의 불빛

융프라우에 오르기 위해 하룻밤을 묵었던 인터라켄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숨을 멎게 했다. 골짜기를 하얗게 덮은 하얀 눈 위에 수많은 불빛이 쏟아진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별빛이 합세했다. 넋을 놓기에 충분했던 스위스의 인터라켄 야경을 강원도에서 만났다. 날씨는 춥지만 하얀 눈이 내리고 눈부신 별빛이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해외에서 만났던 화려한 불빛의 쇼를 만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여수엔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불빛이 있었고, 강원도엔 하얀 눈이 어우러진 불빛 쇼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래 전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아름다운 불빛을 연달아 만나게 된 여행길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불빛과 체코 프라하의 야경을 기억한다. 잘츠부르크의 엄청난 그림을 연상한다. 연말과 연초에 야경을 찾아 나섰던 홍콩 여행도 대단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화려하고도 소중한 불빛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사람이 함께 숨을 쉬고 더불어 살아가는 불빛이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난 찬란한 불빛이었다. 우리의 처절한 삶이 녹아있고, 삶의 숨소리가 들리는 불빛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났던 야경에 뒤지지 않는 소중한 불빛이 있었다. 여수에서 만난 화려한 밤바다와 정선에서의 신선한 야경은 잊을 수 없는 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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