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봄을 맞을 준비, 지난해 봄날의 정원)

by 바람마냥

한참의 가뭄은 대지를 바짝 말려 놓았다. 겨우내 뿌려 놓은 염화칼슘과 모래먼지가 골짜기를 지키고 있다. 비가 왔으면 하는 뜰에도 목이 마르다. 긴 호스를 수돗가에 연결했다. 우선 목마름이라도 꺼야 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오지 않은 비를 대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열심히 물을 뿌려 보지만 어림없다는 먼지는 온갖 심술을 부리고 있다. 잔디밭 가장자리 언덕에도 가뭄은 여전하다. 정성껏 물을 뿌려야 화려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고단한 봄날이지만 생명의 신비함에 쉴 수가 없다.


겨우내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꽃잔디가 몸을 들었다. 꼿꼿이 몸을 세운 꽃잔디가 가뭄과는 상관없이 대지의 물을 머금었다. 머리엔 먼지를 가득 얹고 아래쪽으론 열심히 물을 실어 날랐다. 줄기엔 어느덧 봄을 안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쏟아지는 한 모금 물에 한숨을 쉬는 꽃잔디다. 봄이면 붉음에 분홍빛을 띠고 골짜기를 비춰줄 꽃잔디다. 열심히 물을 뿌리는 곳곳엔 봄의 흔적이 가득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오는 봄을 맞이하려 잔디밭에 나섰다. 지난해의 게으름이 남아 있는 뜰이다.

봄을 기다리는 골짜기

지난가을의 끝자락, 긴 잔디를 깎을까 말까 망설였다. 휑한 잔디밭이 싫다는 핑계를 대고 그냥 두고 말았다.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눈에 거슬린다. 하얗게 말라버린 지난가을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어이 낫을 들고 말았다. 길게 말라버린 풀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지난가을에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나서는 게으름이다. 곳곳에 남아 있는 가을의 흔적을 지우는 하루, 겨울을 견딘 몸은 아직 온전치 않다. 가끔 체육관을 오갔지만 근육의 쓰임은 전혀 다르다. 곳곳에서 아우성을 치는 근육을 달래며 지난가을의 흔적을 지웠다.

손녀의 정원엔 봄이 와 있다.

손녀의 꽃밭엔 벌써 봄이 와 있다. 가냘픈 수선화가 촉을 내밀었고, 화분에서 옮겨 심은 국화가 파릇함을 보여준다. 신기한 계절의 조화다. 꽁꽁 얼었던 대지 속에서도 숨 쉬던 생명들이다. 어떻게 그 추운 겨울을 견디여 냈을까? 혹독함에 앙칼진 칼바람을 이겨낸 생명들, 거대한 봄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서둘러 물을 뿌려 보지만 하늘이 내려준 물과는 전혀 다르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 온 대지에 포근함을 안겨준다. 포근함에 따스함이 담긴 대지로 만들어 준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물은 전혀 다르다. 순식간에 굳어진 대지로 삶이 온전하지 못한 땅이 된다.


뒤뜰 황매화에도 푸름이 가득하다. 어느새 알았는지 봄의 냄새를 가득 담았다. 언덕을 든든히 지키는 푸름이 쏟아질 듯 가득이다. 열심히 물을 주는 마음이 간절하다. 머지않아 황금빛 매화가 주렁주렁 꽃을 피우리라. 황매화와 봄을 겨루는 영산홍도 봄을 실었다. 어느새 몽우리를 달고 바람에 흐느낀다. 언덕을 함께 지키는 봄날의 전령들, 여기에 푸른 사철나무는 여전히 푸르다. 곳곳에서 푸름을 머금고 봄을 기다리는 나의 뜰, 아직은 서두름 없이 기다리라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물을 주는 아침, 봄날에 소중한 빗방울을 기대하는 골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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