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길에 올랐다. 일주일에 하루 만나 만만한 자전거길을 달린다. 조용히 흐르는 물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도로가 최적을 길이다.. 오가는 자전거가 많다.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청춘 남녀가 오가는 길에 신이 났다. 나의 청춘은 어디로 갔을까? 가끔 생각해 보는 자전거 길이다. 나의 젊은 시절, 먹고살기 힘들었다. 집을 구하려 고군분투했고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알지 못했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을까?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리고 먼 곳으로 눈을 돌렸다. 먼 산에 하얀 꽃이 가득 피었고, 제일 좋아하는 연초록이 가득이다. 야, 저런 빛깔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가끔 수채화를 그리며 만나는 색깔도 신기하지만 자연이 주는 색깔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한 색깔이다.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저 빛깔을 누가 만들 수 있겠는가? 눈을 둘 곳을 정하지 못해 한참을 방황한다. 언덕을 올라가는 길, 남은 근육의 힘을 빌려본다. 갑자기 보랏빛이 앞을 가린다. 등나무가 꽃을 가득 실은 것이다.
길가에서 만난 등나무 꽃, 보랏빛이 저렇게 황홀할 수가 있을까? 칡넝쿨과 얽히면 갈등을 빚는다는 등나무 꽃이 발길을 잡았다. 갈등과는 전혀 상관없는 듯한 등나무다. 지나는 사람에겐 그늘을 주는 것으로 부족했는지 맑은 보라가 쏟아져 내린다. 보랏빛이 하늘 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곳곳에 계절이 주는 빛깔에 숨이 멎었다. 연초록이 짙어가는 계절, 빨갛게 핀 영산홍이 초록을 더 빛나게 한다. 영산홍의 붉음이 초록을 빛나게 하고, 붉음은 또 분홍과도 어우러진다.
계절마다의 맛이 좋고 덜할 수 있을까? 봄이면 봄대로 맛이 있고, 여름이면 여름대로 색깔이 있다. 가을이면 쏟아지는 열매의 물결이 가득하고, 겨울이면 모든 것이 덮인 하얀 세상이다. 봄에 만나는 연초록의 물결, 온 산이 그 물결로 가득하다. 군데군데 하양이 꽃을 이루고 있어도, 넘치는 연초록을 당할 수는 없다. 연초록이 산 가득하게 쏟아지고 있다. 쏟아짐이 넘쳐흘러내리는 골짜기에 진한 멍이 들었다. 진함과 연함이 어우러지는 산하에 봄이 큰 자리를 편 것이다.
여기에 노랑도 한 자락 자치했다. 곳곳에서 노랑으로 치장한 봄이다. 힘겹게 달려가는 자전거길, 언덕을 오르는 길이 힘에 겹다. 농부들의 발길도 바빠졌다. 곳곳에서 봄을 심고, 긴 냇가엔 강태공들이 자리했다. 고기를 낚는 건지, 세월을 낚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텅 빈자리가 서원해함을 어떻게 알았는지 오늘도 자리를 지켜준다. 우두커니 서 있는 백로가 한가롭기만 하다. 먹이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백로, 인기척에 긴 날개를 펼치고 만다. 어느새 40여 km를 달려간 자전거 길이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 아직도 자전거만 한 운동도 없다. 친구와 함께하는 자전거길, 거기엔 삶의 이야기가 있다. 지난밤 술자리 이야기가 있고, 아내와 삶의 이야기가 있다. 자식들 삶과 손주의 이야기는 단골 메뉴다. 오랜 세월 곰삭은 삶의 이야기가 있고, 여기에 건강이야기가 빠질 리 없다. 오늘도 친구들과 만나는 자전거길엔 즐거움이 있다. 친구가 있고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언제나 자연과 어우러지는 자전거길, 연초록이 반겨주고 맑은 꽃들이 맞이해 주는 아름다운 하루 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