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가득한 전원)
이웃들의 수군거림에 눈을 떴다. 동네가 살아 있음을 확인해 주는 이웃들의 아침 수다다. 텃밭에 물을 주며 수군거리고, 나물을 나눠주며 주고받는다. 무단으로 세 들어 사는 참새들도 수다에 참여했다. 어찌도 할 말이 많은지 끝이 없는 수다다. 여기에 알 낳은 이웃집 닭이 합세를 했고, 노련한 도랑물은 조용히 참여를 한다. 매칼없이 짖어대는 동네 지킴이도 여전한 아침, 긴 전깃줄에 빈자리가 없다. 산 동네 온갖 새들이 참여하는 아침 수다는 늦잠을 자기엔 아까운 날이다. 얼른 일어나 잔디밭으로 나섰다.
맑은 햇살이 찾아온 아침, 잔디밭에 이슬이 가득 내렸다. 푸르름에 앉은 이슬이 햇살에 반짝인다. 엊그제 내린 비는 골짜기를 바꾸어 놓았다. 푸름이 짙을 대로 짙어진 골짜기의 풍경이다. 우선은 바위를 덮고 있는 바위취가 으스대고 있다. 짙은 푸르름으로 바위를 덮고 있음이 한없이 편안한 아침이다. 뒤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초록은 돌나물도 한몫을 한다. 수분이 많다고 하는 돌나물, 아삭한 식감에 칼슘과 비타민C가 풍부하단다. 푸름을 가득 안고 시골부자를 만들어 주는 돌나물, 오래전 어머니가 해 주던 봄나물이다.
푸르른 돌나물 위에 빨간 초고추장이 얹혔다. 붉음 위엔 노란 깨소금이 내려앉아 하얀 쌀밥과 어우러지는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엊그제 아내가 해준 돌나물 맛이 깨워주는 추억의 맛이다. 이젠 넘치는 돌나물을 남겨 꽃이 피길 기다리고 있다. 노랗게 피는 돌나물 꽃과 하얗게 필 바위취와의 어울림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바위를 가득 덮은 바위취 아래 돌나물이 어울리고 있는 뒤뜰 푸름이다. 푸르름 하면 황겹매화도 뒤지지 않는다.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는 황겹매화의 노란 꽃을 기대했지만 아직, 준비 중이니 기다리고 있다. 푸르름은 여기저기에 가득하다.
수돗가에 자리 잡은 참취도 대지를 덮었다. 한두 뿌리 심어 놓은 것이 마음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뒷산에 오를 것도 없는 봄나물로는 최고의 맛을 주는 참취다. 아침, 저녁으로 쏟은 정성에 대한 보답인가 보다.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줌은 대가 없이 잎을 키우고, 꽃 피우길 기다리긴 너무 미안해서다. 곳곳에서 푸름을 과시하고 있는 전원엔 동네를 밝혀줄 황금낮 달맞이꽃도 빠질 수 없다. 이웃들이 모여 심어 놓은 황금낮달맞이 꽃, 이웃동네는 벌써 꽃을 달았지만 추운 골짜기는 아직 준비 중이다. 노란 꽃으로 단장을 하면 동네는 온통 노란 물이 흐르리라.
무단으로 세 들어 사는 참새들은 아직도 떠들고 있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을까? 집을 지으면서도 떠들고, 먹이를 입에 물고도 지껄인다. 마치 마술사가 마술을 부리듯이 떠들고 있다. 아침부터 떠들썩하던 동네가 잠잠해졌지만 참새는 할 말이 남아 있나 보다. 가끔 울어주는 여름뻐꾸기가 하늘을 가른다. 골짜기에 숨어 들며 모습을 감출즈음에야 한마디 울어준다. 간간히 존재함을 알려주기만 하는 여름 뻐꾸기다. 이웃집 닭은 입을 다물었고, 하늘 보고 짖어대던 동네지킴이도 고단한가 보다. 아직도 옹알거리는 도랑물이 있고, 할 말 많은 참새들은 끊임이 없다. 맑은 햇살과 어울리며 아침을 알려주는 수다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