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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02. 2023

새벽, 딸아이가 부산으로 떠났다.

(아침의 생각, 앞 산에 달이 걸렸다.)

며칠 전 부산에 사는 딸아이가 왔다. 먼 거리에 사는 부모를 찾아오는 아이가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하루하루를 살아감이 편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이 키우면서 또, 살아가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 찾아온 친정은 시골이라 적당히 놀 곳도 없지만, 마음껏 누울 수 있는 친정이 있으니 마음만은 편한 듯했다. 손녀는 즐겁게 물놀이도 하고 뛰어다니며 오랜만에 방학을 즐기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손녀를 보며, 힘들어도 참고 먹거리를 해주는 할머니다. 하루가 지나고 수원에 사는 아들 내외가 내려왔다. 부모가 있고 누나가 왔으니 만나러 온 아들이다. 맞벌이를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감이 편할리 없는 세월, 집 한 칸을 마련하려 해도 수년이 걸리고 아이하나 키우기가 만만치 않은 세월이다. 다 같이 모여 저녁엔 고기도 구워 먹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남매가 애틋했다. 어려서부터 사이좋게 어울리며 살아오던 남매지간이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 사위가 출근 때문에 일찍 내려가야 한단다.

기다람은 끝이 없나 보다.

새벽부터 마음이 바쁘다. 일찍 일어나 방을 살펴도 아이들은 기척이 없다. 늦을까 생각에 깨울까도 생각했지만 아내는 그냥 두란다. 출발 시간이 되면 일어날 테니 조금 더 자게 그냥 두란다. 아내는 벌써 냉장고 문을 열고 이것저것을 챙긴다. 감자도 몇 알, 양파도 몇 개 챙겨 넣는다. 먹다 남은 오이도 넣고, 택배로 시켜온 갖가지 반찬을 넣으며 마음까지 욱여넣는다. 옆에서 바라보는 마음이 짠한 것은 왜일까?


시간이 있어도 갈 곳이 없는 사람, 가끔 울적할 때 찾아가는 곳은 부모님의 산소다. 엄청난 효자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살아생전 잘하지 못함이 후회스럽고, 가슴에 남은 아쉬움을 달래 보려 함이다. 아이들은 찾아 올 부모님이 있다는 것을 얼마나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을까? 오래전 철부지가 알지 못했던 일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궁금한 아침이다. 주섬주섬 짐을 싸는 아내는 끝이 없다. 이것저것을 싸는 모습이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는 듯해 가슴이 아려온다.

뒤뜰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오래전 나의 어머니도 그랬다. 고춧가루 한 술이라도 주시려 했고, 참기름 한병이라도 넣어주려 하셨다. 땀에 절은 고춧가루였고 한숨이 담긴 참기름이었다. 굳이 싫다고 해도 넣어주려는 것은 단지 몇 푼을 아끼려는 것이 아니었다. 어머님의 마음이고 정성이었으니 굳이 마다하지 못한 아들이었다. 부모님 마음이 아내에게 전달되어 오늘도 바리바리 짐을 싸고 있는 아침이다. 


손녀가 일어났고 딸 내외가 짐을 들고 차에 오른다.  무엇을 주었는지 또 빼놓은 것이 없는지 아내는 생각이 많다.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잠긴 아내다. 짧은 시간이지만 편하게 쉬었는지 궁금하기도 한 애비다. 혹시 불편하지는 않았을까? 언제쯤 다시 찾아올까? 오래전, 발 뒤꿈치 들고 바라보던 내 부모 심정을 이제야 알게 됨이 씁쓸하다. 이젠, 아들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아내의 일이 남아 있다. 

장마가 준 선물, 앞 도랑물

딸에게 이것저것을 싸 준대로 아들짐도 바리바리 준비한다. 맞벌이 중이니 작은 반찬이라도 더 주어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 하나씩 일러주며 보따리를 싸는 아내다. 내 부모의 심정을 이제야 알게 되는 어리석음, 그들은 이 심정을 알고 있을까? 해마다 여름날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한다. 왜 이렇게 날씨가 변하고 있을까? 더운 밤을 잘 보내고 갔을까? 모두가 신경 쓰이는 부모의 마음이다. 


부산으로 출발한 딸 내외, 수원으로 올라간 아들 내외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오랜만에 찾아 온 집, 부모가 살아 있는 집을 어떤 마음으로 찾아왔을까? 세월은 쉬이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공평하게 흘러가고 어김이 없는 시간의 흐름이다. 오래전에 내 아버지를 생각하듯이 그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침부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체육관으로 향한다. 오로지 믿을 것은 남아 있는 근육의 힘이라는 것을 벌써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많은 생각이 오고 가는 무더운 여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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