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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ug 18. 2023

브런치는 브런치 스토리가 되었다.

(브런치를 만나서, 오래전에 보인 브런치화면)

삶은 순간의 여행이라는 생각, 세상에 태어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가슴에 새겨진 삶이 그러했다. 人無百歲人이나 枉作千年計니라. 지나친 욕심은 부질없다는 명심보감의 글을 잊지 않으려 하는 이유였다. 삶을 이어가기 바쁜 시기엔 그렇다 치더라도, 약간의 자리가 잡히면서는 늘 여행을 이어갔다. 아내를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아이들이 태어났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 수없이 전국을 헤매면서 여행을 시작했다. 끊임없는 여행 속에 아이들은 자라났고, 아이들과 온전히 동행할 수는 없었다. 중고등 학생이 되고 입시가 있었다. 


도저히 동행할 수 없는 조건이 되어 아내와 해외여행을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수없이 드나드는 인천공항을 일 년에 적어도 두어 번, 서너 번은 오고 가는 곳이 되었다. 수없는 배낭여행과 패키지여행을 수십 년 이어왔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마음이 홀가분했다. 모든 것을 털어낸 빈 몸이 된 듯한 기분에 멈출 수가 없었다. 살아가는 일을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가벼움에 다시 인천을 향해야 했다. 어언 수십 개국을 드나들었으니 살아가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여행이다. 많은 여행을 하면서 그리움을 남길 고민이 생겼다.


여행의 노정 속에 남겨지는 것은 사진이었만 마음까지 남길 수는 없었다. 그러면 무엇이 있을까? 일기도 좋지만 블로그를 한 번 운영해 볼까 고민했다. 고민의 이유는 글을 쓰는 방법도 모르고 소질도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정도의 글, 어떻게 할까? 얼마간의 고민 끝에 블로그에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여행의 느낌도 남기고, 살아가는 일상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블로그는 내가 쓴 글을 마음대로 올리는 자유스러움이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유명 블로그가 아니다 보니 찾는 사람도 한정되어 있고 글의 성장과정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하여 만난 것이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었다.

메인화면에 등장했던 내용 중 일부

허락 없이는 쓸 수 없는 브런치, 두 번만에 합격이라는 소식과 함께 거창한 '작가'라는 명칭이 주어졌다. 나에게 이런 호칭이 어울리는 것일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작가'가 주어졌으니 흐뭇함과 함께 어느덧 작가가 된 듯한 착각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많은 작가분들을 만나고 배우면서 나의 실력을 알게 됨에 작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메인 화면이 나타나기도 하고, 조회수가 수천에 이르는 기회도 있었지만 메인화면에도 여러 번 등장하고, 조회수가 수천에 이른다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나의 글이 뛰어나고 실력이 좋아 그렇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계절의 변화나 사건에 절묘하게 어우러지거나 그럴듯한 사진 덕분이라는 생각이었다. 눈을 끄는 제목도 한몫을 했고, 시간과의 싸움도 큰 역학을 하는 듯했다. 좋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모든 것을 긍정할 수는 없었다. 자주 등장하던 글은 해가 지나며 관심이 없어 몰랐는지 아니면 등장하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다. 


사진을 찍는 열정은 줄었지만, 글을 잘 쓰고 싶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많은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배우고, 유명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브런치가 브런치 스토리로 변한 후, 작가들 생각과는 상관없이 브런치스토리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 알려졌다. 어느 날 만나게 된 '크리에이터'라는 문구였다. 


브런치 스토리팀이 작품을 보고 판단해 붙여진 크리에이터, 브런치스토리팀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붙여졌다고 한다. 수많은 작가들의 글을 어떻게 읽고 판단을 했을까? 대단한 능력을 가진 운영팀임을 알고 있지만, 그럴 수도 있을까?  당연히 글을 보고 판단했을 것이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지방지에 소개된 수채화 작품

'브런치 작가'가 되어 뿌듯함을 갖고 있던 시기에는 꿈에 부풀어 있기도 했었다. 작가가 되었으며 브런치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가 있으니 얼마나 설레던가? 얼마 후에 느낌은 소수를 위한 잔치에 불과했고, 어설프게 글을 쓰는 사람에겐 어림도 없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브런치를 즐기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으니, 열심히 글을 쓰고 여러 작가들의 좋은 글을 읽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소수만을 위한 아이템을 쏟아 놓고 작가들의 눈길을 끌려할 것이다. 


글을 쓰고 싶지만 기대와는 멀어지며 고민이 생겼다. 그만두고 그림이나 그려볼까? 아니면 즐겨하는 색소폰이나 불어볼까? 운동은? 고민 끝에 글을 쓰는 마음은 방송국과 신문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려운 과정 속에 선택된 사연이 방송에서 흘러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신문에 내 글이  올라온다. 생각지도 못한 지인들이 전화를 하고, 축하 연락도 받는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이 많은 재주가 있다고 한다. 많은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도 뛰어난 재주가 없으니 이것저것에 기웃거린다는 설명으로 대신한다. 


언제쯤 글쓰기에 재미를 찾아 바람마냥 살아가는 삶을 기록해 볼 수 있을까? 삶은 어차피 여행이요 소풍이라는 생각이다. 바람처럼 풍류정에 살아가는 하루를 기록할 재미를 찾고 싶다. 지금껏 허우적거리고 있는 글쓰기이기에 다시 수채화에 마음을 주고, 음악회에 열정을 쏟아가고 있다. 이젠, 내년 수채화 공모전을 준비하는 발길이 바빠지고, 연말 음악회에 심혈을 쏟고 있다. 글쓰기가 훨씬 중요하고도 소중한 일이거늘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런치 스토리 그리고 방송이 있고, 신문기사가 어른거리는 아침이다. 어디다 마음을 붙이고 글을 써야 할까? 아무려면 어떠랴! 어디든 마음 편한 곳에 여행의 글을 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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