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Sep 28. 2023

가슴에도 가을이 스미고

(다시 온 가을은 무슨 색일까?)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한 여름 끝이 보일 때쯤

세월은 넉넉히 흘러

마음마저 한가해지니

오래전 그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였다   


두터운 대지를 열고

삐죽이 솟아난 풀들이 자라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누런 가을이 점점 다가와

우리 곁에 자리할 즈음

가슴에 가을도 이렇게 왔다   


누런 호박이 수풀에 누워

푸른 하늘을 마냥 보듯이

흘러간 세월을 베개 삼아

가슴에 스민 가을을 그리려 

하얀 도화지 가슴에 펴고

세월에 익은 손바닥으로 밀어

평평한 대지를 만들었다   


아득한 하늘은 푸른빛으로

그 밑에 산은 흐린 자주색으로

그전에 산은 옅은 갈색에

가까운 들녘은 누렇게 물들여

가을 빛깔에 조화를 주었지만

마음의 색깔은 찾을 수 없어

한참을 망설이다 붓을 놓았다    


가슴에 스며든 이 가을은

수 세월 공들여 만들었으니

적당한 색깔로 그릴 수 없어

한세월 고민하며 만들어 봐도

그리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

도화지 옆으로 밀어 놓고

두고두고 여러 색 섞어 가면서

긴 세월 색칠 해도 알 수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9회 말, 0 : 2로 끌려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