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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Nov 30. 2023

한참 후에야 사는 법을 알아냈다.

(감출 수 없는 나의 삶, 세조길에서 만난 풍경)

시골에서 태어나 큰 불편은 없는 중농 집안에서 자랐다. 자그마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허둥대는 모습은 늘 안쓰러웠다. 저렇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잠시도 쉼이 없어 어른은 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인 줄 알았다. 주어진 작은 비탈밭에 밀을 심어야 국수를 먹을 수 있었고, 싸우면서라도 자갈논에 물을 대야만 쌀을 얻을 수 있었다. 모두는 그렇게 사는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시골의 삶이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높다 하는 부탄의 삶이 궁금했다. 뭐가 그렇게 행복할까 가 궁금해서였다. 첫눈이 오면 공휴일로 해도 왜 아무런 말이 없을까? 방콕으로 돌고 돌아 도착한 부탄 공항에서 모든 것은 해결되었다. 자그마한 부탄공항은 우리나라의 기차역을 연상케 했다. 비행기는 달랑 두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공항으로 들어서자 몇 사람의 직원들이 바쁘게 오고 간다. 가방을 실어 나르던 사람이 승객의 티켓을 검사한다. 

대청 호반에 감이 열렸다.

한 사람여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도 공항은 잘 움직이고 있었다. 서두름도 없고 모든 것을 서서히 그리고 느긋하게 진행되며 그들만의 리그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시골길에서 만난 부탄 여고생들의 삶은 달랐다. 세계로 번져가던 한류열풍을 피할 수 없었는지,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반기며 그들만의 삶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삶을 알아가는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시골집에는 가끔 삼촌들이 찾아오셨다.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넥타이라는 것을 매고 있는 가끔 보는 옷차림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모양이구나! 시골살이에 나만의 삶을 살고 있었던 나, 서서히 생각이 바뀌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왜 우리 아버지는 힘든 농사를 짓는 것일까? 모든 것이 의문으로 시작되었고 세상의 불공평함을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왜 삼촌만 대학을 보내셨을까?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재혼을 하신 할아버지, 작은 할머니는 엄격하셨다.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할아버지도 어쩔 수 없는 권력을 휘둘렀다. 어쩔 수 없는 아버지의 운명인 듯 농사일에만 전념해야 하는 이유였다.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처럼 살아갈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은 공평해야 했고 양심대로 삶은 이어져야 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부터 고집스러운 삶이 시작되었다. 삶은 정직해야 하며 숨김없는 공평이 적용되어야 했다. 모든 것이 정의로워야 했으며, 부지런한 삶은 풍요로워야 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은 많은 보상을 받아야 했고, 사회는 정의롭게 돌아가야 했다. 고집스러운 나의 삶은 큰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열심히 일만 한다고, 부지런히 가르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손이 뺨에 맞았다고 하는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면이 드러나는 삶은 환영받을 수가 없었다. 싫어도 좋다고 하고, 좋아도 좋다고 하는 얼굴이 환영받는 세상이었다. 힘들어도 쉽다고 해야 하고, 쉬워도 쉽다고 해야 그들이 마음 늘 즐겁게 주었다. 왜 나는 그렇게 태어나지 못했을까? 

서서히 다가오는 가을날

살아내는 환경도 공평하지 못했고, 내면의 모습을 감추는 능력도 없었다. 싫다면 싫다고 하는 것이 옳은 일인데 그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싫어도 좋다고 해야 세상이 좋아한다는 것은 한참의 세월이 흐르고 알아내었다. 오래전부터 불공평했던 세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삶은 나만의 삶이었다.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버틴 세월은 어렵지만 후련했다.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버틴 세월, 버거운 삶을 집어치우고 골짜기에 살아가고 있는 삶, 지금은 어떨까?


세상과 전혀 상관없는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삶이기에 사람들과 얽혀 살아가지만, 맑은 햇살이 떨어진 이슬방울과 이슬이 앉은 하얀 거미줄에 어느새 넋을 놓았다. 모든 것을 던진 후에 삶은 훨씬 홀가분했다. 싫으면 싫다 했고,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했다. 얼굴에 드러내며 싫다고 했고, 그르다고 했다. 가끔, 내 아이들도 그렇게 살면 버거운 삶을 어떻게 하지?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지금의 삶은 더없이 떳떳하다. 


누구에게도 허튼수작을 하지 않으며 싫으면 싫다고 했으니 좋아할 리는 없지만, 이제야 세상의 삶을 조금 알게 되었다. 아직도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천상 바보의 삶을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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