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즐거움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색소폰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아침 일찍 전화가 왔었는데 받지 못했다. 낯선 번호임에 직감하는 것은 색소폰동호회에 관한 것이리라. 서둘러 전화를 했더니 틀림이 없다. 연말 색소폰 연주회를 찾아왔었는데 너무 좋아서 색소폰을 배우려고 한다는 전화다. 동호회가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알려주고 시간 약속을 했다. 연세는 60이 훨씬 넘었으니 은퇴를 하고 취미 생활을 찾아 나선 모양이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전화를 받고 동호회를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설명해 주고 연말 연주회가 있으니 한 번 와보라 권유를 했다. 연주회날, 어김없이 연주회장을 찾았다. 인사를 하고 연주회가 끝난 후 식사도 하고 가시라는 당부에도 어느새 자리를 뜨고 말았다. 혹시 동호회를 찾아오려나 하는 기대는 역시 다른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은퇴를 하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찾아다니는 노부부였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는 꽤 어렵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고, 세월이 만들어 놓은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이왕 시작했으니 해야겠지만 마음과 같이 몸은 움직여 주지 않는다. 오래 전의 기억이 떠 오른다. 색소폰 연주를 시작하고 또 수채화를 시작하면서 헤매던 기억이다. 이것을 꼭 해야 하나를 끝없이 반문했었다. 어렵기도 했지만 젊은 사람들 틈에 끼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멋진 연주회를 꿈꾸고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야 한다. 어렵다고 그만두면 차라리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것 아닌가? 더구나 자식들 응원도 있었을 테고, 나와의 약속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적어도 나와의 약속은 지켜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연말, 그럴듯한 연주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이들 틈이라도  말없이 노력하면 이루어진다. 색소폰 연주를 시작할 즈음, 시원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하 연습실을 찾아 한 달을 숨어 지냈다. 동일한 음을 한 달 동안 연습하면서 시원한 음을 알아냈다. 아무리 강사가 지도하고 알려줘도 결국은,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살아가는 것도, 공부도 그리고 연주도 그렇지 않을까? 비싼 레슨비를 준다 해도 결국은 내가 느끼며 해내야 하는 것이다. 연습실에서 찬 공기에 젖어 한 달을 이기고 나서야 보이지 않던 음이 보이고 느낌을 터득했다.  

보다 서둘러 시작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도전한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머리칼이 희끗한 사람이 색소폰 연주를 하고 있다. 노년의 쓸쓸한 시기에  바라보는 그 연주는 황홀했을 것이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기어이 동호회를 찾아왔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따라가야 하며, 언제 연주회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쉽고 어려워도 얼른 시작해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 한다.

피나는 연습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없다. 노년의 즐거움을 위해 찾고자 하는 취미생활은 어렵지만 망설일 틈이 없다. 부러워하는 것은 지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부러워할 시간도 없고 망설일 시간은 더 없다. 잠시의 노력이 하루하루 더해지면 노년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후회스러운 마음을 갖기보단, 언제나 도전하고 노력하는 하루가 즐거운 은퇴 후의 삶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