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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Dec 10. 2023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오늘도 뛰어내야 한다

(체육관을 다녀온 한 나절)

엊그제 고등학교 동기들과 송년회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다. 한 해 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 늙은 청춘들은 자리까지 옮겨가며 술을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니 운동을 가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중인데 아내가 나들이를 가자한다. 굴철인데 서해안으로 굴을 먹으러 가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하러 간다 하고 그만둘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따라나설까?


망설임도 잠깐, 밥이라도 얻어먹으려면 운전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았다. 얼른 서해안으로 발길을 잡아야 하는 이유다. 엊저녁에 술을 했으니 조금은 피곤함에 고단한 몸이다. 아무 말도 없이 운전을 하며 도착한 서해안은 충남 보령의 천북이다. 오랜만에 비릿한 바다냄새를 맡으며 도착한 서해안은 싱그러움에 사람 사는 곳이었다. 곳곳에 굴을 쌓아 놓고 손님을 맞이한다. 바람이 몰아치는 바닷가, 서글서글한 아줌마 손짓에 끌려들고 말았다. 아직 손님은 몇 명인데 썰렁하다. 눈치 빠른 주인장은 얼른 난로를 피운다.

겨울을 알려주는 굴철이 왔다.

주인장이 내놓은 큼직한 굴은 먹음직하다. 하얀 우유빛깔을 머금은 두툼한 굴은 향긋함에 구수함을 더해준다. 굴을 구워 먹어도 좋은데, 쩌먹는 맛도 대단했다. 아내와 엄청난 양을 해결하고 바지락 국수까지 먹었으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어떻게 할까를 망설이다 서둘러 돌아오기로 했다. 일찍 도착하면 생각했던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는 길이 만만치 않았고, 서둘러 왔어도 체육관으로 향하기는 늦은 시간이다. 할 수 없이 내일이나 가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오늘 아침나절 체육관으로 향했다.


서둘러 찾아갔어도 늦은 10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한 달에 사용료 단돈 만원, 가성비 최고인 체육관이다. 시골동네 체육관엔 많은 주민들이 이용한다. 아주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으며, 동네 이웃들이 다 모인 곳이다. 낯선 아주머니가 어떻게 운동하느냐며 기구 사용법을 묻는다.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하고, 삶을 이야기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기구운동으로 몸을 살려내며 한참을 움직였다. 온몸이 되살아나며 뻐근하던 몸이 상쾌하다. 이웃들도 갖가지 운동을 하며 몸을 풀어낸다. 40여분 동안 근육운동으로 몸을 되살려내고, 다시 러닝을 시작했다. 늘 어려운 러닝이다. 러닝 머신 위에 올라 40여분을 달린다. 한 장소에서 같은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늘 나를 시험하는 심정으로 참아내며 뛴다. 숨을 헐떡이며 뛰는 거리는 대략 5km에 불과하다. 하프마라톤을 했던 기억으로 짧은 거리라도 뛰어야 한다.

아직은 들어 올려야 한다.

숨을 헐떡이며 뛰고 난 후의 몸은 언제나 상쾌하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들었고 마음만은 아직이라는 생각이지만 몸은 고희를 넘기고 말았다. 흐르는 세월 속에 힘겨워도 아직은 버티며 뛰어내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고 뛰고, 산을 바라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제까지 뛰어낼 수 있을까? 이웃들이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하면 놀라지만 아직은 손사래를 친다. 


오늘도 힘든 숙제를 하고 난 느낌은 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근력운동으로 몸을 되살렸고, 고단하지만 땀에 젖도록 뛰고 난 후의 소감은 언제나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어려운 숙제를 하고 난 후의 즐거움, 여기에 시원한 커피 한 잔이면 세상걱정 아무것도 없다. 오늘도 시원한 숙제를 하고 난 기분으로 하늘 위로 날아간다. 언제까지 누려 볼 수 있는 쾌감일까? 하지만, 내일도 뛰어야 하고 쇠덩이를 들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삶의 활력소이니, 살아 있으면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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