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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Dec 19. 2023

겨울동네는 지금도 공사 중이다.

(겨울 동네를 바라보며)

겨울 동네는 온통 공사판이다. 이른 새벽부터 레미콘차량과 대형트럭이 오고 간다. 시멘트를 싣고 오가는 차량, 대형 중기계를 싣고 오기도 한다. 가끔은 굴착기가 느릿한 걸음으로 바쁜 사람들 발길을 잡는다. 왜 이렇게 추운 겨울에 공사를 해야 할까? 올해도 짓궂은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졌다. 곳곳의 도로는 파괴되어 보수해야 할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한 겨울인데도 새벽부터 공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왜 그럴까?


지난해에 큰돈 들여 개통된 도로가 무너졌다. 꽃을 심었던 언덕이 장마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보기 좋게 무너진 벽을 이제야 보수를 하나보다. 그 많은 세월을 두고 찬 바람을 이기며 새벽부터 중기계는 소리를 지른다. 추운 침대 속을 비집고 나오기도 어려운 새벽, 벌써 인부들이 북적이는 골짜기다. 완벽한 공사야 힘들겠지만 한번 무너진 곳은 공사가 더 어렵다. 무너지기 전에 했어야 했고, 보강공사가 필요하면 벌써 했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엊저녁에 친구들과 나눈 한잔의 술 탓인가 보다. 연말이라 무엇을 그렇게 잊을 것이 많은지 망년회가 연이어 있다. 한두 잔만 하려던 술잔이 많이 오고 갔나 보다. 언제나 여린 마음에 거절할 수 없음을 탓하며 또 다짐을 한다. 마음을 굳게 다잡아 보려 하지만 연약한 인간은 또 잊고 술잔을 들어 올린다. 파란 병은 보기도 싫다던 마음은 오간데 없다. 잠시 생각도 못하고 또 술잔을 홀짝 털어 넣는 손목 운동을 수없이 한 것이다. 


애초에 완벽했어야 했거나 벌써 해야 할 공사라고 탓할 것이 아니라, 허물어지기 전에 다스려야 하는 정신머리를 탓해야 할 것임을 또 알아냈다. 얼마가지 못할 정신머리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삶도 마찬가지임을 아직도 알아채지 못하고 살아간다. 언제나 처음 경험하기에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두드려가며 건너야 하는 다리이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했고, 무너진 다리는 벌써 고쳐야 했다. 망가지고 난 후의 공사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연말이 다가왔으니 어김없이 송년회에 망년회가 줄을 잇고 있다. 언제나처럼 붓고 마셔야 할 것이 아니라 무너진 공사장이 되지 않아야 한다.


무너진 공사장을 일으켜 세우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무너진 삶이 되기 전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훨씬 수월하다. 세월이 많이 흘러갔다. 고장 난 곳을 수리해야 했고 더 허물어지기 전에 손을 봐야 했다. 세월이 더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는 손을 볼 수가 없다. 오랜 세월을 전전하면서 언제나 손을 보나 망설이던 일들, 이제는 망설일  틈이 없다. 두드리며 건너던 다리가 고장 났으면 당장 수리해야 한다. 지금 아니면 돌이킬 수 없으니 겨울이 오기 전에 서둘러 고쳐야 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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