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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an 16. 2024

엄마는 춥지 않은가?

아침 창문을 열자 찬 바람이 훅 넘어온다. 겨울이 깊어졌음을 실감하는 아침, 얼른 이불속으로 얼굴을 묻는다. 일어날까 말까를 망설이다 이내 늦잠이 들고 말았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포근함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창가엔 하얀 눈이 흩뿌리고 있는 겨울, 오래전에 만났던 초가집에서의 분위기다.


방문틈 문풍지가 부르르 떨며 겨울임을 알려주는 아침이다. 방문에 달린 작은 창을 통해 바라본 밖의 풍경은 살벌하다. 하얀 눈이 가득 내렸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시골집이다. 덜렁덜렁한 방문을 열자 눈보라가 훅 넘어왔다. 얼른 몸을 이불속으로 밀어 넣었으나 이불속은 찬 기운이 지배하고 말았다. 밤새 데워졌던 구들장은 이미 찬기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불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이, 어머니는 주섬주섬 버선을 신으시고 이마에 수건을 두르신다. 언제나 제일 먼저 밖으로 나가시는 어머님, 오늘도 어김없이 이불을 걷어내고 나서신다. 거침없이 문을 열고 나서는 어머니, 툇마루에는 하얀 눈이 깔려 있어도 거침이 없다. 엄마는 춥지 않은가?


언제나 생각했던 오래전 철부지 생각이었다. '삐그덕'하고 부엌문이 열리고 나무 분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탁! 탁! 아버지가 해다 부려 놓은 거친 나무, 어머니는 힘을 모아 나무를 잘게 잘라야 했다. 거칠게 타들어가는 군불 소리, 물을 데워야 식구들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지을 수 있다. 거침없는 어머님이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방문이 스스로 열린다.


방안을 데울 난롯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투박스러운 화로, 검은빛의 화로에는 검붉은 불덩이가 가득이다. 가장자리에는 인두가 놓여있고, 벌써 된장 뚝배기가 얹혀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냄새, 잠자리에서 꾸물거릴 틈이 없다. 얼른 일어나야 하는 것은 어머니가 난로를 들고 들어 오신 것이다.


어느새 군불을 지펴 화로에 불을 담으셨다. 아침밥을 준비하면서 된장을 화로에 올려놓은 것이다. 보글보글 끓는 된장엔 정육면체 두부가 오글거리고, 시큼한 김장김치조각이 위아래로 오르내린다. 방문을 열고 불기가 가득한 화로에 된장 뚝배기를 얹어 들어오신 것이다. 머리엔 어김없이 허름한 수건이 쓰여있고, 버선에 어느새 검은 검정이 묻어 있다. 순식간에 방안은 온기로 가득해지고 이불속에 묻고 있던 몸을 드러내야 하는 추운 겨울이다. 창문을 열자 밖은 온통 흰 눈으로 가득한데, 마루에는 어머님의 발자국이 선명하다.


흰 눈이 흩뿌려진 툇마루, 드문드문 어머님의 버선발이 그려져 있다. 발이 시리지 않았을까? 얼른 빗자루를 들어 눈을 쓸어내는 마음, 어머님은 겨울에도 끄떡없는 어른인가?  많은 세월이 흘렀고 추운 골짜기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몸을 내놓기 어려울 정도로 춥다. 침대에서 몸을 빼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많은 세월이 흘러간 세상에도 이렇게 추운데, 골짜기의 추운 겨울에도 어머님은 추위를 모르는지 알았다. 어리석었던 철부지가 한 겨울에 그려보는 어머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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