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아침)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함박눈 소복이 내려
그렇게도 푸근하던 그 겨울이
북풍의 진한 맛을 보이려는지
고요한 시골집마저 얼구어
앙칼진 겨울 속으로 욱여넣었습니다.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하얗게 내린 서리 발에
불끈 솟았던 벼 그루터기가
밤새 내린 하얀 눈 속에
머리를 깊숙이 묻어 버렸고
널따란 대지마저 얼어 붙이며
겨울날이 마냥 추워졌습니다.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흰 눈 소복이 인 감나무가
불어 온 바람에 몸을 떨며
가루눈을 대지에 뿌리면
당신과 함께하던 초가집은 눈에 묻혀
하얀 도화지 속 그림이 되던
가슴 아리도록 그리운 그 겨울날이
마음 시리도록 추워졌습니다.
어머니, 겨울이 많이 춥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대지를
푸근한 흰 눈으로 끌어안아
그리운 엄마 품이 되어 봄이 오고
겨울바람 으르렁 거리던 시골마을도
봄바람 설렁설렁 불어와
엄마와 함께하던 그 봄을 불러 오리니
추위 따라 깊어 가는 이 겨울마저도
온몸으로 맞이하며 버텨내려 합니다.
어머니, 그래서 겨울이 추워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