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마냥 Dec 21. 2023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눈 내리는 아침)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함박눈 소복이 내려 

그렇게도 푸근하던 그 겨울이

북풍의 진한 맛을 보이려는지

고요한 시골집마저 얼구어

앙칼진 겨울 속으로 욱여넣었습니다.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하얗게 내린 서리 발에

불끈 솟았던 벼 그루터기가

밤새 내린 하얀 눈 속에

머리를 깊숙이 묻어 버렸고

널따란 대지마저 얼어 붙이며

겨울날이 마냥 추워졌습니다.


어머니, 날이 많이 춥습니다.

흰 눈 소복이 인 감나무가

불어 온 바람에 몸을 떨며

가루눈을 대지에 뿌리면

당신과 함께하던 초가집은 눈에 묻혀

하얀 도화지 속 그림이 되던

가슴 아리도록 그리운 그 겨울날이

마음 시리도록 추워졌습니다.

어머니, 겨울이 많이 춥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대지를

푸근한 흰 눈으로 끌어안아

그리운 엄마 품이 되어 봄이 오고

겨울바람 으르렁 거리던 시골마을도 

봄바람 설렁설렁 불어와

엄마와 함께하던 그 봄을 불러 오리니

추위 따라 깊어 가는 이 겨울마저도

온몸으로 맞이하며 버텨내려 합니다.

어머니, 그래서 겨울이 추워도 괜찮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