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집 사장님은 신선했었다

삶아감의 지혜(현재 살고있는 동네, 전하울 모습)

by 바람마냥

계절의 여왕, 5월이 지났는가 했는데 벌써 6월이 지나가고 있다. 앞 산에 푸름이 익어가는 것을 남겨놓고 6월이 가고 있으니 역시, 시간은 멈춤이 없어 안타깝다. 6월의 마지막을 보내는 날, 장마가 오고 비가 밤부터 세차게 내린다. 창문을 여니 그칠 줄을 모르는 장맛비가 아직도 멀었다는 듯이 비를 퍼붓는다.


비가 오는 날, 촉촉한 여름 비가 녹음을 적시고 있다. 깃을 적신 참새는 처마 밑 집이 그리운지 연신 드나들며 종알거리는 모습이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라는 호강스러운 생각도 갖게 하는 오후다. 아내는 모임이 있어 외출을 했고 마침 비도 오고 하여 칼국수 생각에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사는 동네는 자그마한 산골로 조금만 나가면 면소재지가 있다. 면소재지라고 해야 면사무소와 농협 정도가 큰 건물이고, TV에 나올 듯한 작은 시골 동네를 연상시키는 곳이다. 야트막한 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골목엔, 오래된듯한 이발소 간판도 보이는 곳이다.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이곳으로 옮기기 전부터 자주 다니던 칼국수집이 있다. 소박하면서도 시골스런 차림으로 해주지만, 왠지 어머니가 해주는 맛이 연상되어 자주 찾는 곳으로 항상 사람이 붐빈다.

여름 비가 추근대는 점심때가 되어 국수를 먹기 위해 칼국수집을 찾았다. 전에는 혼자 식당을 간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몇 번 해보니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 가면, 메뉴를 고르는 고충도 덜어지지만 밥을 먹는 속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좋기도 하다. 요즈음은 식당마다 혼자 먹을 수 있는 식탁을 마련해주어 고마운 생각을 하면서 자주 찾는다


식당에 들어서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칼국수를 먹고 있다. 더러는 두부를 곁들여 소주잔을 기울이며 날궂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들어서자마자 주인에게 손가락 하나를 보였다. 혼자 왔다는 뜻이다. 고개를 끄떡이고 혼자 먹기 좋은 식탁에 자리를 잡았더니 바로 물과 물 잔을 건네준다.


잠자코 기다리는 사이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주인은 바쁘게 오고 간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칼국수가 나왔다. 칼국수를 갖다 주지만, 여러 식탁에서 주문한 칼국수를 커다란 쟁반에 들고 오기에 얼른 한 그릇을 내려놓았다. 칼국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항상 부드러운 면을 자랑하고 있다. 국수와 다진 지고추, 양념간장 그리고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곁들여 준다. 지고추를 넣고 양념간장을 넣어 간을 맞춘 후, 김치를 곁들여 칼국수를 먹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다. 주인이 이런저런 일로 식탁을 정리하고 짬을 내어 자리에 앉는다.

자리에 앉은 주인은 책상 위에 있던 핸드폰을 잡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는 것이다. 전에 왔을 때는 식당을 정리하고 시간이 나면, 언제나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시간이 철철 넘쳐도 책을 읽지 않는 나에게는 말이다. 간간이 나는 짧은 시간에 접어 놓았던 책장을 넘기고, 다시 일이 있으면 일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몇 번의 짬이 나는 시간마다 두터운 책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바쁜 시간에 짬을 내어 책을 본다는 것이, 그런 여유를 갖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가 짬이 나면 책을 읽으려니 하던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던 사람이 핸드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 여간 낯선 것이 아니었다. 그때 그대로의 모습이 훨씬 멋이 있고 신선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든 주인의 모습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보였던 것은, 전에 보았던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광경이었기 때문일 것이리라.


여름 비가 추적대는 날, 칼국수집에서 바쁘게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잠시도 앉아 쉴틈이 없었지만 손님이 없는 잠시의 짬이 나면 구석에 놓인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읽다가 덮어 두었던 두터운 책을 펼친다. 정신없이 읽다가 손님이 오면 다시 손님을 맞이하며 하루를 보낸다. 자그마한 시골 동네에 있는 칼국수집에서 일어나는 이런 풍경이 왜 그리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다가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신선했던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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