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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un 07. 2024

6월 아침에 만난 정원을 보면서

(뻐꾸기 우는 아침, 추정리 유채밭)

계절의 여왕 5월이 갔지만 푸름이 가득한 싱그러운 6월이다. 조금은 한가한 주말, 아내가 매실을 따러 간단다. 지인이 시골집에 심어 놓은 매실인데, 일손이 모자라 그냥 따가라 했단다. 혼자 보낼 수 없어 따라나섰다. 혼자 보내면 불편해하는 사람이 감당해야 할 고단 함이다. 산 길을 돌고 돌아 찾아간 집, 널따란 시골집에 수많은 꽃들이 가득이다. 6월의 꽃들이 가득한 넓은 집은 아름답지만 숨이 턱 막혔다. 아, 이렇게도 넓은 집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시골의 삶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가한 뻐꾸기는 생각 없이 울어댄다. 오래 전의 초가집을 생각하게 하는 그 소리다. 송홧가루 날리던 작은 초가집, 초가지붕 위로는 감나무가 드리웠다. 아기 조막만 한 풋감이 바람그네를 타고, 먼산 뻐꾸기가 한없이 울어 주었다. 어머니는 들에 나가시고 아무도 없는 집, 작은 툇마루에 앉아 여름날을 맞이했다. 허기가 지면 어둑한 부엌을 뒤져야 했다. 삐딱하게 서 있는 찬장을 열었다. 해진 소쿠리에 시커먼 보리쌀이 전부인 부엌, 무엇으로 허기를 메워야 할까? 무심한 뻐꾸기는 약을 올리듯이 울어댔다.

앞산에 물안개가 가득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는 사이, 넓은 화단 일거리가 가득이다. 시골집에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이다. 아침부터 잡초와 씨름을 한다. 잔디밭을 오가야 하고, 텃밭의 잡초와 씨름을 시작한다. 초반 샅바를 움켜잡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 이것도 하지 않으면 시골에 살 자격이 없다는 지론, 아무 생각 없이 잔디밭을 서성인다. 작은 잡초라도 놓칠 수 없다. 샅샅이 찾아내야 잔디밭이 온전할 수 있다. 어느새 잔디밭이 상전 되어 아침부터 바쁘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전원의 시작이다. 


편한 아파트를 두고 시골살이로 접어들었다. 많이 생각해 보라는 지인들의 충고,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렇게 망설이고 저렇게 고민하다 세월은 가고 없다. 긴 고민 끝에 결정한 시골살이, 내가 감당할 만큼만 움켜쥐어야 했다. 잡초와 싸울만하고, 달려드는 모기와 대결할만하면 된다. 그것이 어려우면 버거운 시골살이, 지금 아니면 또 언제 해 볼 것인가?

뜰앞에 핀 황금낮달맞이꽃

잔잔한 바람이 찾아온 골짜기는 고요하다. 연한 초록만이 넘실대고, 피어난 꽃들이 지천이다. 주황색 금계국천지 속에 긴 도랑 옆 황금낮 달맞이꽃이 줄을 서 있다. 이런 모습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었다.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예닐곱 평 남짓 텃밭엔 상추를 심고, 고추를 심어 선심을 쓴다. 아이들에게도 넉넉하게 쥐어 줄 수 있다. 앞산에도 피어나는 주황빛 금계국은 여기가 꽃동산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널따란 정원이 사람 손을 기다리고 있다.


넓은 꽃동산은 아름답지만 숨이 멎는다. 이렇게 많은 꽃들을 어떻게 돌 볼 수 있을까? 정원을 가득 메운 소나무는 사람을 기다린다. 그냥 두면 제멋대로 자라 감당할 수 없다. 화단에 남아 있는 서너 그루의 소나무를 손질하기도 버겁다. 키가 크기도 하지만 관리법이 까다롭다. 시골까지 정원사가 오기도 꺼려하지만 많은 돈을 요구한다. 부단한 공부와 연구로 해 내야 하는 일, 그것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여름으로 가고 있는 초록

더없이 아름다운 정원도 한 눈을 파는 순간 수풀이다. 자연은 철저하게 야생을 원한다. 풀이 아우성이고 산 식구들이 난리를 피운다. 덩달아 살자 하고, 같이 살자고 집적거린다.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시골살이의 어려움이다. 언제 이 넓은 화단은 정갈해질 수 있을까? 자연은 위대하지만, 인간을 봐주지 않는 냉정함도 있다. 널따란 정원에 앉아 쓸데없는 걱정을 끝내고 매실을 따러 뒷산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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