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이길 수 없다)
새벽을 알려주는 이웃집 닭, 용케 알아내고 울어준다. 고맙기도 하고, 때로 불편한 것은 늦잠이라도 자고 싶을 때다. 얼른 일어나 창문을 열자 상쾌함이 몰려온다. "이런 맛에 시골에서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온몸이 나른하다. 세월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얼른 문을 열고 나선다.
잔디밭을 서성이며 잡초도 뽑고, 작은 텃밭을 오가며 이일과 저 일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집 둘레를 서성이며 일을 하는 시간은 대략 두어 시간.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텃밭은 언제나 신기하다.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다르고 크기가 다르며, 살아 있음이 다르다.
주인이 오고 감에 따라 달라지는 채소들의 모습,
아침, 저녁으로 텃밭을 오가시던 어머님이 떠오른다.
이런 재미로 텃밭을 오고 가나 보다!
한참의 노동 끝에 마음도 상쾌하고, 덩달아 온몸은 제 자리로 돌아왔다.
마음이 편안하고, 노곤했던 온몸이 개운해진 것이다.
아침부터 이웃도 일어나 텃밭에서 일을 한다. 늦게까지 일을 했지만 오늘 아침도 어김이 없다.
풀을 뽑고 닭을 돌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반갑게 인사를 하자 온몸이 쑤신다며 하소연이다.
허리도 아파 살 수 없단다는 말, 어르신들의 단골 메뉴 아니던가!
아프면 쉬어야 한다는 말에, 대뜸 나오는 말은 오래전 어머님의 말씀이다.
"일을 해야 몸이 아프지 않아요!"
어머님의 말씀, 무슨 뜻인지 몰랐다. 왜 일을 하면 몸이 아프지 않을까?
어른들은 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일을 하고 싶어서일까?
정말 일을 해야 몸이 아프지 않을까?
그렇다. 일을 하면 운동이 되니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운동으로 움츠렸던 몸이 살아나 개운할 수도 있다.
오래전, 내 어머님도 일을 하시면 아프지 않았을까?
아니면 혹시, 일을 하시면서 아픔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일을 해야 아프지 않은 것이 아닌, 일을 하면서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세월을 이길 수 없는 고희를 넘긴 나이,
오래전 어머님의 삶을 되새기게 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