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를 떠난 티베트 여행

(라싸를 떠난 여행길에 오르다, 조캉사원 앞 광장)

by 바람마냥

대부분 친구들과 어울려 배낭여행을 했는데 패키지여행에 끼어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곤란한 경우도 상당히 많아 조심스럽다. 단체로 그들이 원하는 상점을 들러야 하고, 식당을 가야 하며 또 단체관람이라는 것을 언제나 선택이라는 명목 하에 소개한다. 차에 타자마자 바람을 잡는 현지 가이드가 있는가 하면, 솔직하게 애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 않거나 그들이 소개하는 코스에 참여하지 않으면 대부분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하고, 더러는 궁지에 몰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여행의 맛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티베트 여행도 예외가 아니어서 여행코스에 등장하는 것이 민속춤 관람인데, 늘 느끼는 것은 너무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싫증 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언젠가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만난 플라멩코는 그런 식상함이 없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멋진 여행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동티베트를 여행하는 경우에는 조선족 가이드가 들어내 놓고 현지 상품을 살 것을 종용하기도 한 경우이다. 저녁 무렵 식당에 들어서니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식당으로 아직은 썰렁한 느낌을 주는 것은 미처 음식과 민속춤의 준비가 덜 되어서였다. 차츰 시간이 지나자 손님들이 모이고 음식이 준비되면서 조금은 분위기가 고조되어 갔다.

민속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도 단체관람 위주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한 단체씩 입장하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이 한국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많이 왔나 할 정도로 많은 한국인이 붐비기 시작하고,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주위를 살펴보니 조캉사원에서 만났던 채 선생 부부가 나타나고 또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한 무리가 되어 들어온다. 그리하여 식당은 온통 한국판으로 구성된 듯하고, 음료로는 뷔페식으로 각자 음료는 한 가지씩 선택을 할 수 있단다. 맥주와 음료수 등 제공되지만 고산지대의 특성을 생각해서인지 맥주조차도 사양하면서 모두는 음료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오체투지를 하는 어린이

그래도, 먼 타국에 와서 맥주 맛은 보고 가야 할 것 같아 맥주를 선택하여 우리의 술 문화인‘위하여’를 외치자, 반대편에서도 질세라 ‘위하여’를 외쳐 한국인가 착각할 정도가 되었다. 약간의 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는 사이 민속춤이라는 것이 보이고 음식을 가져와 먹는 중에, 언제나 정겨운 채 선생이 소주를 한잔 권하는 것이 아닌가? 고산증에 하도 혼이 난 중이라 머뭇했지만 ‘에라 모르겠다!’하면서 한잔을 마시자 남은 술을 주고 가버린다. 이내 남은 맥주로 반배를 하고 남은 소주를 동료에게 권하는 대로 머리를 절레절레 젖는다. 할 수 없이 내가 먹으리라는 생각으로 배낭에 챙겨 넣은 다음, 식사를 하고 다시 호텔로 와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산증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 아직도 머리는 맑아지지 않았고, 여행 동료 중에는 오늘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사람도 있어 남은 기간 동안 생활할 것이 걱정이 된다.

그들의 살림살이,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같았다.

‘고산증’‥‥치료방법이 없는 ‘무서운 증’이란다. 대략 해발 3,400m 전후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해수면 높이에서 공기 중 산소 비율은 21%이며 대기압은 760mmHg이지만, 기압이 낮아지면서 산소의 농도가 낮아진다고 한다. 3,600m에 도달하면 기압이 480mmHg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호흡할 수 있는 산소가 40% 적어진다고 한다. 산소의 부족과 기압 차이에서 나타나는 이 증세는 구토와 두통, 현기증으로 시작하여 식욕부진이 심해져서 점차 구토와 수면 불능, 호흡곤란, 폐수증과 심하면 정신착란까지 이르러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일어난다고 한다.

드레풍 사원의 스님들, 그들도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티베트 여행을 계획하면서 조금 걱정을 했던 것이 고산증에 대한 걱정이었다. 티베트 여행이 걱정되어 몇 년 전에 동티베트를 시험 삼아 여행을 했었다. 그때 최고 3,000m 정도까지 올랐었는데, 뛰어다니면 약간은 날아가는 기분을 갖게 하고 머리가 아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평소엔 운동에 관심이 많아 여러 가지 운동과 등산으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전혀 소용이 없어 걱정이 되었다. 단지 아내가 걱정이 되었었지만 반대로 아내는 한 번 회복이 되고 나서는 걱정이 없다. 오히려 내가 더 걱정이 되도록 머리가 아프다. 여행의 순서를 바꿀까도 생각을 했었다. 먼저 라싸로 오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청장 열차를 타고 서서히 올라오면 몸이 적응이 되면서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다만 그 정도는 버틸 줄 알았는데 오만과 자만이 화를 부르고 마는 형국이 되어 이젠,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포탈라 궁 근처의 현지인들

고산증의 무서운 증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소통을 끼고 있든지 아니면 낮은 곳으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예방법으로는 고도를 천천히 높여가면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물, 비타민C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증 고산증에는 진통제 등의 약이 있어도 중증일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하겠다. 어렴풋이 눈을 떠 보니 아침인데 아직 머리는 개운하지 않았으나, 창문 너머에 있는 라싸 강과 산은 아름다운 운무를 이고 멋진 그림을 선사해 준다.

그곳엔 기도만이 있었다.

나른한 몸을 이끌고 식당으로 내려가 대충 아침을 먹은 후 조금은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5,000m까지 올라가기에 나도 걱정이지만 내심으론 아내가 걱정된다. 티베트 여행 중에 기대되는 안드록쵸호와의 만남이 기대되는 일정으로 5천 고지를 넘어야 한다. 더구나 꼬불꼬불한 산을 넘으려면 고산증에 멀미까지 하면 어쩌나 하는 아내 걱정이 태산 같다. 고산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오른 버스에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으로 버스에 오른 듯하다. 모두는 걱정에 휩싸여 있는 듯하지만 누구 하나 고산증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다. 구태여 상처를 건드려 심기가 불편하게 만들 필요가 없어서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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