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를 바라보며)
청바지, 망설이는 세월이다.
옷장을 열자 선명한 인디고색의 청바지가 보인다. 검은빛이 나는 또 다른 청바지는 날렵함에 젊음을 연상케 한다. 혹시 하는 마음에 청바지를 구입하긴 하지만 선뜻 입고 나서긴 망설여진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나와 어울릴까라는 긴 망설임 때문이다. 세월은 망설임만 주고 가버렸다. 왜 망설여질까?
젊어서는 짙푸른 진으로 멋을 부리기도 했었지만, 선뜻 입고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모든 연령층에서 일하면서도 입고, 출근하면서도 입으며 여행용으로도 최상의 옷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나이 든 사람들도 즐겨 입는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입고 즐길 수 있는 청바지, 왜 전엔 입었는데 지금은 망설이게 되었을까?
애초엔 인디고라는 색으로 염색한 실과 염색되지 않은 실로 항해용 돛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천이었다. 이 면직물을 이용한 바지가 청바지인데, 노동자들의 복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옷이다. 이후 유행에서 멀어지는 일 없이 다양한 변화를 거치며 작업복이 아닌 패션으로 승화되어 젊은이들의 상징이 되었다. 패션이 변하면서 젊은이들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옷이 되었다.
다양한 청바지를 만났다.
머릿결이 희끗하신 어르신이 청바지를 입으셨다. 젊음의 멋스러움을 나타내고 싶으셨나 보다. 무슨 생각으로 저련 패션을 하고 나오셨을까? 어르신의 허리에 간신히 매달려 있다. 가냘픈 몸집에 헐렁함이 가득한 청바지는 허리가 얇아 몇 번 접혀있음을 상의를 바지 속에 넣은 옷차림이 보여준다. 구부정한 허리에 젊은이와는 전혀 다르다.
오랜만에 시내버스에 올랐다.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젊음은 언제나 싱그럽다. 멀찍이 젊은이 청바지 뒷주머니엔 휴대폰 꽂혀있다. 꿈틀대는 근육이 바쳐주는 몸매와 청바지의 만남이다. 와, 젊음이 멋있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장면이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나의 모습을 상상만 해보고 만다.
우연히 들르게 된 시장이다. 갖가지 옷이 가득하지만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청바지다. 단돈 만원이라는 표시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저렇게 저렴한 값으로 구입할 수 있음에 깜짝 놀란다. 반바지도 있고, 패션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진열되어 있다. 싼값에 다양한 옷을 접할 수 있음에 우리는 참, 여유롭게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옷장 속에 숨어 있는 청바지가 네댓 개가 된다. 비가 오는 날, 슬쩍 입고 나선다. 꿈틀대던 궁둥이 살은 홀쭉해졌고, 허벅지 살도 실하지 않다. 근육을 단련한다고 했지만 아직은 부족한가 보다. 혹시 다리는 구부정하지 않은가 조심스럽다. 헐렁한 청바지가 그냥 매달린 모습은 아닐까도 걱정이다. 얼른 손을 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어림도 없지만 조금은 젊어 보일까 하는 망상에서다.
청바지를 꺼내 입어야겠다.
젊음을 과시하던 시내버스에서 만난 젊은이, 뒷주머니에 날렵한 휴대폰이 꽂혀있다. 한없이 부럽던 젊음이 떠오른다. 오늘도 헬스장을 휘저으면서 근육을 단련하고 달리기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구부정한 허리가 될까 근육을 보전하고 싶어서다. 세월이 흘렀어도 꼿꼿한 몸에 어우러진 근육은 멋스럽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몸매는 모두의 소망이다. 여기에 입혀진 옷은 말할 것도 없다.
근육과 어우러지는 청바지는 으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의는 바지 밖으로 드러낸다. 헐렁할 수 있는 청바지를 감추어야 하고, 빈곤한 허리춤이 가련해 보일까 해서다. 적당한 늙음을 상의로 가려 놓고, 날씬한 다리를 청바지로 드러냈다.
한결 산뜻함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오랜만에 입고 나타난 청바지를 보고 친구들이 놀려댄다.
아주 젊어 보인다고. 정말 인가하는 쓸데없는 안도를 하지만 어림도 없음은 알고 있다.
옷장에 숨어 있는 청바지를 꺼내야겠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청바지를 입기에 딱 어울리는 계절이다. 계절과 옷은 준비되었으나 몸이 문제다. 허벅지에 살이 올라야 하고, 적당한 근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반소매차림이면 여기에는 어울리는 몸매를 만들어야 한다. 이두근과 삼두근이 근사해야 한다. 당당한 체력이면 어떤 옷이어도 매력이 있다. 하얀 티셔츠에 인디고의 청바지는 얼마나 잘 어울릴까?
적당히 실룩거리는 근육이 살아 움직여야 한다. 아직도 근력운동을 고집하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이유다.
건강이 최고지만 또 다른 목표도 있다. 옷을 입어도 품위 있고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어서다. 탄탄한 근육이 살아 있고 숨을 쉬어야 한다. 근육이 머문 엉덩이 위 뒷주머니엔 날렵한 휴대폰을 꽂아 넣어야 한다.
세월이 더 흘러가면 감히 생각지도 못할 청바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
청. 바. 지~~~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오늘이 최고로 젊은 날이라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