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아침)
산을 오르는 청춘들
일주일에 한 번, 동료들과 산을 오른다. 아침에 만나 근교의 산을 오르는 산행이다. 산을 오르는 한 시간과 휴식 그리고 내려오는 한 시간이니 기껏해야 두어 시간이다. 내려와 점심을 먹고 간단히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메우는 일정이다.
산을 오르며 계절의 순환을 느껴보고, 오고 가는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산행은 늘 즐거운 나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을 오르는 아침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동료들과 오르는 사람, 부부가 오르는 사람도 있다. 반려견을 데리고 오르는 사람도 있고, 가끔은 로봇과 함께 놀며 쉬며 오르는 사람들로 언제나 산은 붐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풍경들이다.
정상이라 해야 기껏 200여 미터, 정상에 오르면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언제나처럼 커피 한잔, 마음이 넉넉한 동료가 지참해 온 감사한 커피가 기다린다.
조금은 힘들지만 정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고급진 커피보다 훨씬 달콤하다. 그럴듯한 커피집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하는 커피, 지나는 지인과도 나누는 커피가 피로를 풀어준다.
세상은 변했고 산의 풍경도 달라졌다. 야자매트가 깔려있고, 안전한 계단과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곳곳엔 운동기구가 설치되었으며 간이 화장실도 있다. 살기 좋은 세상인데 산에 오르는 동료들의 산행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운동하는 모습이 달라졌다.
산행하는 사람들의 나이는 다양하다. 어르신들도 있고 젊은이들도 있다. 세월은 흘러갔고 산을 오르는 동료들의 모습도 변했다. 인원도 줄어들지만, 걸음걸이도 달라졌고 또한 속도도 달라졌다. 젊음엔 오를 것도 없었던 산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들이 안쓰럽다.
언제 이런 세월이 되었을까? 산 아래 모여 일제히 산을 올랐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듯이 오르던 산행, 이젠 그럴 힘도 필요도 없다. 기력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시간이 있고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아서다.
하루의 삶을 즐기기 위해 오르는 산행이다. 건강도 지키고 시간도 보내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함이다. 거친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세월, 세월에 짓눌려 서서히 오르는 풍경은 다양하다. 산 아래에서부터 시작하던 산행, 중간부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단다. 아예 식사자리로 오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 세월에 따라 세상을 사는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막걸리 한 잔도 망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거리낌 없는 친구도 있다.
산에 오르고 가끔 자전거를 타는 친구들의 풍경도 마찬가지다. 수십 킬로를 달리던 친구들의 몸을 세월은 그냥 두질 않았다. 하루에 수십 킬로는 거뜬하던 친구들이 서슴없이 나서던 자전거 길도 망설인다. 자전거 타는 친구들도 줄어들었지만 거리도 짧아졌다. 기껏해야 40킬로 정도를 견디며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거침없던 언덕이 망설여지고, 맛있지만 거리가 먼 식당까지는 생각이 없다. 속도를 줄이고 언덕을 피해 달려야 하는 세월이 되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가 있다던가?
오늘도 산을 오르는 언덕이 야속하다. 간신히 오른 언덕에서 숨을 고르며 친구가 건넨 사탕 한 개를 입에 넣는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달콤한 사탕 한 개가 소중하다. 시원한 바람 한 점이 다정하고도 소중한 산길이다. 멀리서 아는 지인이 손을 흔든다. 어김없이 산을 오르는 어르신들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정상에 올라 커피 한잔을 나눈다. 멀리 보이는 도심이 한가로이 앉아 있다.
나름대로 삶을 살아간다.
다양한 연령대가 오르는 산, 젊은이들도 어김이 없다. 언제 일을 하고 운동을 할까?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한 젊은이가 철봉대를 잡는다. 싱싱한 근육으로 턱걸이를 하고, 간이 벤치프레스에서 근육을 드러낸다. 야, 젊음은 언제나 싱싱하다.
세월 따라 젊음은 가버리고 이젠, 푸석푸석한 몸만 남아 있다. 얼른 고개를 돌리며 다시 찾아갈 체육관을 상상해 본다. 다시 되잡아 내려오는 길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젊음이 가버린 세월 따라 몸을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사진 길을 주시하며 모두는 긴장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무에도 의지하며 조심스레 내려오는 산길이다.
세월을 탓할 수도 없고 건강을 후회할 수도 없다.
서서히 적응하며 하루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생활이다. 한참의 삶을 불태웠으니 세월이 그냥 둘리가 없는 세월, 온전히 내가 관리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나만의 수위와 거리로 운동을 한다. 나름대로의 먹거리를 선택해야 하며, 세월에 순응하는 삶이어야 한다. 가야 할 곳은 병원과 약국이라는 세월, 망설이거나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만의 운동으로 근육을 보전하고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노년에 건강한 삶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다.
하루라도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노년을 삶, 나만이 알고 있는 방법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운동이기 때문이다(2026.01.07 오마이 뉴스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