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뉴스에서 런던 스모그의 악명을 이야기하던 때였다.
잭 더 리퍼가 떠올랐다.
휴대전화 액정에 뜬 시간을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은 허연 먼지로 뒤덮였고 시간대로 야심했다. 가로등은 흡사 가스등처럼 부옇고 불안한 불빛으로 담쟁이덩굴의 말라비틀어진 뿌리를 비추었다. 높이 쌓은 성당 벽돌담 앞에 주차된 우리 차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전긍긍해하는 남편은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며 진입하는 긴급출동 서비스 차를 보고 환희에 차 손짓했다.
우리 차는 겨우 배터리 힘을 회복하여 엔진 소리를 울렸다. 나는 진통이 심해짐에 따라 당연 아파했고, 남편은 몹시 미안해하고 이마의 진땀을 닦으며 병원을 향해 핸들을 꺾었다.
병원 정문에 들어서자 성모상만이 깨어 있었다.
진료 접수창구 한 구석에 당직자가 비틀비틀 일어나 우리가 무얼 하는지 잠시 바라봤다. 나는 성모상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경비직원이 맴돌고 있음을 깨닫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눈 흰자위가 새빨갰다. 초점이 흐려진 눈빛은 그저 밖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을 기다렸다가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산부인과 병동에 접수 후 다인실에 짐을 풀었다.
코 고는 소리가 만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병실이 만실인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이 순간, 혼자 있을 상상을 하니 너무나 막막했다. 병실은 사람들의 숨결과 고통의 신음으로 따스했고, 나는 덜덜덜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양수가 터진 자리는 쓰라렸다.
드디어 너를 만난다
그날 새벽, 아기와 무수히 나누었던 대화들이 기억 속에서 온 데 간데 없이 지워지고, 의료진들의 설명이나 주문이 덧씌여졌다. 양수검사, 초음파 검사, 태동검사, 수액, 유도분만액, 무통주사 삽관까지 이리저리 실려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몸과 기분은 만신창이였지만, 여러 사람의 손길에 이끌려 생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했다. 사람은 따뜻하고, 그 온기 어린 음성에 진통은 탄생의 신호를 울리는 것 같았다.
맞잡은 남편의 손은 따뜻했고, 12시간 만에 태어난 아기는 뜨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