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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May 07. 2023

쑥떡과 엄마.

-있을 때 잘하자.

떡에 꽂혔다.

떡의 종류는 상관없다.

쑥향과 쑥색 가득한 떡이면 뭐든지 오케이.


"웬 쑥떡이야?"

약밥 말곤 생전 떡을 사 온 적 없는 내가 사 온

식탁 위 쑥설기를 보며 엄마가 물었다.


"요즘 쑥떡이 땡겨. 희한하게."

어릴 땐 목욕탕 냄새가 난다며,

거들떠보지 않았던 쑥이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에 외할머니랑 동네 계곡 근처에서

 캐서 쑥설기 만들어 먹긴 했었네..."

엄마가 가만히 추억을 떠올린다.


"아~ 맞네, 엄마랑 외할머니랑 쑥 캐고 와서 며칠을 앓아누웠었잖아. 삭신이 쑤신다고."

엄마의 추억 여행에,

그때 냉동고에 가득했던 쑥설기가 떠올랐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오르기엔 다소 험한 곳이었지만,

 인적 드문 산골짜기 계곡에서 자란 깨끗한 쑥이라며

 그녀들은 봄이면 늘 그 계곡을 찾아갔었다.


 "이젠 외할머니도 나도 힘들어서 못 가겠다."

 작년 봄, 엄마는 이젠 나이 들어 계곡 오르는 것이

 힘에 부친다며 쑥 캐러 가는 것을 엄두 내지 않았다.


"쑥떡... 먹고 싶니?"

 냉동고에 가득한 쑥설기를 보고도 심드렁했던 내가

 갑자기 쑥떡을 찾아대니 마음에 걸려하며 묻는 엄마.


"한 두 개 먹음 질릴 거야. 괜히 쑥 캐러 갈 생각 하지도마."

 괜히 쑥설기를 사 와서 엄마 마음만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웬만하면 갈랬는데 어휴 이젠 진짜 힘에 부치네."

 옛 어른들 말이 맞다.

 있을 때 잘하란 말.


 엄마가 정성껏 캐다 만든

 쑥설기가 냉장고에 그득할 땐,

 이렇게 먹고 싶어 생각날 줄 몰랐다.


우리가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 주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무엇이든 하기엔

힘에 부치는 나이가 되어버린 엄마를 보고 있자니,

속이 상한다. 후회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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