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에 꽂혔다.
떡의 종류는 상관없다.
쑥향과 쑥색 가득한 떡이면 뭐든지 오케이.
"웬 쑥떡이야?"
약밥 말곤 생전 떡을 사 온 적 없는 내가 사 온
식탁 위 쑥설기를 보며 엄마가 물었다.
"요즘 쑥떡이 땡겨. 희한하게."
어릴 땐 목욕탕 냄새가 난다며,
거들떠보지 않았던 쑥이다.
"그러고 보니 재작년에 외할머니랑 동네 계곡 근처에서
쑥 캐서 쑥설기 만들어 먹긴 했었네..."
엄마가 가만히 추억을 떠올린다.
"아~ 맞네, 엄마랑 외할머니랑 쑥 캐고 와서 며칠을 앓아누웠었잖아. 삭신이 쑤신다고."
엄마의 추억 여행에,
그때 냉동고에 가득했던 쑥설기가 떠올랐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오르기엔 다소 험한 곳이었지만,
인적 드문 산골짜기 계곡에서 자란 깨끗한 쑥이라며
그녀들은 봄이면 늘 그 계곡을 찾아갔었다.
"이젠 외할머니도 나도 힘들어서 못 가겠다."
작년 봄, 엄마는 이젠 나이 들어 계곡 오르는 것이
힘에 부친다며 쑥 캐러 가는 것을 엄두 내지 않았다.
"쑥떡... 먹고 싶니?"
냉동고에 가득한 쑥설기를 보고도 심드렁했던 내가
갑자기 쑥떡을 찾아대니 마음에 걸려하며 묻는 엄마.
"한 두 개 먹음 질릴 거야. 괜히 쑥 캐러 갈 생각 하지도마."
괜히 쑥설기를 사 와서 엄마 마음만 불편하게
만든 건 아닌지 후회가 밀려왔다.
"웬만하면 갈랬는데 어휴 이젠 진짜 힘에 부치네."
옛 어른들 말이 맞다.
있을 때 잘하란 말.
엄마가 정성껏 캐다 만든
쑥설기가 냉장고에 그득할 땐,
이렇게 먹고 싶어 생각날 줄 몰랐다.
우리가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 주던
엄마였는데,
이제는 무엇이든 하기엔
힘에 부치는 나이가 되어버린 엄마를 보고 있자니,
속이 상한다. 후회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