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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May 30. 2023

다른 유형의 인간이 친구일 때.

-나의 진심도 너에게 닿기를.

지금은 그만둔 그 회사에

나는 2009년 4월 입사, 갱이는 2009년 5월 입사

동기가 갖고 싶었던 나는

억지 좀 부려 갱이를 동기라 불렀다.


늦은 호적신고로

원래는 84년생이지만 민증엔 85년생, 갱이는 진짜 85년생

친구가 갖고 싶었던 나는

갱이에게 출생의 비밀을 숨겼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감정적인 나와 다른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갱이

초반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정색했지만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주며 둘도 없는 사이가 되었다.


워킹맘이 된 갱이는

어린이집과 회사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이 전쟁 같다 하며

오히려 업무 시간이 일상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라 했다.


육아로 인한 잦은 조퇴와 연차로 눈치가 보일 대로 보인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딸의 고열 소식을 듣고

접견실에서 갱이가 펑펑 울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갱이의 날감정을 보았다.


결국 갱이는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갱이는 본인의 퇴사로 정글 같은 회사에 

덩그러니 혼자 남을 나를 걱정했고 미안해했다.

지 코가 석자인데 내 걱정을 하는 갱이가 84년생 나보다 더 어른 같아 보였다.


갱이가 퇴사한 후에도 우리는 자주 만났다.

궁금하지 않을 회사얘기도 지겨워하지 않고 호응해 주었다.

'아, 회사 얘기 조금만 할걸...'

갱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늘 후회가 한가득이었다.


점점 서로의 삶을 살아가느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었지만,

어쩌다 한 번 만나도 우리 사이에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말 많은 나,

여전히 그저 들어주는 너.


지난주 오랜만에 만난 갱이에게 들은 날벼락 같은 소식

신랑의 이직으로 경기도로 이사가게 되었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갱이의 타향살이 소식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 수 있었던 갱이가 저 멀리 떠나버린다는 소식.


"갑자기 타향살이라니... 적응은 또 어떻게 하니..."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미리부터 걱정 안 할래."

 본인에게 닥친 변화를 덤덤하고 담백하게 대하는 게 역시 갱이답다.

 남일인데도 벌써부터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 역시 나답다.


"넌 요즘 어때?"

"오춘기가 온 것 같아.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매일 감정기복이 심해."

"첫째 학교 보내고 둘째 유치원 보내고, 똑같은 일상을 사는 나도 매일 감정 기복이 심해. 너만 그런 거 아냐."

 갱이는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기복이니 전혀 유별날 것 없다 했다.


"가서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 참지 말고. 감정도 자꾸 표현하는 버릇을 들여야 쌓이는 게 없는 거야."

"알겠어.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지금 너 대개 멋져. 진짜야. 알지?"

 갱이를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다른 유형의 인간이, 서로에게 건네는 응원은 0이 아니라 2배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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