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도 고집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는 여름이면 꼭 챙겨 먹는 하드가 있다.
수박바, 스크류바, 죠스바 그리고 여름엔 더위사냥.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먹긴 하지만, 유독 여름이면 더 생각나는 하드들이다.
신이 나에게 일생동안 단 한 종류의 아이스크림만 허락하신다면,
1초의 망설임 없이 고를 수 있다.
"그거슨 바로 더위사냥입니다!"
첫째, 반으로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 양이 많다, 느낌상.
둘째, 커피귀신인 내게 커피대용 역할도 해준다, 카페인함량은 낮은 건 럭키.
셋째, 아삭거리고 달달한 게 맛이 좋다. 무슨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반으로 나눠먹을 수도 있지만 한 번도 누구와 나눠먹은 적 없다.
중간 띠 부분을 뜯어낸 뒤 소중한 물건 다르듯 조심조심 윗부분 커버를 벗겨낸다.
부러짐 없이 윗부분 커버 벗겨내기에 성공한다면, 용사가 된 듯 칼처럼 들고 먹어치운다.
가끔 반으로 쪼개지는 게 싫지만, 힘조절에 실패해 두 동강 날 때가 있다.
칼처럼 들고 먹는 게 가장 환상적이지만, 뭐... 양손에 들고 먹어도 괜찮다.
부러졌다고 양이 줄어든 건 아니니까.
"더위사냥 사갈 건데, 먹을래?"
나의 물음에 남자친구는 분명 더위사냥을 좋아하지 않는다 했다.
편의점 1+1 행사로 더위사냥 두 개를 사 왔다. 오늘 한 개, 내일 한 개, 둘 다 내꺼다.
"더위사냥 나눠먹자."
저녁식사 후, 상상해 본 적 없는 남자친구의 제안에 다시 한번 물었다.
"뭐라고 너 지금 나한테 더위사냥 나눠먹자고 한 거 맞아?"
"어, 너 그거 혼자 다 먹을 수 있어?"
"당연하지, 그거 원래 1인분이야."
"아니야. 더위사냥은 반틈씩 나눠 먹는 거야. 혼자 다 먹음 배탈 나."
"그럼, 2개 사 왔으니까 한 개씩 먹자."
"아니, 나눠 먹자."
"더위사냥 2개 있다고!! 왜 굳이 나눠먹어!!"
남자친구에게 더위사냥은 혼자 다 먹기엔 양이 많은 하드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 화가 났다.
"난 한 번도 더위사냥 나눠먹어 본 적도 없고, 난 한 개 다 먹어야 딱 양이 맞아."
내 반응이 재밌던 것인지 그는 실실 쪼개며 계속 나눠먹자 우겨댔다.
"미친놈아!"라고 소리쳐봤지만, 그는 단호했다.
"나눠먹자. 나 한 개 다 못 먹어. 밤에 찬 거 많이 먹어도 안 좋아."
결국 내 인생 처음으로 더위사냥을 반틈씩 나눠먹었다.
먹어도 시원찮다.
그렇다고 다시 한 개를 집어 들어 먹자니 과하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한 개 다 먹을 거라며 끝까지 우겨대지 못한 나 자신이 미웠다.
그렇게 더위사냥을 나눠먹었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3일 내내 짜증만 냈다.
"더위사냥 나눠 먹었다고 짜증 내는 게 어딨냐!"
"네가 뭘 알겠어? 배고프면 밥 먹고, 잠 오면 자버리는 단순한 놈이!"
"야~ 내가 그런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잘못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