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혼자 타면 더 재밌어! 몰랐지?

-나는 빼 줘.

by 코알라

엄마가 어느 은행에서 사은품으로 받아온 자전거라며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생소한 브랜드의 자전거를

2주 전 너는 들고 왔지.


오랜 시간 방치하여 세워둔 탓에

이래저래 손 볼 곳이 많던 자전거를 고치느라,

그 좋아하는 '식후잠'도 거르고 열중하더군.


브레이크를 손보고, 뒷바퀴 기어 레버를 정비하고,

타이어에 바람을 넣으며 넌 얘기했지.

"다 고치면 같이 타러 나가자."


"자전거 뒷안장도 없는데?, 그냥 너 혼자 타면 안 돼?"

"사서 달면 돼, 응 안 돼"

엄청 단호한 너의 모습에 순간 박력있다 싶었지.


공짜로 받은 자전거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시키느라

다이소에 쓴 돈만 5만 원, 그 외 온라인 구입 제품까지 합치면 어휴

까먹을 줄 알았는데 야무지게 뒷안장도 놓치지 않고 주문했더라.


"나는 자전거 타고 싶지 않아."

열두 번도 더 말했지만 넌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지

"안돼, 같이 타야 해."


모든 것이 완벽히 갖춰진 금요일,

저녁 식사의 포만감에 노곤해지려던 찰나 너는 말했지.

"자전거 타러 나가자."


한 번은 타주자 싶어, 군말 않고 따라나섰지.

쌩쌩 제 속도 내며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들 사이에

2인조 우리만 느림보였지.


"그냥 혼자 타, 나는 자전거 타는 거 안 좋아해."

"싫어, 같이 타."

"내가 싫다는데 왜 자꾸 뒤에 태우고 다니려고 하는데!"


속도를 즐기고 싶다더니

굳이 싫다는 나를 태워 느림보가 되기를 자처하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눈이 돌아버린 너를 설득할 방법은 없었어.


저녁 먹고 잠만 자는 너보다

이렇게 운동하려는 네가

훨씬 낫다는 생각에 따라나가 주자 싶지만, 여전히 가기 싫다.


마른하늘에 천둥, 번개가 치더니 비가 내린다.

'비가 와서 어떻게 해, 오늘은 자전거 타러 못 가겠네.'라는 내 문자에

'벌레는 없을 듯'이라는 답이 왔다.


비가 와도 타겠다는 건가?

비 오는데 나가자면 오늘은 진짜 각 잡고 싸운다.

단단히 각오하며 싸울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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