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코알라 Sep 25. 2023

출근길 버스 기사님의 다정함.

-기분 좋은 비오는 날의 아침.

 지난 주 내내 비가 쏟아졌다.

 비오는 날을 좋아는하지만, 출근길의 비는 번거로운 일 투성이다.

 오전 8시 30분, 버스 안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환승해야하는 지하철 역 버스 정류장에 다와가자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문으로 미리 향했다.

 휴대폰 시계를 슬쩍보니 지하철 도착 5분 전이다.

 나도 얼른 장우산을 챙겨들고 최대한 빨리 내리기 위해 하차문으로 미리 향했다.

 내리는 승객이 많은 정류장이라 머뭇대다간 늘 타던 시간의 지하철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지하철 역 앞에 위치한 버스 정류장엔 앞서 온 두 대의 버스가 정차해 있었다.

 정류장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우리 버스는 우리의 순서가 되길 대기하고 있었다.

 "그냥 문 열어주지."

 1분 1초가 아쉬운 출근 시간엔 여유는 없다.

 하차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시야에 정류장이 보이면 그곳이 어디든 하차할 수 있는 정류장이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차문쪽에 웅덩이 보이세요?
여기서 문 열면 다들 젖으시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사님의 다정한 말에 하차문 근처에 우르르 서있던 우리는 유리창 너머로 웅덩이의 존재를 확인했다.

 뭔가 다른 느낌의 침묵이 흘렀다.

 재촉한 자신이 부끄러워 흐르는 침묵일까?

 '세상에, 저렇게 다정한 기사님이라니'라는 감동에 흐르는 침묵일까?


 "잠시만요 아셨죠?"

 "네, 기사님"

 서로 내리기 바빴던 버스 하차문이었는데, 오늘은 누구랄 것없이 양보를 자처했다.

 "수고하세요, 기사님!"

 어느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인사하며 하차했다.

 나는 오늘 세상 다정한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이런 행운이.

 

매거진의 이전글 새치기를 배려하지 않는 팍팍함? 넌 아직 순수하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