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낯선 꿈속의 나.
긴 생머리의 5:5 가르마, 진한 아이라인과 분홍빛 펄을 잔뜩 얹은 눈, 누드 베이지 립스틱을 바른 입술, 결정적으로 파운데이션을 아무리 겹겹이 발라도 티가나는 양볼 가득한 곰보자국이 반 애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듯 등장만으로도 교실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아. 우리 반 아이였구나.'
얼굴이 너무 화려해 미처 입고 있던 교복을 보지 못했던 나는 그제야 같은 반 아이임을 알아챘다.
지지 않고 그 애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내 뒤통수와 나로 인해 멍해진 그 애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나는 꿈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21분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믿을 수 없는 나의 마지막 대사를 계속 읊조렸다.
나는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지 않다.
나는 살면서 정의롭지 않은 적이 없지 않다.
늘 꿈속의 나도 현실의 나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꿈속에서 나는 대범하고 정의롭게 '아니'라고 받아쳤다.
깨고 나면 쉽게 잊히는 여느 개꿈들과는 다르게 꿈에서 깨어난 지 한참이 지나도 그 장면이 사라지지 않았다. 잊히지 않은 것인지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아 내가 꿈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나중에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늘 꿈속의 나는 평소와는 다른 처음 보는 내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나의 다른 모습을 꿈 속이든 현실이든 또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라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예지몽인가?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요 며칠이었는데, 힘내라는 무의식의 응원을 받은 걸까?
꿈은 아무렇게 꾸어도 해몽만 잘하면 된다.
안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생각이 많아져 몸이 한없이 까라졌는데, 나 좋을 대로 한 해몽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