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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알라 Aug 29. 2022

평소의 내가 아니잖아!

-너무나도 낯선 꿈속의 나.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쉬는 시간인 듯 교실 안은 왁자지껄했다.

 뒤돌아 앉아 친구와 신나게 떠들고 있는 내 시선이 교실 뒷문으로 들어오는 한 여자애에게 향했다.

 긴 생머리의 5:5 가르마, 진한 아이라인과 분홍빛 펄을 잔뜩 얹은 눈, 누드 베이지 립스틱을 바른 입술, 결정적으로 파운데이션을 아무리 겹겹이 발라도 티가나는 양볼 가득한 곰보자국이 반 애들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듯 등장만으로도 교실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 애는 우리 반 모든 애들이 다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이 우리한테 내 준 숙제는 아예 없는 거다! 선생님이 숙제해왔냐고 물으면, 숙제를 낸 적이 없다고 말하는 거야! 알겠지! 다들 입 맞춰! 죽고 싶지 않으면!"

 '아. 우리 반 아이였구나.'

 얼굴이 너무 화려해 미처 입고 있던 교복을 보지 못했던 나는 그제야 같은 반 아이임을 알아챘다.

 그 애는 강압적인 명령조로 애초에 숙제는 없었다고 선생님께 거짓말을 하자 했고, 시끄럽던 교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꿈속에선 말하지 않아도 느낌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느낌상 그 애를 제외한 나머지 애들은 모두 숙제를 해 온 듯했다.

 "알겠냐고! 야! 너!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얼굴 상태만큼이나 위압적인 목소리의 그 애는 나를 지목하며 대답을 재촉했다.

 "아니, 거짓말을 할 수 없어."

 그 애는 '이 정도로 얘기했음 알아들었겠지.'라는 표정의 여유로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다가 생각지 못한 반대의견에 당황한 듯 표정이 없어지고 멍해졌다.

 지지 않고 그 애를 쳐다보고 있는 듯한 내 뒤통수와 나로 인해 멍해진 그 애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나는 꿈에서 깼다.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21분이었다. 잠에서 깬 나는 믿을 수 없는 나의 마지막 대사를 계속 읊조렸다.

 이상했다.

 나는 살면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없지 않다.

 나는 살면서 정의롭지 않은 적이 없지 않다.

 늘 꿈속의 나도 현실의 나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오늘의 꿈속에서 나는 대범하고 정의롭게 '아니'라고 받아쳤다.

 깨고 나면 쉽게 잊히는 여느 개꿈들과는 다르게 꿈에서 깨어난 지 한참이 지나도 그 장면이 사라지지 않았다. 잊히지 않은 것인지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아 내가 꿈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나중에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오늘 꿈속의 나는 평소와는 다른 처음 보는 내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내가 모르는 나의 다른 모습을 꿈 속이든 현실이든 또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바라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예지몽인가?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요 며칠이었는데, 힘내라는 무의식의 응원을 받은 걸까?


 꿈은 아무렇게 꾸어도 해몽만 잘하면 된다.

 안 그래도 회사를 그만두고 생각이 많아져 몸이 한없이 까라졌는데, 나 좋을 대로 한 해몽에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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