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보다 쉬운 소설 쓰기 : 임신편4
임신을 하면 입덧을 한다.
입덧이란 임신 초기에 입맛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는 증세다.
여기까지가 입덧에 대한 보편적인 서술이다.
입덧엔 크게 보면 먹덧과 토덧이 있는데, 내가 너를 가졌을 때는 말이다... 여기서부터 산모 개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 경우는 임신을 알게 된 5주 차부터 임신 안정기의 기준점인 16주 차까지 초기 입덧에 시달렸다.
10주 차까지 밥과 밀가루 냄새가 역해 구역질을 하고 생수 비린내까지 견딜 수가 없어 이온음료를 사다 마셨다. 비비고 죽 시리즈로 연명하다 어쩌다 한 번씩 햄버거가 심하게 당겨 버거왕 와퍼 단품을 포장해 와 두 끼에 걸쳐 반씩 나누어 먹었다. 심장소리 확인한 날에는 쉑쉑버거를 먹고 싶어 버스 타고 가서 버거와 셰이크를 흡입했다.
16주 차부터 밥을 조금씩 먹을 수 있게 되고 자두가 시중에 풀리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간헐적으로 식사 도중 가벼운(?) 구역질과 양치질하다 토하기는 참을 만했는데 임신 중 혈압 상승으로 인한 두통이 너무나 괴로웠다. 후각이 예민해져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했고 한 번은 밥솥에서 밥 되는 냄새로부터 도망치기도 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꼭 먹던 라면을 한 달 만에 끓였다가 두 입 먹고 맛이 없어 다 버렸다. 하루에 세 잔은 마시던 커피는 탄 맛 밖에 느껴지질 않아 아예 끊었다가 20주가 넘어가고 안정이 찾아온 뒤 2-3일에 한 잔 정도는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먹덧? 토덧? 입덧?
물도 못 넘길 정도로 심하게 토한다는 토덧, 새벽에 울면서 냉장고를 파먹는다는 먹덧 둘 모두 내게 오지 않았다. 오히려 식욕이 감소했다. 술과 라면을 입에 대지 않은 결과 임신 전보다 3kg 체중 감소. 품이 큰 옷을 입으면 지금까지도 임신으로 배가 나온 줄 잘 모른다.
과일이 당기면 딸이고 고기를 많이 먹으면 아들이라는 속설이 있다. 이 역시 내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여름에 자두, 가을 무화과, 겨울딸기를 챙겨 먹으며 소고기를 구워 먹고 가끔씩 햄버거를 찾는 내 입맛은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평소의 나와 다르지 않았다.
30주가 넘어가고 임신 후반기 급격히 커진 자궁이 위장을 누르면서 식사량이 다시 떨어졌다. 아침 공복에 구역질을 하며 잠에서 깰 때도 있었다. 조금만 넘치게 먹으면 역류하는 소화량에 목이 불타올랐다.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에 맞추기보다 배고프면 조금씩 먹는 전략으로 바꾸었다.
임신, 하면 흔히 상상하는 새벽에 남편을 깨워 ‘지금 당장 3년 전에 먹었던 학교 앞 떡볶이를 사 오너라!’ 같은 장면은 없었다. 가끔 퇴근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거나 오늘 저녁에 어디 식당을 가자는 정도로 고요히 임신 시기가 흘러갔다.
일반적으로 입덧을 ‘흔들리는 배 위에서 멀미와 숙취에 시달리는데 그 배에서 내릴 수가 없다’고 묘사한다.
내가 탄 배는 큰 태풍 없이 가끔 파도에 부딪혀 가며 무난하게 항해 중이다.
이는 나의 개인적인 기록일 뿐
여기까지 쓴 나의 입덧 경험은 오직 ‘나’ 개인만의 경험이다. 이는 보편적인 이론이나 과학적 법칙으로 정립될 수 없다. 입덧의 시기, 강도, 종류, 구성 모든 것이 산모들마다 다 다르다.
백 명의 임산부가 있다면 백 가지의 입덧과 임신 경험이 존재한다.
‘누구는 입덧 없다는데 넌 왜 이렇게 유난이냐?’ 같은 말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의 경험을 섣부르게 평가하는 건 자신의 낮은 지능을 증명할 뿐이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경험담이든, 어떤 글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바깥의 타자를 지각하고 공감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장할 수 있다. 이 글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타인의 경험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정리해 보는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