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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oRan Dec 03. 2019

태교여행이란 무엇일까

육아보다 쉬운 소설 쓰기 : 임신편5

지금까지 나의 여행은 이동이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걷고 또 걷는 여행. 내 발길이 닿는 한 많은 것을 보고 담아갔다. 신혼여행도 스페인-포르투갈로 패키지 아닌 자유여행으로 계획했다. 차를 렌트해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론다의 누에보 다리, 마그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거쳐 포르투와 리스본까지 누비고 다녔다. 


우리의 여행은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선'의 형태였다.     


내가 휴양지를 오게 되다니


그리고 아이가 생겼다. 나는 심장 하나를 더 책임지게 되었다. 조금만 오래 걸어도 허리가 아프고 숨이 가빠왔다.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야 했고 한 번에 많은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했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가려내야 했다. 이제 여행의 중심은 뱃속 아이였다.      


태교여행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맞추어 계획해야 한다. 지나치게 길지 않은 비행시간, 이동의 최소화, 숙소의 편안함과 음식의 안전성, 몸과 마음의 안정 등. 이 요소들을 종합해 ‘비행기로 다섯 시간 이내 닿을 수 있으며 바닷가 휴양지로 깨끗한 수영장을 보유한 리조트가 있는 도시’ 목록을 추렸다.


최종적으로 베트남 나트랑(나짱)을 선정했다.     


태교여행 대표 이미지


대표적인 태교 여행지인 괌에 비해 저렴한 물가, 나쁘지 않은 비행시간, 익숙한 여행지인 베트남, 다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휴양 도시. 모기-지카 바이러스가 딱 하나의 불안요소였다. 그렇게 모기가 많지 않고 준비를 잘해 가면 물릴 일이 없다는 후기에 각종 모기기피제, 모기 패치, 모기 매트를 트렁크 가득 챙긴 뒤 비행기와 숙소를 예매했다.


다섯 시간의 비행 뒤 도착한 숙소는 우리 인생 첫 풀빌라였다. 문 하나만 열면 우리만 쓸 수 있는 수영장이 바로 앞에 있었다. 걸어서 5분 거리에 바다도 있고 조식 레스토랑도 있고 있을 건 다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3박 4일 동안 단 한 번도 리조트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수영을 할 줄 몰라 스노클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을 헤집고 다녔다. 튜브를 타고 수면 위를 둥실둥실 떠다니기도 했다. 그러다 나른해지면 선배드에 누워 책을 읽거나 야자수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잤다.     


선의 여행에서 수영장 바닥만 한, 바다만 한 '면'의 여행으로 파도처럼 다가온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였다.     


동쪽 해안 도시 나짱, 매일 해가 뜨는 곳


사람들은 묻는다. 태교여행을 왜 가는 거야? 뱃속 아이 핑계로 엄마가 즐기러 가는 여행 아냐? 


나 역시 떠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조금 했었다. 어차피 아이는 뱃속에 있고 엄마의 정서적 안정이 태교에 중요하다 말하지만 무리하게 태교 여행을 떠났다가 큰 일 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물속에서 스노클로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수영장 바닥에 태양이 그려내는 빛의 그물을 바라보며 이번 여행의 의미를 헤아렸다. 인간은 해독 불가능한 빛의 언어가 물속에서 춤을 춘다. 수영 중인 나와 같이 뱃속의 아이는 양수 속을 헤엄치며 불가해한 꿈을 꾸는 중이다.


함께 수영 중이라는 상상에 나는 진심으로 나의 임신을, 내 아이를 받아들였다. 



극적으로 바뀔 나의 삶을 생각하고 그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 지금과 차원이 다른 삶의 파도에 몸을 내맡기는 것.


태교여행은 삶의 터닝포인트에 들어서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지점이다. 


이제 둘이서 떠나는 여행은 (당분간) 거의 없을 것이다. 일상이 아이에게 맞춰지고,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라는 태양을 공전하는 위성으로서의 나와 당신을 확인하는 자리. 


우리는 모기 한 번 물리지 않고 배탈 한 번 나지 않은 건강한 몸으로 귀국했다.

동쪽 해안도시의 햇빛을 가득 충전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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