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퇴근길에 현타온 소시민의 푸념
요즘 날씨는 정말 찜통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밖에 서있으면 그대로 땀이 줄줄 흐른다.
걸을 때마다 옷이 몸에 끈적끈적 달라붙어 불쾌하다.
어제 퇴근길에 반바지 입은 사람들을 보니,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날씨가 아마존이든, 시베리아든 회사엔 복장 규정이 있고, 규정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 암묵적 합의이며 일방적 강요다. 결국 모든 불만은 퇴사로 귀결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본주의는 움직인다. 시장 논리에 따라 머물던지, 떠나던지 개인이 판단하고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다.
결국 많은 회사원은 현실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땀이 줄줄 흘러도 불편한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것이다. 정신의 승리 없이는 현실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는 ‘성실’과 ‘인내’로 둔갑되어 통용된다.
이 모든 생각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결국 ‘돈’의 문제란 말이다. 액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돈에서 자유롭다면 시장논리에 밀리지 않고 내 논리대로 살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런 날씨엔 안 돌아다닐 수 있다면 그게 최고겠지만 혹시나 외출할 일이 생긴다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나 좋을 대로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닐 수 있다면, 소소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경제적 자유’의 목적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