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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 Jul 06. 2022

주인의식에 대하여

퇴근길 단상


“무슨 일을 하든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한다.

이 말엔 오류가 있다. ​


예를 들면 내 몸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내 뜻대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보기 싫으면 눈을 감을 수 있고, 말하기 싫으면 입을 닫을 수 있다. 물론 고난도 동작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상당 부분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내 소유가 아닌 대상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뭔가 이상하다. 내 집이 아닌데 내가 소유권을 주장하며 내 집처럼 사용 또는 처분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또, 회사는 어떠한가? 내 소유의 회사도 아니고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내가 어떻게 회사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런 권한도 권리도 없는 일개 직원이 대주주인 사장처럼 행세하는 것 역시 정신분열의 초기 증상 아닌가?​


그렇다.

이 말은 노동자들이 딴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뽕에 취해 군말 없이 일만 하길 원하는 자본가가 만들어낸 놀라운 정신승리 요법이 아닐까 심히 의심이 든다. 옛날 옛적엔 회사에서 정년을 보장해 주고, 직원은 정년까지 군말 없이 회사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아주 훈훈한 이야기도 있었다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각자도생’, 말 그대로 각자 알아서 자기 살 길을 찾으란 말이지. 지금은 나랏님도 어찌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러니,

노동자여! 우리 모두 주인이 되자.

그러나 무엇의? 썩빌이든, 썩상이든, 맹지이든…

그대 좋을 대로 하시고,


도시의 불빛은 아름답다! 우리의 가슴속에 이루어질  없는 ‘욕망하나 품고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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