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로 영화보기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추천을 받아 봤는데, 여운이 강하게 남는 영화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결국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영화처럼 성병을 속이고 성관계를 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성친구와 성관계를 했다가 성병이 생겼는데 처벌하고 싶다, 치료비라도 받고 싶다는 안타까운 내용들인데 성병을 숨기고 성관계를 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한 번 알아보자
* 이하 스포 있음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남자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맥커너히)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30일 정도 살 수 있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은 후 살기 위하여 보건당국과 제약회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론의 직업은 전기기술자인데, 술과 로데오 경기 도박을 즐기고 성매매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론은 경미한 사고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추가 혈액검사를 통해 HIV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 밝혀지는데 처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론은 도서관에 가서 직접 에이즈 감염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고, 감염 경로가 혈관을 통한 약물 주입, 콘돔 미착용 성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고, 자신이 성관계를 했던 여성 중에 팔에 주사자국이 많았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여성은 성매매 직업여성으로 추측되는데 팔에 약물 주입 자국이 난 것이고, 그 여성을 통해 감염된 것이다. 도서관에서 론은 절망하고 치료제를 찾아 거대 제약회사와 싸우기 시작한다.
만약 론은 상대 여성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성관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관계를 갖더라도 콘돔을 착용하고 조심했을 텐데, 그 여성이 론한테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론은 감염이 된 것이다.
성병을 숨기고 성관계를 맺은 여성은 처벌받을까.
먼저, 여성의 사실 인식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
만약 여성이 자신이 성병에 걸린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게 상대방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은 몰랐다면 과실치상죄로 처벌될 수 있다. 여성의 변명이 말이 돼?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HIV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종류의 성병이 많기 때문에 대개 상대방은 이렇게 변명한다.
성병에 걸렸던 것은 맞지만, 관계를 할 때는 다 나았다. 너는 나한테 옮은 게 아니야
성병에 걸렸지만 그게 전염되는 병이 아니래
내가 성병에 걸린 건 맞지만, 너도 관계 전부터 성병이 있었어.
이런 반응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변명에도 불구하고 만약 자신이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방한테 숨기고 성관계를 했다면 적어도 과실치상죄는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이 걸린 성병의 전염성 여부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처벌받는다.
문제는 자신도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경우다. 이 경우에는 본인도 몰랐기 때문에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증상이 전혀 없어서 본인이 어떠한 증상도 인지하지 못하고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면, 과실이 전혀 없다고 인정받는 것은 어렵다.
영화에서 론과 성관계를 한 여성도 팔에 주사자국이 많았던 것을 보면 자신이 성병이나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가장 최악은 고의적인 경우이다. 자신이 성병에 걸린 것도 알고, 현재도 성병이 있고 콘돔 미착용 성관계를 하면 상대방도 감염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방한테 말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당연히 상해죄로 처벌받는다. 만약 이로 인하여 감염시킨 성병이 치료가 가능한 성병이 아니라 영화처럼 HIV 바이러스라면 중상해죄로 가중처벌된다.
법적으로 피해자의 어려움은 입증이다. 성병이 있다는 것을 속이고 성관계를 하여 나한테 성병을 옮겼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가해자한테 성병이 있었고 성관계 전에 피해자는 성병이 없었으며 관계를 통해서 피해자가 성병에 감염됐다는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한다.
가해자에게 성병이 있었다는 사실과 가해자와의 성관계를 통해 내가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이런 경우에 노하우라면 카톡이나 문자로 가해자가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가능하면 받아서 남겨놓고 진단서도 발급받아야 한다. 만약 나에게 불특정 다수의 성관계 파트너가 있었다면 누구한테 옮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입증이 어렵다. 판례도 성병에 걸린 사실을 알면서도 성관계를 통해 상대 여성한테 성병을 전염시킨 경우 상해죄를 인정한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선은 성병에 걸린 상대와 성관계를 하지 않는 것인데, 솔직히 상대방이 작정하고 속이면 이것은 알 길이 없다. 차선으로는 관계 시 콘돔을 착용해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고 사후적으로 증거를 잘 챙겨놓는 것도 잊지 말자.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성병을 숨기고 성관계를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