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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엄마에 대해서 (또는 엄마와 관련된 무엇) 조금 글을 남겨보고 싶었다. 이 공간을 하나의 일기장으로, 내가 고민한 생각이나 혹은 그 감정을 담아두고자 했던 부분도 있지만 오늘 써 내려간 이 글을 언젠가는 추억으로써 볼 수 있다는 점에 “생각의 정리”로 남겨보고자 했다.
"지나가는 아날로그, 엄마의 핸드폰에는"
예전에 고장이 난 엄마의 핸드폰을 새것으로 바꾸려고 대리점에 방문을 한 적이 있다. 모바일 (Mobile) 통신이라는 스마트폰과 친숙하지 않은 엄마에게는 그저 통화가 잘 되고 사진이 잘 나오는 그런 기기로써의 핸드폰이 중요한 것이지 나 혹은 우리와 같은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핸드폰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최신 핸드폰의 기능보다는 보급형의 조금은 튼튼한 그런 핸드폰을 엄마에게 찾아 줄 생각에 동행을 했다.
생각보다 좋은 가격의 핸드폰과 다양한 모델이 있어 엄마에게 딱 알맞은 핸드폰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름 뿌듯하게 핸드폰을 바꿔드리는 아들의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서류 작업을 마치고 나가려는 찰나, 대리점 직원분이 엄마의 구형 핸드폰을 팔아주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7만 원."
이미 구형이 된 핸드폰에는 딱 그만큼의 가격이 책정이 되었다. 통신기기 그 자체로써의 가격. 그만큼.
나쁘지 않은 가격에 엄마의 표정도 무척 밝아 보였다. 그렇게 건네는 엄마의 손 그리고 그 손안에 담긴 핸드폰에 유독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냥 순간적인 감정이었겠지만 내가 가지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엄마의 2년 혹은 3년의 기억이 이렇게 7만 원으로 포장이 되어 사라진다는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리점 직원분에게는 말씀을 드리고 내가 대신 집으로 가지고 왔다. 막상 그런 마음으로 가지고는 왔으나 일단 상자 안에 넣어두고 그렇게 기억에서 잊혀졌다.
어느 날 내 핸드폰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기기를 변경하고자 마음을 먹을 때, 문득 상자 안에 있는 엄마의 핸드폰이 생각이 났다. 7만 원의 가격을 형성했던 구형 핸드폰. 막연한 생각에 핸드폰을 다시 충전하고 전원을 킨 다음에 하나하나 봤던 것 같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엄마의 프라이버시니 다른 것들은 보지 않고 사진을 좀 봤다. 분명 짧게 본 것 같았는데 시간으로는 2시간이 지나있었다.
"이곳에는 엄마의 2년이 남아있었구나. 이 추억을 7만 원에 넘길 뻔했다니."
2시간 후에 느낀 마음이었다. 그때 정말 선택을 잘했구나 생각을 했다. 엄마의 구형 핸드폰에는 그만큼 내가 모르는 우리 엄마의 모습, 일상 그리고 그 느낌이 가득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30년을 살아오면서 내가 봐왔던 (아마 누구보다도 가까이 바라보았던) 그런 엄마의 모습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있는 엄마 본인만의 모습도 남아있었다.
[a. 아직도 여행 프로그램에 같은 장소만 나오면 이야기를 쏟아내는 엄마의 추억 여행. 가끔 보는 동네 아주머니들도 너무나 친숙하다.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아직도 이야기를 한다.]
[b. 멋쟁이라는 단어가 왜인지 모르게 조금은 촌스럽게 들리지만, 그래도 이 날 만큼은 아마 엄마를 포함한 모든 아주머니들이 마음껏 멋을 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앞에서는 한 번도 안 한 하트라니.]
[c. 가장 충격이었던 조선시대급 유물. 엄마의 20대. 진짜 나도 나중에 내 사진을 보면 이런 느낌일까? 너무나 바랜 색감에 이게 단순히 낡았다는 생각보다는 너무나 그립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이때의 날씨, 공기의 냄새 등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아직도 엄마의 구형 핸드폰은 내 상자 안에 있다. 나중에는 핸드폰 충전 케이블도 달라지고 또 전원 자체가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핸드폰은 그 자체로 나한테는 꽤 소중하다. (너무 엄마 얘기만 해서 그런가, 아빠의 핸드폰도 수명이 다하는 대로 제가 곧 매입할 예정입니다.) 단지, 내가 몰랐던 사진과 엄마의 새로운 모습 때문인 것도 물론 맞지만 그보다는 제목처럼 지나가는 아날로그 안에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감성이 묻어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감성은 아마 현재를 기점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무형의 것이 되어있을 것이다. 아마 이것은 그리움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나의 모든 것이 기록되는 핸드폰은 이제는 기기 (Device)로써의 의미를 넘어 그 자체로써 그리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것도 좋지만 영상을 남기고, 문자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전화를 하고 때로는 녹음도 하고. 그렇게 점차 사라져 갈 그리움의 감성을 더욱더 풍부하게 남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 지나가는 아날로그를 사용해야겠다.
지나가는 아날로그에는 엄마의 일상이 남아있듯, 나의 그리움도 그 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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