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글과 그 심플한 전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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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


영어가 지니는 직관적인 의미를 넘어 조금 저만의 단어로 번역을 하자면, "아픔이라는 것은 피할 없지만, 고통은 선택적이다." 라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을 조금 더 풍부하게 넓히자면, "달리기를 하면서 생기는 육체적인 아픔은 사람이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아픔을 고통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어떠한 도약 혹은 성장으로 받아들일지는 선택적이다." 라고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른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만의 확실한, 뭔가 그런 가치관을 하나하나 채우고 싶다. 그게 멋지지 않고 쿨하지 않고 또는 시대의 흐름과 어긋날지라도 나의 코어 (Core)에는 단단하게 자리 잡아 있기를 조금은 바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뭔가, 이런 단단한 코어를 가진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그 코어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자리매김을 하는구나. 대단하다.

[a. 베트남 다낭에서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여행을 갈 때면 책을 꼭 한 권 준비해서 가는데 가볍게 읽기도 좋아, 이렇게 자주 챙겨서 여행을 다닙니다.]


"게다가 이런 본인만의 코어, 색감 그리고 그 실감을 이렇게 심플하게 전달할 수 있구나."


책의 내용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이 전달 혹은 표현의 심플함이 정말로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의 결과물로써 책을 읽는 저에게 있어서, 이 심플함은 문장을 통해서 전달이 되지만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꽤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하나하나 압축하여 이 문장으로 표현을 했고 그 문장들은 짜임새 있게 모여 하나의 완성된 책이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나 궁금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하면 고민이 문장이 되고 문장이 책이 되는 것인가? 이런 프로세스 (Process)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글 속에서 느껴지는 심플한 전달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세련된 것”이기 때문에 더 궁금했습니다.

[b. 그런 과정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준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정말 아주 좋은 타이밍에 이 책이 나왔고 읽어내려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위에 사진과 같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인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으면서 이 궁금증들은 많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 그리고 나의 실감을 나의 언어로 그리고 심플하게 전달하고 싶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고민을 문장으로, 문장을 책으로 만드는 순간이 때까지 열심히 연습을 해보자." 이런 마음을 고스란히 품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선택하고 또 공대를 나온 저에게 있어,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물론, 공대생이지만 글을 잘 쓰는 분들도 있어서 어디까지나 저의 상태로 보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습의 과정은 머리를 짜내는 아픔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고통이라고 느끼기보다는 제가 바라는 세상과의 공감 그리고 연결의 과정으로 나아가는 유의미한 움직임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c.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두는 문구. 천천히 그 의미를 탐색하면 정말 달리기라는 하나의 과정이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그리고 이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듭니다.]


PS.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바라본 밖에는 지하통로의 어둠만 보일 뿐이지만 안에는 창문에 비친 저도 흐릿하게나마 있습니다. 모습이 멋졌는지 아니면 이상했는지는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금요일의 밤은 시작되었고 저는 내일인 토요일을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오늘을 생각해보니 무언가결여 것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 문장을 적으면서도 결여라는 느낌은 크게 다가옵니다. "마땅히 있어야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결여" 느낌은 아무래도 전철 안의 저와 창문에 비친 저의 모습인 같습니다.


#일상의정리 #무라카미하루키글과그심플한전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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