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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rker pen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버릇처럼 "글을 쓰겠다"라고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이 펜에 꽤 눈길이 갑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뭔가 고양감이 올라옵니다. 아직은 먼 곳에 있지만요.]
"써 내려가는 나의 아날로그"
개인적으로 펜을 선물 받으면서 처음 들었던 감정 혹은 느낌은 '어색함'이었습니다. 아직 '작가'도 아닌데 (물론 이렇게 글을 짧게나마 적는다고 해서 곧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습니다.) 이런 펜을 받다니. 참 멋쩍다.
근데 생각해보면 저는 모든 과정을 노트북과 함께하지 펜으로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고지도 당연히 없습니다. 처음에는 글을 쓰고자 나름 마음을 먹었을 때, 한글 파일에 있는 원고지 양식을 준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익숙하지도 않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바로바로 써 내려갈 수 있는 이런 공간이 가장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선물을 받으면서 어색함을 느꼈다는 것은 그만큼 펜이 하나의 상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름지기 작가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 펜 한 자루 정도는 있어야지. 이런 상징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 펜은 그런 의미를 가지며 작가라는 직업과 연결이 됩니다.
그렇지만 '펜 (Pen)'에 꽤 눈길이 갑니다. 그것도 자주 눈길이 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글을 쓰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 펜을 구입한 것처럼 저에게도 이 펜은 그런 마음가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만의 글을 씁니다. 누구의 글도 아닌 나만의."
이 공간을 통해 수차례 이야기를 했듯이 (이제는 조금 식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연습의 과정이 지나면 그리고 스스로도 납득이 될 때,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싶다는 그 마음을 하나의 글로 완성을 하고 싶습니다. 그 글의 방식은 여려가지가 있겠지만 적어도 그 안에는 저만의 아날로그 (Analog)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b. 지금 글을 쓰는 중에도 제 옆에 있는 '걷는 사람, 하정우' 책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도 걸어보고 싶다. 묵묵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내용에는 뭔가 진짜가 있습니다. 진정성이 담긴 그런.]
저만의 아날로그를 설명하기 어려워 이렇게 책을 하나 가지고 왔는데,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에 공감이 되고 또 읽으면서 "나도 걸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작가의 실감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0'과 '1'로 모든 게 설명되는 디지털 (Digital)과는 그 결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시간을 계산하기 위해 태엽을 돌리고 그 태엽에서 생긴 에너지로 기어를 움직여 초침과 분침 그리고 시침을 이동시키는 그런 과정은 디지털과는 너무나도 그 시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묵묵히 그리고 시간을 들이면서 경험한 그 아날로그는 누구보다도, 무엇보다도 생생합니다. 적어도 그 생생함은 누군가에게는 온전하게 전달이 될 거라고 봅니다.
[c. 개인적으로 퇴근을 하고 나서 산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1만 보 정도를 걸어서 집으로 가는데, 이제는 새로운 루트 (Route)와 새로운 방향 (Direction)으로 그 산책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걷기는 참 매력이 있습니다.]
[d. 뜬금 맞은 불멍 (불 보면서 멍 때리기) 사진이지만, 글을 써 내려가는 아날로그의 감정은 이런 순간과 그 경계를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뭔가, 구체적이지는 않겠지만 그저 그대로 '흘러가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회사의 후배들에게 이렇게 펜을 선물로 받으면서, 얼마나 글을 쓰겠다고 말을 하고 다녔으면 이렇게 준비를 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근데 창피함보다는 고양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게임을 처음 할 때, 그럴듯한 아이템이 갖춰지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는 마음일까요? 그런 존재로써 펜이 꽤 든든합니다. 물론 이 펜을 손에 쥐었다고 "이제 나는 글을 더 잘 쓸 수 있다!"라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든든한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정말 스스로의 아날로그가 가득하게 담긴 그런 글을 쓰자. 언젠가 무심코 돌아봐도 공감이 되는 그런 글, 무엇보다 나만의 언어와 호흡이 담긴 그런 글. 묵묵히 시간을 들여 경험한 그런 실감을 담아내자."
이런 마음입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공간에 조금 더 애정이 생깁니다. 무심코 들어온 이 공간에서 뭔가 작지만 확실한 공감을 가지고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저만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온 Parker pen과 든든한 마음, 무엇보다 오늘도 아날로그스러운 일상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생각의정리 #Parkerpen써내려가는나의아날로그